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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인 주택담보대출

화이트보스 2009. 12. 14. 14:55

기형적인 주택담보대출 [중앙일보]

2009.12.14 01:33 입력 / 2009.12.14 10:18 수정

기준금리보다 가산금리 높아 싸게 끌어다 너무 비싸게 굴려

싸게 끌어와 비싸게 굴린다. 돈장사의 기본인데, 요즘 은행들이 딱 그렇다. 은행들이 대출 재원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은 확 낮아졌는데도 고객에게 물리는 가산금리는 계속 고공행진이다. 재료비 등 원가가 떨어졌는데도 상품 가격을 그대로 둔 것이나 같다.

지난 11일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 등 5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3개월 변동)는 연 4.29~6.58%였다. 국민은행의 경우 연 4.75~6.35%, 신한은행은 연 4.79~5.99%, 외환은행은 연 5.03~6.58% 등이었다. 같은 날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연 2.79%였다. 최고 가산금리는 3.2~3.79%포인트에 달한다. 기준으로 삼는 금리보다 추가로 덧붙이는 금리가 더 높은 기형 구조다. 은행들은 그동안 비싼 돈을 끌어와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에 가산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론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은 줄고 있고 이익 규모는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잔액 기준 총수신금리는 지난해 12월 연 4.8%였지만 지난 10월엔 연 3.25%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에 유치한 고금리 예금들이 만기가 되면서 전체적으론 자금조달 비용이 감소하고 있다. 또 지난해 4분기 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국내 18개 은행은 올해 3분기 2조30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금리 변동의 위험은 가계에 전가된 반면, 그로 인한 이익은 은행이 챙긴 셈이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변동금리 상품은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은행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얻도록 설계된 것”이라며 “이런 상품에서 CD금리가 떨어져 손해를 보는 것은 은행이 부담해야 할 책임인데 이를 신규 대출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낮은 금리의 혜택을 보고 있는 기존 대출자 때문에 가산금리를 쉽게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기 전에 1~1.5%포인트 정도의 가산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에겐 현재 연 3% 후반이나 4%대 초반의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은행 수익이 개선되면서 전보다는 가산금리를 낮출 여력이 생겼다”며 “경쟁을 활성화하고 기준금리 체계를 다양화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가산금리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CD 금리가 따라 오르면 높은 가산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11일 CD 금리 2.79%를 기준으로 연 6%의 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은 CD 금리가 금융위기 전 수준인 5.8%까지 오른다면 대출금리가 연 9%로 높아진다. 가계가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면 은행의 부실이 커지고 경제 전체에도 충격을 준다.

김원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