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정철 안양시민·도시공학박사
안양시의 순수한 의도는 공시지가로 추정할 때 4000억원이 넘는 시청사 부지를 상업·업무·컨벤션·문화예술 활동 등이 활발한 복합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데 있다. 값비싼 부지를 공무원 전용공간으로 쓰기보다는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돌려주고자 하는 시민복지적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1990년대 초 개발된 평촌 신도시로 인하여 안양의 새로운 CBD(중심상업업무지구)로 급부상한 시청 주변의 안양 벤처밸리지역은 약 20년 동안 금싸라기 땅으로 탈바꿈했다. 안양시 100층 청사의 본질은 금싸라기 시청사 부지를 민자 유치를 통해 고밀도 복합공간으로 활용하려 하는 것이다. 100층 건물 중 시청사 공간은 6개 층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본다.
토지가용자원이 부족한 안양시의 경우 인구 감소라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인구 감소는 세수(稅收) 감소로 이어지게 되고, 세수 감소는 시민 복지의 축소로 귀결됨에 따라 세수 증대를 위한 몸부림의 하나로 '시청사 부지의 고밀도 이용'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최근 도시경영 개념의 중요한 기법 중 하나로 토지의 고밀도 이용은 세계적 추세이다.
더욱이 토지의 고밀도 이용은 요즘 글로벌 명제인 녹색성장에도 크게 기여하는 부문이다. 2000년 이전까지는 성냥갑 아파트처럼 건폐율이 높고 용적률이 낮은 토지이용 패턴이 주류를 이뤘지만, 2000년 이후부터는 건폐율이 낮고 용적률이 높은 고밀도 토지이용이 대세이다. 여유 공지가 많고 확 트인 조망과 통경축(通經軸·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확보된다면 초고층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3대 벤처밸리가 테헤란 밸리·구로디지털 밸리·안양 벤처밸리라는 데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사무실 임대료, 고급인력, 고속도로 연계, 배후주거지 등을 기준으로 안양 벤처밸리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본다. 안양 벤처밸리의 중심에 위치한 용적률 70%의 시청사 부지를 복합공간으로 전환해 용적률 1000% 이상으로 고밀화하여 민간자본을 도입하고자 하는 안양시의 청사진을 '초고층 호화청사'라고 매도하는 것은 한쪽 면만 본 지나친 시각이라고 본다. 안양의 발전을 소망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본질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