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이 달 중에 엑손 모빌(Exxon Mobil), 로얄 더치 쉘(Royal Dutch Shell), 영국석유(BP) 등과 유전 개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개발 대상 유전들은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이른바 ”쉽게 채굴할 수 있는” 유전들이다.
고도의 굴착 기술이나 혁신적인 생산 기술이 필요한 유전들은 아니다. 대량의 원유를 채굴하는 노하우만 있으면 된다.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유전에 대한 지분 참여 없이 1 배럴에 1달러 15센트의 원유 채굴 비용만 받고 이라크의 유전개발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라크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거대 유전의 규모를 감안할 때 앞으로 10년 안에 이란과 러시아를 제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원유 생산국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라크가 미래의 매장량 10대 유전 가운데 3곳을 가지고 있는 점에서 2위 원유 생산국이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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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4000개 유전에서 하루 생산되는 원유는 8500만 배럴 정도다. 이들 유전 대부분은 하루 생산량 2만 배럴 미만의 소규모 유전들이다. 하루 생산량 10만 배럴 이상의 대규모 유전들은 전체 유전의 3%에 불과하다.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을 채굴할 수 있는 초거대 유전들은 몇 개 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이런 초거대 유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한다.
포브스는 미래의 10대 유전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현재와 과거의 거대 유전 대부분을 제외시켰다. 아직 생산을 시작하지 않았거나 앞으로 10년 동안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미래”의 거대 유전들을 선정했다.
현재 세계 최대 유전이고 미래에도 세계 최대 유전이 될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와르(Ghawar) 유전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유전 리스트의 1위를 차지했다. 가와르 유전은 채굴 가능 매장량이 1000억 배럴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길이가 160 마일에 넓이가 16마일에 이르는 가와르 유전은 당대 최고의 지질학자들조차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 60년 동안 생산된 600억 배럴의 원유를 감안하면 이제 황혼기에 접어든 유전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사우디 아라비아는 가와르 유전이 아직도 매장량이 풍부해 6개 광구에서 하루 45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고, 증산 요청이 있으면 하루 500만 배럴도 생산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와르 유전의 장수 비결은 워터 인젝션(water injection)을 이용한 채굴 방법이다.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는 1960년대부터 유전의 외곽 경계 지역과 원유층 아래 쪽에 고압의 물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하루 수 백만 배럴의 물을 투입하고 있는데 원유층 밑에 주입된 물은 원유를 위로 떠오르게 해 채굴을 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 2008년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아람코의 경영진은 가와르 유전은 관리만 잘하면 향후 수 년 동안 하루 4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 10대 유전의 2위는 예상 매장량 210억 배럴의 이라크 웨스트 쿠르나(West Qurna)가 차지했다. 엑손 모빌과 로얄 더치 쉘의 합작회사는 올 1월 웨스트 쿠르나의 1 단계 개발 계획인 90억 배럴의 채굴권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하루 원유 생산량을 30만 배럴에서 23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던 국가들의 거대 정유회사들이 거래를 성사시킨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계약 내용을 보면 이라크 정부는 유전과 원유 소유권을 보유하고 엑손과 쉘은 계약자로서 자신들이 생산하는 원유 1 배럴 당 1달러 90센트의 비용만을 받아가는 것으로 돼 있다.
3위 역시 이라크의 마지눈(Majnoon) 유전이 차지했다. 예상 매장량 130억 배럴의 마지눈 유전은 남부 이라크 유프라테스강 근처에 상대적으로 좁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좁은 지역에 매장량이 상상을 초월하다 보니 유전의 이름도 아랍어로 “미친”이라는 뜻인 마지눈으로 지어졌다.
마지눈 유전은 위치가 이란과의 국경에 가깝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언론들은 1980년 대 이란-이라크 전쟁 동안 유전 관리인들은 마지눈 유전이 이란군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을 우려해 유정을 모두 다시 묻어 버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마지눈 유전은 현재 하루 5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지만 하루 180만 배럴의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
4위 역시 170억 배럴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의 루마일라(Rumaila) 유전이 차지했다. 지난 11월 영국의 메이저 석유회사인 영국석유(BP)와 중국 국영 석유공사(China National Petroleum Corp.)는 사담 후세인이 물러난 이후 처음으로 루마일라 유전을 재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쿠웨이트와 국경에 인접한 루마일라 유전은 이미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데, 이는 이라크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영국 석유와 중국석유공사 컨소시엄은 하루 생산량을 285만 배럴로 늘리기 위해 약 1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하루 285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게 되면 루마일라 유전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와르 유전에 이어 세계 2위의 유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포브스의 리스트에서 오르지 못한 유전들은 어떤 곳일까? 멕시코의 칸타렐(Cantarell) 유전이 빠져있다. 칸타렐은 하루 2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2위의 유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매장량이 바닥이나 하루 40만 배럴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사모틀러(Samotlor) 유전도 비슷한 처지이다. 사모틀러 유전은 소비에트 연방의 최대 유전으로 1970년대에 하루 최고 35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었다. 현재는 하루 생산량이 35만 배럴 정도로 급감했다. 중국의 최대 유전인 다칭(Daqing)유전도 사정이 비슷하다. 하루 8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지만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캐나다의 오일 샌드(oil sands)도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쉽게 채굴할 수는 없다. 오일 샌드는 채굴과 가공처리에 엄청난 양의 물과 천연가스를 필요로 한다. 오일 샌드에서 원유 1배럴을 생산하는 비용은 이라크에서 원유 1배럴의 생산비용 보다 20 배가 비싸다. 그리고 환경론자들은 오일샌드는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앙골라·가나와 같은 서부 아프리카 국가들도 원유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개별적인 유전들은 충분한 생산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원유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베리아의 유전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유전들은 포브스의 10대 유전 리스트에 더 포함될 수도 있었다. 하루 75만 배럴을 생산하는 샤이바(Shaybah)유전은 아깝게 탈락했다. 이라크도 마찬가지다. 이라크 정부는 80억 배럴의 매장량을 보유한 이스트 바그다드(East Baghdad) 유전을 재개발하자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전의 상당 부분이 인근 주택지역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북부의 키르쿠크(Kirkuk) 유전도 약 80억 배럴 규모의 잔여 매장량이 남아 있지만 사담 후세인의 통치 기간 후반에 과잉 생산으로 유전이 훼손돼 하루 70만 배럴의 생산량을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루 70만 배럴을 생산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미래의 10대 유전들
1. 가와르(Ghawar). 사우디아라비아. 300억 배럴.
2. 웨스트 쿠르나(West Qurna). 이라크. 210억 배럴
3. 마지눈(Manjoon). 이라크. 130억 배럴
4. 루마일라(Rumaila). 이라크. 170억 배럴
5. 쿠제스탄(Khuzestan). 이란. 1000억 배럴?
6. 카샤가(Kashaga). 카자흐스탄. 90억 배럴
7. 쿠라이스(Khurais). 사우디아라비아 270억 배럴
8. 투피(Tupi). 브라질. 80억 배럴
9. 카라보보(Carabobo). 베네수엘러. 150억배럴
10.노스 슬로프(North Slope). 미국 알라스카. 400억 배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