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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의 공간혁명

화이트보스 2010. 1. 21. 14:23

85㎡의 공간혁명

한국일보 | 입력 2010.01.20 21:45

건설사들 "밋밋한 설계로는 시장 선택 못받아"
가변형 설계로 방 4, 5개
● '2개층 높이 천장' 아파트
●상식 깨고 펜트하우스 점령

이쯤 되면 중소형의 반란이라 할 만 하다.

중소형(전용 85㎡ㆍ25평 이하) 주택은 예전 방 3개가 고작이었지만, 이젠 중대형처럼 방이 4개, 심지어 5개까지 딸린 아파트도 등장했다. 심지어 복층 높이와 세대분리형 구조에 펜트하우스 스타일까지, 그야말로 '설계파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형 주택의 변신

↑ 벽 또는 슬라이딩도어를 설치해 거실 공간과 침실 개수를 조절할 수 있는 수원 아이파크시티 2차 84㎡ A타입 실내 모습.

↑ 중소형 주택에 침실 4개를 배치한 GS건설의 4면 개방형 설계

↑ 침실과 욕실 등은 1층 높이, 거실 부분은 복층 높이로 설계한 '더블하이트' 디자인이 적용된 실내 사진

좁은 면적에 설계 변화를 줘봐야 얼마나 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방, 거실, 주방, 욕실 등 최소한의 필수 공간을 배치하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중소형 주택에도 번뜩이는 재치가 더해지면 놀랄만한 공간 혁명이 가능해진다.

2개층 높이의 천장은 복층형의 대형 펜트하우스에서나 가능했던 설계. GS건설은 이 설계를 중소형 주택으로까지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이른바 '더블 하이트(double-height)' 평면으로 불리는 이 설계는 침실과 욕실 등의 천장고는 일반적인 1개층 높이로 설계하지만 거실의 천장고는 2개층 높이로 해 중소형의 획일화된 내부 공간에 변화를 준 것이다.

아직 이 설계가 적용된 단지는 없지만 GS건설은 앞으로 턴키로 발주되는 공모형 주택개발사업 등에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국내 최초로 전용 85㎡에 방 5개까지 가능한 설계를 개발한 SK건설은 놓치기 쉬운 공간을 방으로 활용한 케이스다. 안방과 거실사이, 또는 주방 옆 공간 등을 가변형으로 설계함으로써 이 공간을 모두 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 기존 침실 3개를 더하면 모두 5개의 방이 나오는 것이다.

펜트하우스도 점령

최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6.8대 1의 경쟁률로 마감한 경기 광교신도시 '한양 수자인'은 '펜트하우스=초대형'이란 공식을 깨고 이례적으로 전용 85㎡ 4가구를 맨 꼭대기층 펜트하우스로 공급했다.

다른 가구에 비해 3.3 ㎡ 당 150만원 가량 비싸게 공급됐지만,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이 중소형 펜트하우스는 무려 222대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인기몰이를 했다.

두산건설이 고양시 탄현에서 짓는 초고층 주상복합 '위브더제니스'에도 전용 59㎡의 소형 가구를 꼭대기 층에서 찾을 수 있다.

통상 소형과 중대형이 섞여 지어질 경우 소형 가구는 저층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아파트는 소형 가구를 고층에 배치함으로써 소형 입주자에게도 보다 낳은 조망권 기회를 열어 놓았다.

이 단지에서 가장 소형인 전용 59㎡를 49층짜리 한 개 동에 모두 배치하는 식으로 공급했다. 59㎡형 계약자 중 12명은 펜트하우스에만 허용되는 꼭대기 층에도 입주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타운하우스

중소형의 혁명은 아파트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적한 근교의 고급 주택가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타운하우스도 이제 더 이상 중대형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용 85㎡의 타운하우스가 선보이면서 타운하우스의 대중화 바람이 시작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중소형 타운하우스의 물꼬를 튼 곳은 중견건설사인 화성산업. 이 회사는 경기 용인 보라지구 8블록에서 '화성파크드림 프라브'라는 타운하우스(397가구)를 분양중이다. 공급면적 109㎡로, 전용면적 기준 85㎡에 해당하는 국민주택 규모 단지다.

이처럼 중소형 주택이 화려한 변신을 하게 된 것은 발코니 확장 합법화로 집을 보다 넓게 쓸 수있게 되면서, 전용 100㎡이상(40평대) 위주의 주택수요가 전용 85㎡ 이하 규모로 몰렸기 때문.

건설사들도 이 같은 수요 변화에 따라 중소형 주택공급에 주력하게 됐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톡톡 튀는 설계 개발에 몰두하게 된 것이다.

GS건설 주택설계팀 이용구 과장은 "아무리 주택수요층이 두터운 중소형 주택이라 하더라도 저마다 비슷하고 밋밋한 설계로는 시장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졌다"며 "중소형은 중대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설계변화가 어렵지만 결국 어떻게 설계 차별화를 이루느냐가 중소형 시장의 판도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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