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원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11.4% 증가한 8조4530억 위안(약 1413조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적자 재정을 통해 소비 진작과 내수 확대는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대신 금융권의 신규 대출은 지난해보다 줄이기로 했다. 공격적인 금융 확장 정책을 완만하고 유연한 노선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거품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위안화 평가절상과 중국의 내수 확대는 세계 경제에 중요한 사안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83위안에 묶어놓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전 세계적인 반발은 당연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산 제품이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중국과 환율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부터 가전제품·자동차의 구매보조금 지급 등 과감한 소비 촉진 정책을 지속해왔다. 중국은 세계 경제위기의 안전판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선택은 전 세계에 안도감을 불어넣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해 올바른 길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변화가 중국의 일방적인 선물은 아니다. 환율 문제가 국제 정치화되면 중국에도 득될 것이 없다. 경제과열을 억제하고 안정 궤도로의 복귀는 스스로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치다. 중국은 과잉 유동성에 따른 자산 거품과 인플레이션, 과잉생산의 부작용이 속출해 사회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 내부에서조차 경제 속도 조절론이 등장할 정도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은 한국 경제에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일단 우리 수출 경쟁력은 오른다. 그러나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양국의 수출은 경합보다는 보완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도 간접적인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위안화 평가절상의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거꾸로 중국의 성장동력이 수출에서 소비로 이동하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의 내수 확대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농촌시장과 서부지역에 진출하는 긍정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경제노선 전환은 더 이상 부정하기 어렵다. 방향은 이미 정해졌고, 남은 것은 속도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중국의 부상’에 이어 ‘중국의 변화’라는 세기사적 흐름에 미리 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