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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박근혜 화두는 ‘증자의 돼지’

화이트보스 2010. 1. 23. 22:03

요즘 박근혜 화두는 ‘증자의 돼지’ [중앙일보]

2010.01.23 02:46 입력 / 2010.01.23 03:54 수정

자식과 약속도 지키라는 중국 고사
세종시 신뢰 강조하며 자주 인용
“노 정부 산물이라는 평가는 비겁”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지난해 어떠셨어요.”

▶H 의원=“지역 현안과 공약 때문에 정신 없었습니다.”

▶박=“어떤 걸 하셨어요.”

▶H=“특목고도 유치하고 지하철 연장도 추진하고….”

▶박=“아이고, 많이 하셨네요.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해요. 쉽게 약속해서도 안 되지만 약속은 꼭 지켜야 합니다.”

올 초 박근혜(사진) 전 대표와 한 의원이 나눈 대화다. 박 전 대표가 ‘신뢰와 원칙’을 중시하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당 주류 측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선 약속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압박을 가하지만 그는 꿈적 않는다. 그는 지인과 보좌진에게 자신의 신뢰관을 설명하기 위해 중국 고전 『한비자(韓非子)』의 고사 ‘증자(曾子)의 돼지’를 인용한다고 한다.

◆‘증자(曾子)의 돼지’=박 전 대표는 세종시 얘기가 나오면 종종 ‘증자의 돼지’ 고사를 들려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는데 아이가 울면서 따라간다고 보챘다. 아내가 ‘돌아와서 돼지를 잡아줄 테니 집에 있으라’고 달래자 아이는 말을 들었다. 아내가 장을 보고 돌아오자 증자가 돼지를 잡으려 했다. 아내는 ‘아이를 달래려 한 말인데 정말 잡으면 어떡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증자는 ‘당신이 아이에게 뭐라고 했느냐. 아이에게 속임수를 가르치려고 하느냐. 어미가 자식을 속이면 자식이 어미를 믿지 않게 된다’며 돼지를 잡았다.”

박 전 대표는 이런 얘기도 한다. “박사 학위를 10개 가진 뛰어난 능력의 친구라도 신뢰를 깨면 누구도 같이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이 중요한 약속을 안 지키면 국민들은 아무것도 믿지 않게 되고 정부 정책은 신뢰를 잃게 된다. 이는 비효율로 이어진다. 위정자가 국민을 믿게 하는 데 많은 에너지, 많은 인력과 예산을 낭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탓하는 건 비겁”=2007년 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박 전 대표를 지지했지만 세종시에 대해선 이견을 가진 인사가 최근 박 전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세종시를 노무현 정부의 사상이 담긴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비겁하다”는 박 전 대표의 주장을 들었다. 이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것 같더라. 세종시 관련법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공당인 한나라당과 당시 대표였던 자신이 민주적 절차를 거쳐 만든 것이란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2004년 7월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행정기관 이전 문제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토론한 뒤 당의 공식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중요한 국가대사를 두고 당이 또 당론을 번복하고 국민을 두 번 속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로부터 7개월 뒤인 2005년 2월 행정기관을 일부 이전하는 내용의 당론은 확정됐다.

◆여론 향배는=세종시 행보와 관련,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두 가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선 약간의 이탈이 있고, 호남 등 한나라당 열세 지역에선 지지율이 조금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이 측은 “영남권과 보수층에서 이탈 현상이 보여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하고, 친박 측은 “지지층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가영 기자

증자(曾子)의 돼지

■ 공자의 제자인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는데 아이가 울며 따라 나왔다. 아내는 “돌아와 돼지를 잡아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내가 집에 와보니 증자가 돼지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아내는 “ 아이를 달래려 한 말인데 정말 잡으면 어떡하느냐”며 증자를 말렸다. 그러나 증자는 “아이에게 속임수를 가르쳐선 안 된다”며 돼지를 잡았다. 출처=『한비자(韓非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