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저출산·고령화 한민족 소멸 시나리오 03] |
아이 낳으면 혜택이 뭐냐? 임신과 출산 장려정책, 저소득층 위주 … 중산층 지원책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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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타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누군가 쳐놓은 밧줄을 잡으면 한결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정부의 저출산 지원은 ‘양육’이라는 산을 타는 부모에게 밧줄이 된다. 밧줄이 튼튼할수록 산행은 수월하고, 등산 인구는 많아진다. 2008년 국내 합계 출산율은 1.19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대로 가면 2015년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세 미만 어린이 인구보다 많아진다. 정부는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을 통해 다양한 출산지원책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책은 크게 ‘임신·출산 지원’ ‘보육 지원’ ‘일·가정 양립 지원’으로 나눌 수 있다. 2010년 아이를 낳은 부부들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지원책의 내용을 낱낱이 살펴보고,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본다.
임신·출산 지원 정책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원은 주로 저소득층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출산율이 급락하고 있는 중산층은 거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가구 소득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지원하는 항목은 많지 않다. 산전진찰비(고운맘 카드)를 지난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확대한 것과 예방접종 비용의 30%(평균 8000원)를 지원하는 것, 만 6세 미만 영유아에게 제공하는 무료 검진을 5회에서 6회로 늘린 게 전부다. 한국여성단체협회 남윤인순 상임대표는 “초음파 검사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정도 받아야 하는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회당 3만5000원에 이른다. 고운맘 카드는 초음파 검사만 받으면 끝난다. 지원비용을 늘리든가, 아니면 초음파처럼 필수적인 산전진찰비는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이 확대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젊은 부부 7쌍 중 1쌍이 임신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올해부터 소득 기준이 완화됐기 때문에 2인 가구 기준 소득 월 481만원 이하인 난임 부부는 최대 450만원까지 체외수정 시술비를 지원받는다. 난임 부부를 지원하는 박춘선 ‘아가야’ 대표는 “지원 대상이 늘어난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난임 여성의 물리적, 심리적 상황까지 배려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 기초적인 난임 시술인 과배란주사(배란유도제) 같은 경우엔 보통 열흘 동안 계속 맞아야 해요. 하지만 직장 여성의 경우 소수의 난임 전문병원을 찾아다니면서 주사를 맞기란 무척 힘들죠. 과배란주사 같은 간단한 난임 시술은 전문병원이 아닌 지역 보건소에서 담당하면 좋겠어요.” 미혼모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권희정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코디네이터는 “미혼모 자립 정책이 생겨 다행이지만, 지원 대상이 25세 미만으로 한정돼 있는 게 문제”라며 “실제로 상당수 미혼모는 25세 이상이라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이를 낳은 ‘아빠’의 경우 출산휴가를 유급이 아닌 무급으로 받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도 많다. 이화여대 여성학과 이재경 교수는 “아이를 낳은 아내를 보살펴야 하는 남편의 휴가를 유급도 아닌 무급으로 설정한 것만 봐도 우리나라의 성 평등지수가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며 “배우자의 출산휴가 역시 최소 일주일 유급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육 지원 정책
소득 하위층은 대체적으로 보육료(어린이집 비용)를 면제받는다. 4인 가구 기준 소득 258만원 이하 가구는 보육료를 전액 면제받고, 같은 소득의 맞벌이 가정의 경우 친인척이 와서 아이를 돌보면 ‘아이돌보미’로 인정해 매달 57만~69만원을 지원받는다. 올해부터는 둘째 아이부터 보육료 전액을 지원받는 대상이 4인 가구 소득 기준이 339만원에서 436만원 이하로 늘어난다. 세 자녀 이상 가구의 영유아는 국공립 보육시설에 갈 때 우선 입소권을 갖는다.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차상위계층(4인 가족 기준 소득 163만원) 이하 가정의 0~1세 아동은 매달 10만원의 양육수당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양육수당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송지 사무총장은 “차상위계층 이하 가정은 10만원을 받기 위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안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육료, 양육비 등 현금 지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문제다. 변금선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당장 보육료를 쥐어주는 근시안적인 정책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민간 보육시설을 준공영화해 일하는 엄마가 아이를 마음 편하게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010년 보육 예산에서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및 보육시설 환경개선 지원에 배정된 예산은 지난해 211억원에서 55.4% 감소한 94억원이다. 2008년 6월 현재 3만2149개의 보육시설이 있지만, 5세 이하 아동 중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아동은 29.8%에 불과하다. 현재 서울시 국공립 보육시설의 대기아동 수는 5만여 명에 달한다. 이송지 사무총장은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 국공립 시설이 전체 보육시설의 5~6%도 안 되다 보니, 믿고 맡길 만한 곳이 없다”며 “보육을 해결하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부모가 공동으로 출자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보육 문제에 부담을 덜 느끼기 때문에 회원들 중 두 자녀 이상을 낳은 비율이 70%가 넘는다.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 저출산인구정책과 김용수 과장은 “점차 저소득층에서 중산층으로, 세 자녀 이상에서 두 자녀 이상의 가구로 혜택 대상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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