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저출산·고령화 한민족 소멸 시나리오 02] |
돈만으로 아이 낳게 할 수 있을까? 주간동아 설문조사 48.7% “경제적 부담” … 여성에게 출산·육아 전담도 한 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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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간한 ‘2009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한국의 출산율은 1.19명으로, 조사대상 186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낮다. 2명의 부부 사이에서 1명의 아이가 태어나고 있는 것. UN은 2050년 한국의 인구가 700만명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저출산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텅 빈 요람-저출산이 불러올 전 지구적 재앙과 해법’의 저자 필립 롱맨은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 중에서 급속히 다가오는 인구의 고령화를 예방하기에 충분할 만큼 아이를 낳는 나라는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데다, 저출산과 그로 인한 고령화의 속도가 유난히 빠르다는 게 문제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미 고령화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 7%)에 진입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26년엔 인구 5명 중 1명 이상(20.8%)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2050년엔 노인인구가 38.2%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온갖 출산장려책 국민들은 차가운 반응 저출산이 문제인 건 핵심 노동인구(25~49세)가 급감하면 성장잠재력 또한 잠식된다는 데 있다. 노동인구가 고령화되고, 청년 노동력이 줄어들면 전체 노동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중장기 인력수급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2015년에는 63만명, 2020년에는 152만명의 노동력이 부족해진다. 여기에 노인인구가 늘면서 각 가정의 저축률이 급속히 떨어지고, 기업 활동의 기반인 자본 축적도 어렵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문형표 원장은 “2050년엔 현재 저축률의 3분의 1 수준인 10%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연금, 건강보험 등 고령 관련 정부 지출은 늘어나는데, 세수를 감당할 노동인구가 줄어 재정 부담이 커지는 것도 문제. 정부는 2005년 9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하고, 2006년 6월 ‘새로마지 플랜 2010’을 내놓았다. 그리고 2020년까지 출산율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평균 수준인 1.6명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현재 저출산 장려책은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에서 주도적으로 만들고 있다. 대통령직속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도 2009년 11월 취학 연령을 앞당기고, 셋째 아이부터 여러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저출산 대책 마련’을 2010년 5대 중점 과제 가운데 하나로 택했다. 이렇듯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그렇다면 국민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뭘까. 1월11~12일 ‘주간동아’가 ‘마크로밀코리아’와 함께 20~4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양육비,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여성 응답자의 경우 경제적 부담 외에 ‘아이에게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싶어서’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어려움 때문에’라는 대답도 많았다. 이화여대 여성학과 이재경 교수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양육비와 교육비를 줄이지 않는 한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반면 한국 정부의 보육지원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표1 참조). 이 교수는 “공교육이 부실하다 보니 사교육을 많이 시키게 되고, 그 부담을 감당하기 힘든 부모들이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한 명만 낳아 잘 키우려 한다”고 말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는 주택비용도 아이를 가지려는 신혼부부에겐 큰 부담이다. 실제로 집을 마련하지 못해 결혼을 못하고, 대출금을 갚기 위해 둘째를 가지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도 20대 응답자들은 주택 마련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나타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저출산 지원 정책 중에서 확대됐으면 하는 부분’을 묻는 질문에 20대 50.4%가 ‘신혼부부에 대한 주택지원 확대’를 꼽았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은 “부동산 거품 때문에 결혼은 물론, 출산을 미루는 부부도 많다”면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성평등 높을수록 출산율 올라가 여성에게만 출산과 육아를 전담케 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출산율을 낮추는 주요 원인이다. 문형표 원장은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남성이 육아 및 가사에 참여하는 시간과 출산율은 정비례 관계에 있다. 한국 남성은 참여율이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가사 분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특히 일하는 여성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혼 여성들은 결혼을 꺼리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31) 씨는 자아실현 때문에 결혼을 미룬다. 박씨는 “어렵게 공부해서 회사에 들어온 만큼 가정보다 일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한 친구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만 몰두하는 모습에 실망했다는 것이다. 일과 직장생활을 병행하기 힘든 것도 문제다. ‘워킹맘’ 김모(35) 씨는 “직장에서 육아를 전혀 고려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적으로 아이를 낳은 직장여성은 육아휴직을 1년간 쓸 수 있다. 김씨는 3개월을 신청하고도 눈치가 보여 2개월 만에 복귀했다. 그는 “아무리 집에 일이 있어도, 인사고과에 불리할까봐 회식자리에도 빠질 수 없다”며 한숨지었다.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최숙희 교수는 “여성이 아이를 낳아도 회사 내에서 전혀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기업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특히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를 강화하고 혜택을 많이 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출산비, 보육비를 지원해주는 것만으로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참여연대 변금선 간사는 “단순한 현금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정부는 사회적, 구조적 차원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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