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한국 고소사건 일본의 100배 … 취중 폭행사건도 많아 탄탄한 범죄 대책과 치안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사회적 인프라 중 하나다. 이 점에서 보면, 그간 한일 두 나라는 G20 국가 중에선 안정된 치안 수준을 자랑해왔다고 볼 수 있다. 객관적인 지표인 범죄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검거율은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한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 통계를 보면 강력범죄의 지표가 되는 살인사건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범죄발생률이 일본은 1.1건이고 우리나라는 2.2건으로 미국 5.7건, 프랑스 3.2건, 독일 3.0건, 영국 2.6건보다 낮다. 살인, 강·절도, 성범죄 등 주요 범죄발생률에서도 인구 10만명당 발생건수가 1만 건을 넘는 미국이나 6000건을 웃도는 프랑스, 독일 등에 비해 한일 양국은 2000건 이하라는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검거율에서는 살인사건의 경우 영국이 약 60%, 미국이 80%, 프랑스가 90%인 데 비해 일본은 96%, 한국은 98%의 높은 수치를 보인다. 간혹 불상사가 벌어지긴 하지만, 대체로 서울이나 도쿄 시내에선 여자 혼자 밤거리를 다닐 수 있다는 자랑 섞인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범죄지표로 뒷받침된다. 이처럼 한일 양국의 치안상태를 보여주는 범죄지표는 다른 나라들과 구별되는 유사한 면이 있지만, 양국의 발생 범죄를 유형별로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폭행·사기·횡령·배임, 일본보다 월등 한국은 일본보다 폭행사건의 발생 빈도가 매우 높고,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침해와 관련된 고소사건도 월등히 많다. 2008년 통계를 보면 한국은 폭행사건이 25만 건에 육박하지만, 일본은 6만여 건에 그쳤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비가 붙는다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실제로 한국은 2002~08년 7년간 평균 주취범죄 비율이 전체 범죄의 22.5%, 폭력범죄의 39.0%, 공무집행방해사범의 52.9%를 차지했다. 이는 잘못된 음주문화, 그리고 주취 상태의 범죄를 실수로 관대하게 대하는 그릇된 사회 인식이나 사법부의 태도에서 기인하는 바 크다. 고소사건은 한국이 매년 30만~50만 건을 넘나드는 반면 일본은 1만 건 정도에 그친다. 인구수를 감안해도 일본의 100배가 넘는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선 민사적 시비를 수사기관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는 우리 특유의 법문화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사법 실무적으로 보면 일본의 경우 고소인이 범죄의 증거를 명백히 제시하지 않는 한 수사기관에서 고소사건 접수 자체를 반려한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볼 수 있다. 한일 양국의 객관적 범죄지표는 다른 나라들보다 안정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치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최근 양국에선 범죄발생률 증가 및 검거율 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질적인 면에서도 범죄의 광역화·기동화·흉포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여기에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도 급격히 늘고, 성범죄나 스토킹 범죄도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외국인 범죄도 급증하고 있고, 마약류 불법거래나 자금세탁 등의 조직범죄도 확대 양상을 보인다. 소년 범죄의 수적·질적 변화, 그리고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자범죄 문제 등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범죄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008년 통계청의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주된 불안요인으로 범죄발생(18.3%)이 경제적 위험(15.4%), 환경오염(13.5%), 국가 안보(10.5%)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경우 범죄 발생에 대한 불안요인이 22.1%로 평균보다 높았다. 10년 후 더욱 위험해질 것이라는 응답도 54.1%에 달해 안전할 것이라는 응답(19.2%)보다 훨씬 높았다. 일본 역시 유엔의 주도 아래 법무성이 4년마다 실시하는 국제범죄피해실태조사(ICVS)에서 불법침입 범죄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비율이 47.3%에 달했고, 전체적으로 치안에 불안감을 느끼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양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은 이러한 치안상황 악화에 맞서 2003년 총리를 장으로, 모든 각료를 구성원으로 한 ‘범죄대책각료회의’를 발족했다. ‘범죄에 강한 일본’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경찰을 비롯한 행정 각부를 망라해 범국가적으로 범죄에 대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무원 총정원 삭감에도 경찰만큼은 2만명 이상이나 증원됐다. 한국도 일본처럼 ‘범죄에 안전한 세계 일류국 만들기’를 향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다루기를 소망해본다. 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 leedh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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