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예는 가상의 상황이지만 조만간 현실화될 시나리오다. 내년부터 본격 도입되는 IFRS는 단순히 재무회계의 문제를 넘어 기업운영 방식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회계란 기업활동 등 경제 현상을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어떤 처리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손익과 가치가 달라진다. 그간 나라마다 회계원칙이 달라 기업활동에 대한 평가가 차이가 났으며, 이는 비효율과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이 같은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은 자산·부채·손익을 평가하는 데 하나의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IFRS 도입의 당위성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에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K-GAAP 기준으로 작성된 재무제표를 IFRS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한국 기업이 외국 증시에 상장할 때도 수년치 재무제표를 IFRS로 바꿔 새로 감사를 받아야 했다. 이 같은 혼선과 불편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국제적으로 통일한 기준이 IFRS다. 이미 많은 나라가 적용하고 있는 이 제도를 우리가 도입한다면 회계 투명성에 관한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에도 기여할 것이다.
여기서 경영진의 사고방식 전환은 필수적이다. ‘막상 닥치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이한 사고방식은 화를 부를 수도 있다. 우리보다 앞서 IFRS를 채택한 유럽의 일부 기업이 IFRS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많은 시행착오 끝에 막대한 비용을 치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관련 인력 양성도 필수적이다. IFRS가 도입되면 기업은 처한 상황에 대해 스스로의 판단으로 회계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역량 있는 내부 인력이 있어야 한다. 자체 전문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외부 감사인이 재무제표와 주석 작성을 대행하는 이제까지의 관행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규정과 제도의 도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운영이고 보면, 결국 운영 인력의 자질이 신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것임은 분명하다. IFRS의 원활한 도입과 정착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함종호 딜로이트안진 감사부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