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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성형 허브’로 자리잡다

화이트보스 2009. 12. 27. 20:37

뛰어난 한국인 손기술 … 아시아 ‘성형 허브’로 자리잡다 [중앙일보]

2009.12.27 19:38 입력 / 2009.12.27 19:41 수정

생산·고용 유발 효과 커

#1. 중국의 인기 여성 댄스 가수 왕룽(王蓉)이 지난달 말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마치고 입국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여권 사진과 실제 얼굴의 차이가 커 중국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최근 연예인들의 성형 전후 사진을 돌려보며 한국 의료기술의 우수성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영점(零點)조사’는 대도시 거주 청년계층의 44%가 ‘성형할 의사가 있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2. 부산 서면의 롯데호텔 주변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이 건물마다 한두 개씩 들어서 있다. 이곳의 개원 의원 수는 100여 곳에 달한다. 일본 현지에 비해 절반 수준의 금액으로 선진국 수준의 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어 일본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부산시는 서면 일대를 아시아와 러시아의 의료관광 허브로 키울 계획이다. 부산시는 최근 해외에서 성형수술을 원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통역서비스를 제공하는 콜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한국이 아시아 지역의 ‘성형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압구정·청담 일대와 부산 서면 일대는 성형수술을 원하는 아시아 여성에게는 ‘매직랜드(신비의 땅)’와 같은 곳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해외동포 700여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재미동포 83%, 중국인 71%가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을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성형외과 의사는 “인조미인을 양산한다는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키기보다는 성형을 한국 관광상품과 연계해 숙박과 쇼핑 등 부대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BK동양성형외과에서 중국의 성형외과 의사들이 수술 장면을 참관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이 병원을 찾은 참관의사가 1000명을 넘는다. 이들은 길게는 한 달, 짧게는 일주일 정도 한국에 머물면서 매일 수술 과정을 지켜본다. [BK동양성형외과 제공]
◆해외에서 몰려드는 환자와 의사=올 9월 부산의 한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던 중 두 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달부터 3개월간의 성수기가 시작되자 요즘 성형외과들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전국의 성형외과 수는 729개, 1242명의 전문의가 있다. 성형외과 간판을 내건 비전문의까지 포함할 경우 4000여 명 수준에 이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여전히 현금 영업을 하는 의원이 상당수여서 정확한 성형 시장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 한 해 시장 규모가 5조원 수준으로 추산될 뿐이다. 여기에 외국인 환자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성형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복지부의 해외환자 유치 현황에 따르면 2007년 7901명에서 지난해 2만7480명으로 1년 새 248%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경제적 파급효과로 진료수익은 1869억원, 생산유발효과는 3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유치환자 수는 지난해에 비해 역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5만 명으로 추정된다.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성형수술을 받으러 오는 까닭은 뭘까. 서울 삼성동의 뉴욕성형외과 정우철 원장은 “일본인의 경우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한국을 절반 가격으로 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는 매력 있는 곳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인들은 한류 열풍 덕을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동양인의 경우 체구가 작고 피하조직이 조밀하기 때문에 손기술이 뛰어난 한국인 의사가 아니면 수술이 힘들다는 것이다.

해외언론의 취재열기 또한 한몫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성형외과인 BK동양성형외과 홍성범 원장은 “중국뿐만 아니라 영국·호주·미국 등에서 오는 현지 환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면서 “얼마 전 안면윤곽수술 상담을 받은 한 영국 환자는 현지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고 한국에 오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환자들만 한국을 찾는 게 아니다. 외국인 의사들도 ‘한 수’ 배우기 위해 방한 행렬을 이루고 있다. BK동양성형외과의 경우 한 해 이 병원을 방문해 강의를 듣고 ‘라이브 서저리(Live Surgery)’로 수술을 배우는 해외 의사들의 수만 해도 매년 200~300명에 이른다. 이들은 길게는 한 달, 짧게는 일주일 정도 한국에 머물면서 매일 수술을 참관하고 있다.

21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수술을 참관해온 중국 의사 홍리엔위에(33·여)는 한국에서 연수를 받게 된 이유에 대해 “우수한 성형기술과 뛰어난 시설, 최신 장비 등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고 싶었다”고 밝혔다. 함께 온 원찐화(38·여)는 “한국은 성형의학계에서 세계적인 실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중국 의사들은 누구나 한 번쯤 방문하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전했다.

◆만만찮은 경제적 파급효과=성형산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낸다. 인제대 보건대학에 따르면 자본 10억원을 투입할 때 유발되는 취업자 수는 의료산업이 19.5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 16.9명을 앞지른다. 성형외과 업계에 따르면 성형 전문의 1명당 직원 숫자가 5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전문의 1명이 간호사 2~3명과 함께 일했지만 이제는 간호사는 물론 상담 직원과 전문 코디네이터까지 고용해야 한다.

정부는 올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뷰티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미용을 중심에 놓고 의료와 화장품, 관광 등 관련 산업의 동반성장을 통해 2013년까지 약 12조원의 생산 유발과 6조원의 부가가치를 새롭게 창출해 내겠다는 계획이다. 뷰티산업이 커지면 여성 취업자수도 동시에 늘어난다.

심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