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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공기가 달라진 느낌

화이트보스 2010. 2. 9. 18:23

한미 FTA, 공기가 달라진 느낌

입력 : 2010.02.08 23:02

 

빅터 차 美 조지타운대 교수·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전망이 8개월 전보다 밝아진 것 같다. 2007년 한미 양국이 합의한 이 협정(協定)은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사망 선고(宣告)를 받은 것처럼 보였다. 미국 민주당은 공화당의 부시 전 행정부가 합의한 이 협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특히 자동차 관련 조항들을 의회 승인(承認)의 장애 요소로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중국산 타이어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것을 제외하면 통상(通商) 문제에 관해 거의 침묵했다. 한국인들이 미 정부에 한미 FTA의 처리 상황을 물으면 언제나 건강보험 개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더 큰 현안의 처리가 우선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이 연간 3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무역 적자와 두자릿수 실업률이란 문제를 안고서 무역 문제에 재량(裁量)을 발휘할 여지는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는 2009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오바마는 충격을 받았다. 거의 모든 APEC 정상들이 그에게 미국의 무역 정책 방향을 질문했기 때문이다. 세계 무역의 44%를 담당하는 APEC 회원국 정상들로서는 취임 11개월차인 미국 대통령이 자유무역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채 APEC 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APEC 회의 직후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미 FTA를 미국이 비용 부담 없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미국의 서비스업 등 일부 산업의 고용이 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또 2009년 1~3분기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 흑자가 약 100억달러로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약 2090억달러)에 비해 훨씬 적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3만명을 증파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익에 따라 정책 결단을 내린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자신의 지지층과 맞섰다는 점에서 오바마가 자유무역에 대해서도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올해 1월 매사추세츠주 연방 상원의원 보궐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서 민주당이 상원에서 공화당 방해 없이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는 '60석' 지위(地位)를 상실했다. 이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건강보험 등 개혁 입법 과정에서 공화당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악관이 무역 문제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 와중에 한국은 EU(유럽연합)·인도와 FTA를 조용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진전시켰다. 이 무역협정이 발효되면 미국은 한국 시장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미국 기업과 통상 전문가들이 잠자코 있을 수 없다. 이런 변화들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 국정연설에서 한미 FTA에 청(靑)신호가 될 언급을 하게 된 것이다.

누구도 가까운 장래에 미 행정부가 FTA 비준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월 미국 중간 선거 직후 FTA 협정을 통과시키려는 강력한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 터무니없지는 않다. 그렇다. 나는 몇 달 전보다 한미 FTA에 더 긍정적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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