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의장의 가장 큰 일은 국회의원 출석 챙기기다. 김형오 의장은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이 있던 지난 4일 텅 빈 회의장을 보면서 "방청석의 초등학생들 보기 부끄럽다"고 했다. 외교·안보분야 질문이 있던 5일에는 의사정족수(재적 5분의 1) 부족으로 개의(開議)를 못하자 초등학생 출석 체크하듯이 의원들을 호명(呼名)하기까지 했다. 경제분야 질문이 있던 8일 오후에는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이 방청한 덕분에 150명이 참석했지만 그나마 그가 자리를 뜨자 금세 60여명으로 줄었다.
지난 정기국회 때 법률소비자연맹의 대정부질문 출석률 조사에선 90%가 회의 시작 때만 잠깐 얼굴을 보이곤 사라져 회의가 끝날 무렵엔 26.4%만 남아 있는 걸로 나왔다. "이런 대정부질문은 폐지하는 게 낫다"는 국회의장 말이 옳다.
국회의원들은 현대 국회의 핵심기구라는 상임위에서도 자기 질문만 하고는 사라져 버린다. 북한인권법 같은 중요 법안도 정족수 부족으로 처리를 못했으니 일반 회의는 더할 나위도 없다. 다른 의원들 질의를 안 듣기 때문에 앞에 나온 질문을 몇 번씩 반복하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아 국회로 보내는 이유는 국민을 대신해서 나라의 살림살이가 헤프지 않나를 감독하고, 그에 필요한 법과 제도를 만들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국가 미래가 걸렸다"던 세종시가 논의되는 본회의장은 매일 비워 두고, 300조원 가까운 예산안을 몇 달간 팽개쳐두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돼서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해치우면서 국민부담을 1조원이나 늘려놓은 것이 18대 국회의원들이다. 기업에서 이랬다면 당장 책상이 없어졌을 것이고, '철밥통' 공무원도 다면(多面)평가에 걸려 단박에 좌천됐을 일이다.
국회법 32조는 회의에 안 나온 의원들 활동비를 깎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에는 "지역구 활동 등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이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면 18대 국회의원 가운데 감봉·징계를 면할 수 있는 의원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의원들이 본회의와 상임위에 참석한 시간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국회사무처는 의원들 자리에 설치된 전자단말기를 이용하면 지금이라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문제는 뒤가 구린 의원들이 이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도 책임이 크다. 회기마다 의원들의 출결(出缺) 내역을 지면과 방송으로 전달하고 기록에 남겨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심판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버릇 고치기는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언론은 회의 팽개친 국회의원 명단 상세히 공개해야
입력 : 2010.02.08 22:10
'경제,사회문화 > 사회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설에도 여유 있는 나라 (0) | 2010.02.09 |
---|---|
한미 FTA, 공기가 달라진 느낌 (0) | 2010.02.09 |
인순이의 뉴욕 '思父曲' (0) | 2010.02.09 |
로버트 박 北서 심하게 맞았다" (0) | 2010.02.09 |
中 '세계 최고속열차' 굴욕..잇단 고장 (0) | 2010.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