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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에서 친이·친박 집안 싸움 벌인 한나라당

화이트보스 2010. 2. 6. 16:55

국회 본회의장에서 친이·친박 집안 싸움 벌인 한나라당

입력 : 2010.02.05 22:17

한나라당 친이·친박 의원들이 4일 국회 본회의 정치 분야 대(對)정부 질문에 이어 5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세종시 문제를 놓고 거친 말싸움을 벌였다. 친이측은 "세종시 원안(原案)은 충청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야합의 산물이자 사생아"라면서 "자기가 속한 계파 보스의 입장을 앞세우기 때문에 세종시 문제가 정쟁(政爭)이 됐다"며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측을 몰아세웠다. 여기에 맞서 친박 의원들도 "세종시 원안 파기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대통령과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일부 친박 의원은 최근 박 전 대표와 여러번 충돌했던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등을 향해 "몰염치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이 당내 계파 싸움을 국회 본회의장에까지 끌고 들어온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유례(類例)가 드문 일이다. 한나라당은 당내에서 세종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섣불리 의원총회를 열었다가 두 계파가 정면 충돌할 경우 당 내분사태가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자 친이·친박 두 계파가 국회 본회의장을 무대로 볼썽사나운 집안 싸움을 국민 앞에서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운찬 총리도 "정치 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찬반 입장이) 달라져 안타깝다"고 했다가 친박측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국회 대정부 질문은 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을 출석시켜 정부 정책의 문제를 짚어보고 국회의원 나름의 대안(代案)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밀도(密度) 있는 토론을 위해 정치, 외교·통일·안보, 사회, 경제 분야로 나눠 대정부 질문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당 내 친이·친박 싸움에 묻혀 남북 정상회담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이양문제, 화폐개혁 실패 후 북한 내부 사정 같은 국가적 현안들은 모두 뒷자리로 밀려났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5일 민주당 등 야당을 겨냥해 "대정부 질문이 우려했던 대로 세종시로 시작해 세종시로 끝나고 있다"며 "(지금 같은 식이라면) 대정부 질문을 폐지하는 게 옳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대정부 질문이 '세종시 정쟁'으로 흘러간 데는 야당보다 한나라당 내분의 책임이 훨씬 크다. 야당을 탓하기 앞서 여당 내부 정리부터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