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전쟁 '여전사' 최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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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전쟁 '여전사' 최유미 연구사
(수원=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자원관리팀 최유미 연구사. 최 연구사는 해마다 1천700여 종, 5만 점의 종자를 다루며 종자전쟁의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다. 2010.2.21 << 지방기사 참고 >> |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연구사.."뱀과 벗하며 채종"
보유자원 세계 6위..기능성 종자 아직 부족
(수원=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시금치 종자를 본 적이 있습니까? 0.5㎝ 정도로 작지만, 자세히 보면 도깨비처럼 뿔이 나 있죠. 이 딱딱한 종자가 적당한 빛과 온도, 수분이라는 환경과 만나면 영양 만점의 채소로 변신합니다".
세계 농업계가 갈수록 치열한 종자전쟁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전선 없는' 국제전의 최일선에 서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최유미(42.여) 연구사.
종자를 분류하고 증식시키고 분양하는 업무까지 맡고 있는 그녀는 "씨앗이 채소가 되고 곡식이 되는 생명의 신비를 바라보면 아름답기 그지 없어 치열한 국제 종자경쟁 상황을 자주 잊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원관리팀 소속인 최 연구사가 해마다 만지는 종자는 1천700여 종, 약 5만 점에 이른다.
이 중에는 유전자원센터 연구진이 비바람을 맞아가며 채종해온 야생종도 있고 구한말과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해외로 유출됐다 극적으로 돌아온 종자도 있다.
최근 들어 국제협력사업을 통해 멀리 타국에서 날아온 이국적인 종자도 있다.
"7만여 점에 이르는 보유 자원 숫자로만 따지면 미국과 중국, 인도, 러시아, 일본에 이어 세계 6위 수준이지만 다양성의 측면으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벼와 보리 등 식량작물 종자는 제법 확보됐지만 다양한 기능성 물질을 지닌 특용.약용식물 종자는 아직 부족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맘만 먹으면 종자를 얼마든지 더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수집한 당귀 종자를 예로 들며 그녀는 종자 확보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해발 9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해풍을 맞고 자라는 당귀는 평지가 아닌 비탈진 절벽에 있기 때문에 채종하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여기다 유전적 특성을 고려해 일단 한 곳에서 채종한 다음 직선거리로 20㎞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종자를 찾아야 하니 고충의 연속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수집한 당귀 종자가 50점입니다. 채종시기인 가을에 뱀과 벗이 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작업이죠".
국내에서 재배되는 당귀의 원종은 강원도 진부에 주로 서식하고 있다. 일반 농민들이 재배하는 당귀도 대부분 이곳의 교배종이기 때문에 원종을 확보하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이렇게 수집된 종자는 전산 분류 후 국내 종자로 등록된다.
등록된 종자를 활용해 얻을 수 있는 여러 지적재산권은 물론 우리나라에 귀속된다.
온갖 어려움을 감수해서라도 종자를 수집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최 연구사는 "통일시대를 대비해 북한지역 재래종 확보도 시급합니다. 북한과 공동으로 산야를 뒤져 수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지금 당장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북한과 교류가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 옛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북한 원산 종자를 수집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북한 토종을 수집하고 기후 특성을 고려하면서 남쪽 종자를 활용한 협력방안 등이 필요하지만 중첩된 제약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이질 못해 안타깝기만 하다.
자원센터 업무의 마지막 순서는 종자의 분양. 어렵게 수집하거나 증식해 보관해 온 종자를 수확이나 기능성 물질 추출 연구를 위해 농업인이나 연구자에게 전달해주는 것이다.
"분양할 때 전 가끔 종자에게 '너희는 빛과 온도, 수분이라는 조건만 충족되면 발아하지. 더욱 힘차게 싹을 내밀어 지상의 생물들에게 영원히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거라'라고 말하곤 합니다".
drop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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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2/21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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