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자주 국방

군 기밀 한번 더 유출되면 국방장관이 물러날 각오를

화이트보스 2009. 12. 24. 14:24

군 기밀 한번 더 유출되면 국방장관이 물러날 각오를

입력 : 2009.12.23 22:31 / 수정 : 2009.12.23 23:48

 

지난달 한미연합사령부 내에서 한국군 장교의 실수로 USB 메모리에 들어 있던 작전계획 5027 설명 자료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세력에 해킹당한 사태와 관련해 주한미군이 한국군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군은 해킹당한 사실이 보도됐을 때 유출된 게 별 내용이 아니라는 식으로 무마에 급급했다. 그러다 주한미군의 경고 사실이 알려지자 21일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군사 기밀은 유출된 내용이 무엇이냐에 앞서 유출이 반복되고 있다는 자체가 더 심각한 문제다. 길이 뚫려 있으면 어떤 정보든 유출될 수 있다. 우리 군은 그 심각성조차 외국군이 알려줘야 인식하는 상태에 있다.

2005년에 이미 조짐이 있었다. 육군 포병부대 중위가 '2004년 수정 작전계획 5027' 최신판 가운데 무려 73쪽을 USB에 저장한 뒤 개인 노트북을 통해 보다가 인터넷에 그대로 유출시켰다. 그때도 군은 "유출된 73쪽을 다 회수했다"면서 무마에 급급했다. 중위는 약식 기소되는 데 그쳤다. 이번에 똑같은 일이 반복된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군 당국은 기밀이 유출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기밀이 유출됐다. 2005년 바로 그해 중사 한 명이 개인 프로그램에 접속하다 방어전투 수행방안 등 군 기밀 2건을 유출했고, 또 다른 중사는 작전계획 5027-04 전투 세부시행규칙 등 136건을 누설했다. 다음해에는 중위 한 명이 포대 진지 등 군 기밀 8건이 담긴 노트북으로 TV 드라마를 다운받다가 기밀을 전부 유출시켰다. 지난 8월 을지훈련 때 기무사령부는 각 군에 해킹 공격을 예고한 다음 북한의 해킹 기술로 군 인트라넷을 공격했다. 공격을 예고했는데도 공군과 해군의 일부 핵심 인트라넷이 몇 시간 마비됐고, 2급 군사기밀 1000여건이 해킹당했다. 군 기밀 유출 사건 중 군이 쉬쉬하며 숨긴 것을 전부 공개하면 국민이 심장마비에 걸릴지도 모를 지경일 것이다.

지금 유출되는 군사 기밀 하나가 유사시 장병 몇천, 몇만 명의 목숨을 잃게 만들 수 있다. 전체 전쟁의 승패까지 좌우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무서운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군 지휘부는 그때그때 책임만 모면하려 한다. 이런 군은 국가 수호가 존재 이유인가, 아니면 자리 보전이 목적인가.

미국에선 CIA 요원 한 명의 신분이 누설되자 정권의 이인자인 부통령의 비서실장과 보도 기자가 감옥에 가고 부통령이 수사를 받았다. 대한민국에선 2003년 국가정보원 간부 전체의 사진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랐다. 세계 정보기관 역사에 남을 이 사건은 청와대 사진사 한 명이 징계받고 끝났다.

군 기밀 유출부터 근절해야 한다. 먼저 외국군에게 경고를 받은 유출 불감증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식으론 불가능하다. 다시 한 번 군 기밀이 유출되면 국방장관은 물러나야 한다. 기밀을 유출한 군인과 직속상관, 해당 부대장은 전시 명령 불복종과 경계 실패에 준하는 처벌을 받도록 법이 바뀌어야 하고, 해당 군 참모총장까지 지휘책임을 져야 한다. 바로 머리 위에 핵폭탄·독가스탄·세균탄과 수천 문의 대포를 이고 사는 나라에서 군 기밀이 이렇게 밥 먹듯 유출된다면 군대도 아니고 나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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