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느리게,...부드럽게, 격렬하게...닫힌 몸과 마음 여는 '소리의 마법'
지난 11일 아침 9시 마리아플러스병원 심신의학센터 음악치료실(서울 송파). 임신을 소망하는 10여명의 여성이 푹신한 안마의자에 누워있다. 어둠침침한 분위기에 살포시 눈을 감는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새소리와 물소리가 들린다. "나는 지금 매우 편안합니다. 기분 좋은 에너지가 내 몸을 가득 채워줍니다. 내 기분이 매우 차분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음악치료사의 안내에 따라 예비 임산부들이 심신을 이완하는 음악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우울증 떨쳐내고 임신 성공하기도
결혼 후 4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던 양모(33. 서울 마포구)씨. 불임으로 극심한 좌절감에 시달리던 그녀에게 담당 의사가 음악치료를 권했다.
양씨는 음악치료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당황스러울 정도의 눈물이 계속 났어요. 마음속에 응어리졌던 불안,우울,자책감이 한꺼번에 밀려왔어요." 그동안 상처받고 힘들었던 자신을 마주하니 마음이 한결 후련해졋다고 했다. 양씨는 이후에도 세 번이나 시험관 아기에 실패했지만 그때마다 음악치료로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해 말 드디어 임신에 성공, 건강한 아기를 안았다.
음악치료가 병원을 비롯해 사회 각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환자의 정신,정서장애 치료는 물론 신체 재활에도 적극 활용된다.
심장박동 등 생체리듬이 음악에 '공명'
음악을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인체에도 고유한 리듬이 있기 때문이다. 심장박동,호흡,뇌파 등 생체리듬이 있어 본능적으로 음악에 공명한다. 빠른 템포의 음악이 맥박을 빠르게 하고, 느린 음악이 몸을 이완시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빠른 음악을 틀어 손님을 서두르게 만들고, 서점에서 차분한 음악으로 책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도 여기에 근거한다.
음악치료의 효과는 뚜렷하다. 마리아플러스병원 임소현 음악치료실장은 "채혈이나 시험관 아기(IVF) 시술을 앞둔 여성은 극도로 긴장해 시술에 영향을 미친다" 며 "이때 음악은 심신의 이완을 통해 혈압,맥박,심장박동,뇌파를 안정시켜 임신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실제 마리아병원에서 2008년 9월부터 1년간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한 1327명을 조사한 결과 음악치료 참여자(654명)의 임신율이 42.2%로 비참여자(673명) 35.9%보다 높았다.
음악이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억과도 관련이 있다. 리듬과 음률은 청각을 통해 뇌의 변연계를 자극한다. 이마 부위 쪽에 발달한 변연계는 감정을 조절하는 중추.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음악은 뇌 안에서도 기억의 저장소로 불리는 측두엽을 거쳐 번연계에 도달한다"며 "치매 환자도 과거에 들었던 음악에 대한 느낌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인과 사랑을 나누며 즐겨 듣던 음악을 평생 잊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
치매환자도 "추억의 음악"엔 반응
음악은 기억력과 사고력을 관장하는 전두엽도 자극해 집중력,학습능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 특히 모차르트 음악이 뇌 기능을 좋게 한다는 '모차르트 효과' 이론이 성행한 적도 있다. 다른 클래식 음악은 음률의 변화가 극적인데 반해 모차르트 음악은 단순한 곡조가 반복되면서 뇌에 일정한 자극을 준다는 것이 이론의 배경이다.
음악치료는 듣는 거 외에도 떠오르는 감정에 대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기도 한다. 환자가 직접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일산에 있는 성요셉아동발달치료센터. 이곳에선 발달장애이나 자폐증.ADHD(주의력결핍과잉운동장애) 등 정서장애 어린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타악기로 즉흥연주를 한다. 8년째 음악치료사로 활동중인 정혜선씨는 "음악은 미음을 닫고 있던 발달지역 아동이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이라며 "처음에는 아동이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이 라며 "처음에는 무의미한 소리로 반응하지만 점차 의미있는 언어로 바뀌면서 언어와 인지능력이 발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음악치료가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음악치료학회 김군자회장은 "정신분열증 환자는 환청이나 환각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며 "질병에 따라 적용하는 음악치료를 달리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분열증 환자에게 적당치 않아
한방에서도 음악치료가 적극 도입되고 있다
한방음악치료는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는(心身一如) 한의학을 토대로 질병의 원인을 찾아 음악을 처방한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이승현(한방음악치료센터장) 교수는 "동양의학서의 기본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는 국악의 오음인 '궁,상,각,치,우'와 우리 몸 오장(비,폐,간,심장,신장) 간의 상관성을 설명하고 있다"며 "이는 2500여 년 전 동양에서도 음악을 치료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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