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검사 증가와 더불어 올 채용 40%가 여성…
'女행정·男수사' 틀 깨고 공안·특수분야서도 활약
검찰에 부는 여풍(女風)이 '검사'에 이어 수사관 직역까지 삼킬 기세다.
사정(司正)수사의 베테랑들이 모였다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김정연(40) 수사관은 4년 전부터 서랍 속에 간직해 온 편지가 있다. 대구지검 특수부 근무 때 구속했던 40대 여성 J씨의 편지다.
"검찰에서 조사받는다는 게 너무 두려웠는데, 따뜻한 위로의 말과 마음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같은 여자로서…."
대출 브로커였던 J씨는 검찰에 소환돼 진술을 거부하다가, '여성의 부드러움'으로 설득하는 김 수사관에게 입을 열었다. 김 수사관은 대구지검이 1000억원대 대출비리를 밝혀내 18명을 구속기소하는 데 주역으로 활약했고, 특별수사 1번지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로 발탁됐다.
해마다 여검사들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처럼, 검사와 함께 수사 일선에서 활약하는 여성 수사관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대검에 따르면 올 4월 9급 직원으로 채용된 검찰 수사관 151명 중 여성이 60명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매년 새로 채용되는 수사관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계속 늘면서, 현재 6~9급 검찰수사관 4732명 가운데 여성은 11.8%인 557명에 달한다.
과거처럼 행정업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특수부, 공안부 등 이른바 인지(認知)부서에서 수사요원으로 활약하는 여수사관도 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엔 특수부에 2명, 공안부에 2명 등 수사부서에만 20여명이 활약 중이다. '여성 직원은 행정, 남성 직원은 수사'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여성수사관이 늘어나면서 검찰의 조사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여성 수사관들은 특히 여성이나 아동 범죄 피해자 조사 등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말한다.
2006년 여성 수사관으로선 최초로 대검 중수부에서 일했던 박민자(39·서울남부지검) 수사관은 "여자들은 꼼꼼하고 집요한 데가 있어, 복잡한 자료 분석 등에도 강점이 있다"며 "화이트칼라 범죄 수사에 필요한 계좌추적 등에도 진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선 야근이나 압수수색·잠복근무 등 '험한 일'을 밥 먹듯 해야 하는 수사관 업무의 특성상, 여성 수사관 증가로 인한 수사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세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다 옛날 얘기"라며 "요즘은 여성 수사관을 검사실에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검사도 많다"고 했다. 황철규 대검 미래기획단장은 "요즘 여검사 증가에 따른 검찰 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데, 여성수사관 증가에 따른 제도 개선책도 함께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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