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헬스케어

약초 캐는 연구원...토종 식물은 신약의 원천

화이트보스 2010. 1. 29. 14:09

<고양시 서울대 약대 부설 약초원 르포>

 

경기도 고양시의 한 온실. 밖에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었지만, 온실 냅는 섭씨 18도로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야 할 정도로 따뜻했다. 온실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자라는 것은 예쁜 꽃이나 과일나무가 아니라 온갖 잡초들이었다. 사람을 구할 신약 물질이 그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약대 부설 약초원 온실은 각종 신약을 낳을 토종(土種)식물이 자라는 보고(寶庫)였다.

 

◆약초 캐러 다니는 약대 연구원

서울대 약대는 경기도 파주,고양,시흥등 총 3곳에서 약초원을 운영하고 있고, 국내 식물이 총 3300종이니 3분의 1을 약초원이 키우고 있다.

약초원 연구원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풀,나무가 단순한 식물이 아닌 질병 치료의 원천이다.

심마니가 산삼을 찾듯이 약초가 될 수 있는 풀, 나무를 캐기 위해 해마다 지리산,덕유산,한라산 등을 훑는다.

서울대 약대 김영중 교수는 "나무,풀을 약재로 바꾸는 일은 많은 시간과 땅이 필요하다"며 "바꿔 말하면 후발 주자가 단번에 선발 주자를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가 천연물 신약 개발이다"고 말했다.

 

◆ 치매 치료할 천연물 신약 개발 중

현재 서울대 약대는 국내 기업과 공동으로 국내 토종 식물에서 뽑아낸 물질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환자 대상 임상2상 시험을 하고 있다.

획시적인 치매 치료제를 내 놓는다면 타미플루 못지않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역시 원료를 자연에서 얻었다.

천연물 신약 과정은 식물에서 약효가 있는 물질을 추출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된다.

산과 들의 평범한 나무,풀이 약초가 되려면 질병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이때 조상의 지혜를 빌리기도 한다.

서울대 약대 성상현 교수는 "중국의 본초강목, 우리의 동의보감은 천연물 신약 개발의 보고" 라며 "약효를 가진 물질을 어떤 풀,나무에서 얻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된다" 고 말했다.

 

◆ 세계 각국에서 천연물 신약 개발 경쟁

천연물 신약은 적은 투자비로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지름길이다. 독일,미국,중국 등 세계 각국이 앞다퉈 천연물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상현 굣는 "국제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천연물 의약품 시장은 600억 달러(약 66조원) 이상이며, 매년 평군 15% 이상 성장하고 있다" 고 말했다.

천연물 의약품이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최대 난관은 안정적인 원료공급이다. 풀이나 꽃에서 원료를 추출하다 보니 대량으로 생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생산 확대를 위해 공장 세우듯이 전국 곳곳에서 재배할 수도 있지만, 이러면 원래 얻었던 약효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같은 지역에서도 기후에 따라서 약효가 달라진다.

그러다보니 땅값과 인건비가 싼 해외로 재배 지역을 확대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천연물 신약이 자연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임상 시험 검증에는 강점으로 작용하지만, 대량 생산에는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김영중 교수는 "천연물 약품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약초원은 수확시기, 비료, 토양 성분을 달리하면서 최적의 약효를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