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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쵸-라싸-청두 |
글,사진 안진헌(charlesk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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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존재하는 쓸쓸한 마을, 담슝
남쵸를 가는 여행자들은 담슝을 지나친다. 칭짱열차를 타는 승객은 담슝을 지나친다. 그러나 점심을 먹기 위해 애써 정차하지 않는다면 담슝을 기억할 일은 생기지 않게 될 것이다.
은하철도 999가 지구에서 가장 높은 철도를 지난다.
열심히 달리면 일몰시간에 남쵸에 도착할 것도 같았으나, 마지막 일정은 무리하지 않기로 결정이 났다. 아무것도 없는 썰렁한 마을 담슝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 것이다. 남쵸에 비해 해발 고도가 낮아서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곳이다.
해발 4,000m 이상을 달리는 담슝으로 향하는 길은 벌써 겨울이다.
담슝은 티벳의 한복판이 아니라 마치 티벳의 끝자락에 위치한 이름 모를 나라와 국경을 접한 국경 도시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것이 단번에 눈에 띄는 쓸쓸한 마을. 스산한 겨울에 내리는 비처럼 담슝의 저녁은 쓸쓸함을 더하고 있었다.
거리로 나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이미지로 남기려했다. 내리던 비는 가까운 산자락에 그대로 눈이 돼어 쌓였을 것이다.
저 곳을 혼자갔다면 추위보다 외로움에 치를 떨었을 것이 분명하다.
담슝의 일몰과 일출이 기대치보다 훌륭했기에 남쵸에서 잤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러나 3대가 덕을 쌓아야 남쵸에서 일몰과 일출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말에 안도하며 추위에 떨지 않고 담슝에서 하루를 보낸 것이 잘한 선택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어제 내렸던 비는 가까운 산들을 하얗게 만들어 놓았다. 아침이 되면서 하늘을 덮던 구름이 하나씩 밀려가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파란 하늘이 남쵸에 빨리 오라고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담슝의 아침, 남쵸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19.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모든 아름다움, 남쵸
무슨 말로 설명을 달지. 그 곳에 가보는 수 밖에.
해발 5,190m. 이번 여행에서 가장 높이 오른 곳이다. 남쵸를 가기 위해서는 라겐-라 Lagen-La를 넘어야했다. 9월 중반의 날씨였지만 라겐-라에서는 매서운 겨울의 찬바람 때문에 오랫동안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시린 손으로 숨을 멈추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도 곤욕스런 순간이 아주 잠시 흘렀다.
해발 5,500m를 기준으로 산소가 50%로 줄어든다고 한다.
라겐-라로 오르던 동안 우리는 구름 위로 올라갔다. 언덕 너머에는 남쵸 풍경이 온전히 펼쳐져있다. 해발 7천미터의 설산에 둘러싸인 남쵸와 주변의 초원을 차로 달리며, 우리는 하늘과 길이 맞다은 듯한 착각에 빠져들고 있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정차를 하는 동안에도 초원과 하늘과 호수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게 달려 하늘로 오르자.
인간의 힘은 자연보다 위해한 것일까? 포장 도로가 있다.
하늘과 지평선이 맞닿은 착각이 들게한다.
그 곳에서
생존이 가능한 사람은 정착민이 아니고 유목민이다.
인간이 구름과 같은 높이를 걷는다.
당신도 셔터 소리를 들으며 행복했겟지.
모델로 손색이 없던 스님.
호수 옆에서 5분여를 같이 놀아주던 할매. 이빠진 얼굴을 들어내며 웃던 모습이 곱다.
남쵸, 그 곳에서 우리는 몇 시간 머물자고 서로에게 약속을 정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기사의 눈치를 보며 우리는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남쵸 이곳저곳을 걷고 쉬며 셔터를 누르기에 정신이 없었다.
호수인지 바다인지 가늠하기 힘든 풍경, 호수가 산 위에 있는지 하늘 아래 있는지 가늠하지 힘들 정도로 하늘빛을 투영한 파란 호수는 완벽한 신기루처럼 다가왔다.
남쵸는 분명 인간 세상의 풍경이 아닐 것이다.
20. 라싸를 떠나며
남쵸에서 늦게 출발해 라싸에 돌아온 시간은 역시나 저녁 8시가 다 된 시간. 다시금 만달라 호텔 옥상에 오른다. 포탈라 야경이 아주 가까이에 보여 진다. 라싸 맥주를 한 잔 마시고는 야크 스테이크로 그간 고생한 배를 채운다.
안녕 포탈라.
동행들도 이젠 선명하게 기억할 것 같은 길을 달려 라싸 공항에 도착했다. 청두로 가는 그날의 마지막 비행기. 아무 의심 없이 비행기를 기다렸다. 주변에서 웅성대는 소리도 들렸지만 연착은 자주 있던 일인지라 보딩 시간이 다 돼서 인포메이션으로 향했다. 못 알아듣는 중국말을 통역해 준 중국계 미국인은 비행이 취소됐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대합실 밖으로 보이는 활주로가 텅 비어 있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건 모두에게 힘들 일.
취소된 비행기는 취소된 이유가 없다. 단지 청두에서 출발해야 할 비행기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청두에 전화를 걸고 서울에 전화를 걸어 필요한 것들을 부탁한다. 라싸는 공항의 특성상 야간 비행을 하지 않으므로 청두에서 비행기가 늦게 출반한다고 해도 그 날 비행기를 탈 가능성은 없다. 다시 라싸로 돌아와 항공사에서 제공한 호텔에서 하루를 묵는다. 덤으로 라싸의 하루를 더하게 됐다고 해야 하나. 단골집에 들려 차를 한 잔 더 마셨다.
21. 산 아래 사람들. 속세라 부르는 세상이 내가 살던 세상이었다.
라싸에서 청두로 향하는 비행기. 결국 라싸에서 하루 밤을 더 보내고 나서야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티벳은 그만큼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곳이다. 어쩌면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편하게 드나들어서는 안 되는 곳이 티벳이란 생각이 들었다. 쉽게 티벳을 드나드는 대가로 산 아래 사는 우리들은 고산증이라는 병이 아닌 병을 알아야하는 것은 아닐까?
라싸를 떠나던 날 아침. 8시가 넘어 해가 떠오른다.
라싸에서 청두까지는 비행기로 90분이 걸렸다. 해발 고도 3,600미터에 해당하는 라싸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설산을 옆에 두고 비행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비행과 달리 이륙한지 얼마되지 않아 비행기는 구름 위로 오른다. 그만큼 라싸가 높은 곳에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기내 모니터에 보이는 숫치들 중에 유독 해발고도가 자주 눈에 들어왔다. 정상비행을 시작할 때 고도가 7,000미터를 조금 넘었다고 모니터가 알려주고 있었다.
비행기는 해발 7,162m를 비행하고 있었다.
작년이던가 누군가로부터 한국의 국내선 비행기가 해발 6,000미터 상공에서 비행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티벳 사원 순례를 다니며 우리가 올랐던 가장 높은 곳은 남쵸 가는 길에 넘어야했던 5,190m 언덕길. 차를 타기는 했지만 5,000m와 인접한 언덕길을 여러 차례 넘는 경험을 해야 했다. 그만큼 우리는 2주 가까운 시간동안 하늘과 가까운 곳을 여행했던 셈이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남쵸에서 일몰과 일출을 보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덕을 쌓아야 라싸-청두를 드나드는 비행기 아래로 눈 덮힌 설산을 구경할 행운을 얻을 수 있을까? 사실 라싸-청두 구간 비행기를 여러 번 탔지만 시원스레 설산 풍경이 보여진 적은 별로 없었다. 창가 자리도 아니고, 예정된 비행기가 취소되고 아침 일찍 어둠이 가득한 시간에 일어나 1시간을 넘게 가야하는 라싸 공항까지 가야했던 마지막 날의 아침은 피곤했기에 비행기 창밖을 바라보는 행위는 하려하지 않았다. 비행기에 잠을 자고 싶은 생각만이 가득했을 뿐이다.
창밖으로는 설산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륙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구름 위로 올랐던 비행기는 이제 구름 아래로 설산이 보여지고 있었다. 창가에 앉은 한족 아줌마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은 채 풍경이 펼쳐질 때면 한족 아줌마에게로 다가가야 했다. 차로 여행하며 절대 볼 수 없었던 만년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한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설산과 구름은 서로 높이와 순백을 자랑하려는 듯하다.
비행시간 내내 내게 얼마나 높은 곳을 날고 있나 알려주던 모니터에 해발 고도가 3,000m라고 표시하고 있었다. 설산은 어느덧 중국 본토에서 흔하게 봤던 산자락을 넘나드는 운해가 드리운 평범한 산으로 변모해 있다. 허나 3,000m 높이는 평지의 인간들에게는 여전히 감당하기 힘든 높이다. 그런데 우리는 2천대로 내려간 비행 고도를 보며 그 정도 높이를 비웃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티벳을 여행하는 동안 한번도 3,000m 아래로 내려간 경험이 없다.
빌딩으로 이루어진 도시, 청두.
청두 공항. 익숙할 대로 익숙해야 하지만 90분으로 비행으로 겨울 초엽에서 여름 막바지로의 계절 이동이 어색하기만 하다. 해발 고도 3,600m에서 130m로 내려온 탓이다. 청두. 산 아래 사람들이 사는 거대 도시다. 중국 서부의 최대 도시, 청두. 속세의 인간들이 사는 곳에 다시 돌아온 셈이다.
더러 더러 속을 썩이던 청두-라싸 노선의 에어 차이나.
한동안 그립지 않았던 도시가 편안함을 주는 이유는 나 역시도 산 아래 평지의 속세에 살던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처럼 도시에 며칠을 머물기로 했다. 청두, 시내 중심가 한복판 인력거꾼의 소개로 알게 된 아파트 분위기의 호텔에 머물기로 했다. 청두, 여러 차례 들락거렸지만 이 도시를 좋아해 본 적은 없다. 청두에 오면 매운 음식의 대표 주자인 훠궈를 한 번 먹어주는 것으로 도시와 인사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청두, 공항부터 곧바로 인지되던 인간들의 물결 속에서 며칠을 보낼 것이다. 티벳과 전혀 다른 나와 같은 인간들을 대하게 될 터지만 이젠 세련된 그들이 익숙치않다. 어깨를 들어낸, 무릎을 들어낸 언니들의 옷차림에 하염없이 카메라가 향하는 건, 내 눈에 그들이 틀림없이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도시 그곳에서 당신은 평안하십니까?
티벳 사원 순례 중에 사원에서 보냈던 4일. 분명 그 시간은 불편한 시간이었다. 일주일 넘는 동안 같은 옷을 입어야했고, 높은 고도로 인해 날은 더욱 춥게 느껴졌으며, 옆 사람의 얼굴을 보며 사용해야 했던 화장실까지. 어느 것 하나 내가 살고 있던 공간에서는 생각해 본 적 없던 환경과 시설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티벳에서 보냈던 며칠 동안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많이 웃었는지를. 그리고 티벳인들의 삶을 대하며 그들에게 얼마나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를. 세상에 모든 사람이 같아져야할 필요가 없듯이 인류도 다른 방향으로 진화한 인간군을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한다. 티벳에 머무는 동안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사원 순례 기간 동안에도 티벳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했다. 가진 것 없어도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배우지 않아도 삶이라는 것에 대해 그들은 문명 세계의 우리들 보다 월등히 뛰어난 이해력으로 현생의 삶을 순응하며 살아내고 있었다. 티벳 사람, 그들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스트레스 없는 삶의 모습은 티벳의 파란 하늘처럼 그 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런 현상처럼 느껴졌다.
오! 연꽃 속의 보석이여.
옴마니팟메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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