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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투자 오픈세트장들 대부분 `쪽박`

화이트보스 2010. 1. 22. 11:48

지자체 투자 오픈세트장들 대부분 `쪽박` [연합]

2010.01.22 07:40 입력 / 2010.01.22 11:11 수정

일부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사례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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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을 투자해가며 앞다퉈 유치한 영화.드라마 오픈세트장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꾸준한 수익을 내며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사례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 한두 편을 찍고 난 뒤에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등 초라한 경영성적표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연합뉴스가 전국의 지자체 투자 오픈세트장 40여곳의 현황을 점검한 결과로는 경남 합천군의 영상테마파크 등 5∼6곳을 제외하고는 유명무실하고 2곳은 건립 1년도 넘기지 못하고 폐쇄됐다.

경기도 용인시는 2004년 12월 MBC가 백암면 용천리에 조성을 시작한 오픈세트장 'MBC 드라미아'에 60억원을 투자해 드라마 '신돈' 세트장을 꾸몄다.

용인시는 '신돈' 세트장을 포함해 2010년까지 MBC와 210억원씩 투자한다는 계획이었지만 2006년 MBC와 협약이 깨지면서 'MBC 드라미아' 조성 사업에서 손을 뗐다.

결과적으로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린 셈이 됐고 시의회로부터 '헛돈' 사용의 책임을 지속적으로 추궁받고 있다.

경남 산청군 차황면 황매산드라마세트장은 2000년 ㈜강제규필름의 영화 '은행나무 침대 2' 촬영을 위해 산청군이 10억원, 영화사가 30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황매산 일원 1만4천여㎡에 꾸며진 이곳은 영화 '단적비연수'와 '천군, MBC 드라마 '주몽'과 태왕사신기, KBS 드라마 '바람의 나라' 등의 촬영 장소로 활용되면서 관심을 끌었지만, 영화와 드라마 촬영이 끝난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산청군은 지난해 2억여원을 들여 훼손된 세트장을 리모델링했으나 이후 관광수입은 전무한 상태에서 오히려 시설물 정비와 관리인 인건비로 매년 6천600만원의 지출만 있다.

충남 부여군이 2006년 군비 60억원을 투자해 충화면 가화리에 조성한 드라마 '서동요' 세트장도 관광수입 제고라는 기대와 달리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부여군은 간이식당과 주차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어른 2천원, 어린이 1천원을 입장료로 받고 있으나 관람객은 월평균 1천500명 수준이다.

군이 지난해 거둬들인 입장료 수입 3천600만원은 인건비를 포함해 시설유지비 2억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 시도의 MBC 드라마 '슬픈 연가' 세트장과 충남 태안군 남면 몽산리의 SBS 드라마 '장길산' 세트장 등도 갈수록 채산성이 나빠져 사실상 폐쇄 상태다. 수원의 SBS 드라마 '왕과 나' 세트장은 지난해 폐쇄됐다.

일부지만 드라마나 영화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사례도 있다.

2004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한 경남 합천의 오픈세트장 '합천영상테마파크'가 대표적인 곳이다.

이 세트장은 합천군이 40억원, 제작사인 ㈜강제규필름이 100억원을 투자해 지었다. 이곳에서는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 KBS 드라마 '서울 1945' 등 이른바 '대박' 작품이 이어지면서 합천군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합천군은 이 영상테마파크에서 한 해 평균 2억4천만원의 입장료 외에 소품 임대 5천만원, 매점 등 임대료 2천5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합천군 하쌍복 관광행정담당은 "합천영상테마파크는 해인사와 연계된 하루 코스 관광벨트로 관광객이 몰리고 있고 인근 숙박업소와 식당을 이용하는 촬영 스태프들이 뿌리는 돈도 제법 짭짤하다"고 했다.

2003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SBS 드라마 '올인'의 제주 서귀포 섭지코지 세트장은 남제주군과 제작사인 ㈜초록뱀, SBS 프로덕션이 '제3섹터' 방식으로 설립했다.

촬영 당시 가설 건물이었던 세트장이 그해 9월 태풍으로 망가지자 남제주군과 제작사는 30억원 이상을 공동 투자해 18개월의 공사 끝에 '올인 하우스'를 완성했다.

개관 초기에는 적자가 계속됐으나 기념품 판매, 카페 운영, 웨딩 촬영 등 부대사업을 시작하면서 매출이 2007년 5억4천만원, 2008년 7억5천만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방문객 35만명에 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국회 문광위 소속 진성호 의원은 "지자체가 많은 돈을 투자해 경쟁적으로 오픈세트장을 지은 결과 관광수입으로 선순환되지 않고 폐쇄 위기에 몰리는 등 예산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인 지성호 조성민 김경태 신재우 손대성 최정인 김지선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