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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제대로 해야

화이트보스 2010. 1. 18. 13:56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제대로 해야

  •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 2010.01.17 23:20

현행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은 1974년 최종 개정되어 2014년 3월에 효력이 만료되므로 그 이전에 개정이 필요하다. 원자력협력협정은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관련 활동과 제3국으로의 재이전 등에 대한 미국의 사전동의를 규정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의 평화적인 원자력 활동마저 큰 제약을 받고 있다.

협정 개정에는 양국 모두 국회 비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시간이 많이 남은 것이 아니다. 협정이 개정되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자원의 재활용이다. 사용후핵연료에는 타지 않고 남아 있는 우라늄이 93%나 된다. 재활용을 하게 되면 준국산 에너지나 다름없기 때문에 자원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재활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는 장기 프로그램 동의방식의 필요성이다. 지금은 개별 원자력 활동에 대해 일일이 사전동의를 받는 형식인데 이것이 보통 불편한 일이 아니다. 일본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모든 활동에 대해 장기적으로 미리 동의를 받는 방식을 얻어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셋째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분 부지 문제다. 이 부지는 가능한 한 축소해야 한다. 현재 20기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는 한국은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 즉 사용후핵연료를 원자력발전소 내에 보관하고 있다. 2016년이면 가득 차버려 특정한 부지를 선정해서 임시저장하면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결정해야만 하는 형편이다. 만약에 재활용을 하지 않고 직접 처분하게 되면 현재 경주에 짓고 있는 중·저준위 처분장의 10배 이상의 부지를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고, 원전을 가동하는 한 사용후핵연료는 계속 발생해 처분장 부지는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기술은 폐기물의 부피와 발열량을 획기적으로 줄여 처분장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협정 개정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바로 지금부터 국력을 총동원하여 대미 원자력 외교에 나서야 한다.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의 개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일본의 경우 외교·통상·과학·국방 등 정부부처들이 유사 이래 처음이라 할 정도로 똘똘 뭉쳐 미국을 상대했다. 전력회사와 재계도 팔을 걷어붙이고 힘을 보탰다. 미·일 원자력협정 협상 당시 일본 외무성 소속으로 협상에 참여했던 엔도 데쓰야(遠藤哲也) 전 뉴질랜드 대사는 미국의 의회를 움직이는 일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회고한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미 의회는 핵확산에 대단히 민감하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을 승인하는 일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성숙한 의원외교가 절실하다고 조언한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평화적인 한국의 원자력 활동을 설득하는 일이다.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한국은 평화적인 원자력 활동에 모범을 보여왔다. 더욱이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 방식도 일본이나 북한처럼 핵무기 개발과 연계 가능성이 있는 플루토늄 분리방식이 아니라 여러 물질이 함유된 혼합물질을 추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핵 비확산 정책에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제 한국은 요르단아랍에미리트에 원자로를 수출하는 원자력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견고한 원자력 협력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플랜트뿐만 아니라 핵연료 수출 등 자유롭고 평화적인 원자력 활동을 더욱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