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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민간단체 '삐라'가 평양·남포까지?

화이트보스 2010. 1. 30. 15:29

南 민간단체 '삐라'가 평양·남포까지?

 

입력 : 2010.01.30 02:56 / 수정 : 2010.01.30 13:39

北출신 탈북자들이 보내 '거짓선전'이라고 안 믿어
김정일 사생활 폭로에 군인들도 큰 충격받아

남북 군사실무회담 북측 단장은 13일 남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이 1일 경기도 임진각에서 반공광증(反共狂症)에 들떠 수십만장의 삐라를 우리로 보내는 난동을 부렸다"면서 "극우보수단체들을 해산하고 주범들을 엄벌에 처하라"고 요구했다.

북한 군부는 2008년 10월 28일에도 남북 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대변인 이름으로 남한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등이 지속될 경우 인민군대의 단호한 실천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 후 북한당국은 수시로 남측에 삐라 살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탈북자 단체와 개인의 구체적인 명단까지 제시하며 남측이 해결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처치하겠다는 극단적인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1997년 이전 국방부 차원에서 수천만장씩 전단을 날려왔고 노무현 정권 때도 민간단체의 삐라 살포가 지속됐지만 최근 북한의 삐라 신경전은 도를 넘고 있다. 탈북자들이 보내는 전단지가 그만큼 위협적인 것일까?
2008년 11월 20일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경기도 김포 문수산에서 대북 삐라를 담은 풍선을 날려보내고 있다. 조선일보 DB
북한당국이 삐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첫째는 민간단체들의 애드벌룬을 이용한 삐라 살포가 점점 정교화·대형화되면서 북한 내부에 광범위하게 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황해도 지역은 인민군 주요 군단이 배치돼 있는 최전선인데 과거 한국정부의 전단 살포가 중단되고 대형전광판이 철거된 이후 외부와 단절돼 있었지만 지금은 일방적으로 삐라에 노출되고 있다.

두 번째는 삐라 살포의 주체가 같은 북한 주민이라는 데 있다. 남한사람들이 보낸 삐라는 과장된 선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향 사람들이 직접 보내는 삐라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탈북단체들이 보내는 삐라는 황해도 지방을 지나 평남 남포와 평양까지 날아간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 남포 지역에는 대형풍선 수십개가 날아와 거리에 뿌려진 삐라 내용 때문에 난리가 났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북한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지역 국가보위부가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남포시 국가보위부는 삐라가 살포된 지역의 전체 주민들을 아파트에 가둬둔 채 삐라가 다 수거된 후에야 주민들의 통행을 허용했다고 한다.

황해도 정방산 일대의 김정일 별장에까지 삐라가 떨어져 북한고위층을 자극했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입국한 군인 출신의 한 탈북자는 "황해도 지역에 주둔하는 군인들이 탈북자 삐라에 상당한 충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난잡한 사생활이 담긴 전단을 보는 군인들의 심정은 참담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굶으면서도 총과 폭탄으로 옹위해야 할' 장군님(김정일)의 사생활에 대한 믿을 수 없는 사실 앞에 분노한다는 것이다.

지속되는 삐라 살포로 군대 내에서도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흔들리는 것이다. 황해도 지역 인민군 보위부는 남쪽에서 풍선이 날아올 경우 군인들의 외출을 중단시키고 삐라 수거가 끝난 이후에야 군인들을 풀어준다고 한다.

일단 주운 삐라에 대해서는 일절 보지 말고 보위부에 내라고 명령하지만 이제 삐라에 담긴 내용에 호기심을 느낀 군인들의 눈을 막는 단계는 지난 것이다.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과거 한국정부가 보내는 대형풍선들이 평양 상공까지 날아와 삐라가 뿌려질 때에는 사람들이 내용의 진실을 믿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효과가 반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우선 삐라 내용에 북한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최고지도자 김정일의 사생활이 적혀져 있고 북한 사람들이 다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파괴력이 생기는 것이다.

현재 삐라를 전문으로 뿌리는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북한에 전단을 보내는 것은 정보가 차단된 인민들에게 알 권리를 주는 최소한의 의무이기 때문에 김정일이 아무리 협박해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