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마전자, 매직콤 브랜드로 日기업보다 앞서 시장선점
코끼리표 밥솥 등 제치고 고가품 시장 점유율 90%
"Where is 'Magic com'?"('매직콤' 어디 있나요?)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카르푸·매크로·일렉트로닉시티 등 대형 유통·가전 매장 6곳을 들러 직원들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질문을 받은 직원들은 한결같이 취재진을 전기밥솥 코너로 안내했다.
'매직콤'은 서울에 본사를 둔 가전업체인 용마전자의 전기밥솥 브랜드. 이처럼 인도네시아에서 '매직콤'은 '전기밥솥'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선 이름조차 생소한 용마전자란 회사가 일본제 조지루시(일명 코끼리표 밥솥)·샤프 등 유명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는 인도네시아 전기밥솥 시장에서 전기밥솥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전기밥솥 시장 개척
용마전자는 원래 1981년부터 대우전자와 필립스에 전기밥솥 등 전기·주방용품을 납품하던 제조업체였다. 용마전자가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1996년 무렵. 국내시장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 해외 시장 외에는 활로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용마전자는 쌀 문화권인 아시아 지역을 돌며 시장 조사에 나섰고, 이때 눈에 띈 것이 당시까지 일반 솥에 밥을 지어먹는 게 일반적이었던 인도네시아였다.
"세계 4위의 인구(당시 기준 2억2000만명), 우리의 주력 제품인 '전기밥솥'이 통하는 쌀 문화권, 아무 경쟁자도 없는 신천지…. 모든 조건이 완벽했다. 일본 기업들은 시장이 없다는 이유로 진출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시장이 없어서 진출해야 한다고 봤다."(용마전자 마용도 회장)
용마전자는 취사와 보온 단 두 가지 기능만 갖춘 기초모델에 '매직콤'이란 브랜드를 달아 대대적인 신문 광고를 내며 현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매직콤'은 출시 1년도 지나지 않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1년 만에 하루 생산 능력 2000개인 경기 군포의 공장을 24시간 돌려도 수요를 맞출 수가 없었다. 현지 유통업체 직원들이 경쟁사보다 먼저 밥솥을 확보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경기 군포 공장에까지 와 기다릴 정도였다. 1997년 하반기부터는 매달 공장을 증설해야 했다. 생산시설은 하루 1만5000개 규모까지 7배 확대됐다.
-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대형마트 내 전기밥솥 매장. 현지에서 국내 중소기업인 용마전자의 전기밥솥 브랜드‘매직콤’은 전기밥솥의 대명사로 통한다. /용마전자 제공
◆한국서 개발, 중국서 생산, 인도네시아에 판매
용마전자에도 위기는 있었다. 첫 번째 위기는 1998년 무렵에 찾아왔다. 현지 가전업체들이 현지의 싼 노동력을 활용해 저가(低價) 제품을 제조, 시장에 풀기 시작한 것이다. 매출이 처음으로 20%가량 떨어졌다. 용마전자는 타사 제품명에 '매직콤'이란 단어를 못 쓰게 대응했다. 현지 업체들은 대부분 자사의 전기밥솥에 '○○○ 매직콤', '××× 매직콤' 등의 이름을 달아 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명(改名)을 거부한 현지 업체 4곳과는 소송까지 갔고, 승소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매직콤' 대신 '밥솥(rice cooker)'으로 이름을 바꿔 달고 나간 제품들은 더 이상 용마전자 제품의 적수가 되지 못했고, 매출은 다시 오름세를 탔다. 민경동 상무는 "그만큼 '매직콤'이란 브랜드가 가진 힘이 컸다"고 말했다.
두 번째 위기는 2005년 무렵 국내에서 찾아왔다. 인건비 상승이었다. 전기밥솥의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비슷한 기능의 일본 브랜드 제품보다 30% 이상 비싸진 것이다. 마용도 회장은 "30년 기업 인생에서 가장 안타까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국을 떠나는 것이었다. 서울 본사에 디자인·개발·마케팅 등 30명만 남긴 채 중국 광저우에 새 공장을 열었다. 한국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중국에서 생산해 인도네시아에 판매하는 3각 체제가 만들어졌다. 매직콤도 다시 경쟁력을 되찾았다.
◆"프리미엄 이미지 앞세워 사업 영역 확대"
현재 매직콤은 현지 시장점유율 25%를 기록 중이며, 50만루피아(약 35만원) 이상의 전자식 밥솥시장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지난해 매출은 3000만달러(약 340억원), 순이익은 70억원.
현지 사회공헌 사업도 활발하다. 2003년과 2008년 UI(인도네시아 대학) 등 현지 명문대학 두 곳에 도서관·음악당·카페테리아 등을 갖춘 건물을 각각 세웠다. 건물 명칭은 '한국관'. 작년 10월에는 지진이 일어난 파당 지역에 쌀 1만포대와 밥솥 1000개를 보내기도 했다.
용마전자는 앞으로 냉온수기·정수기 등의 사업 분야에 새롭게 진출할 예정이다. 마용도 회장은 "'용마'란 이름이 현지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산층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