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핵연료 재처리시설

차세대 原電 어디로 가고 있나

화이트보스 2010. 3. 18. 11:06

차세대 原電 어디로 가고 있나

  • 허증수 경북대 신소재공학부 교수/SHAPE 2010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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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17 22:21

허증수 경북대 신소재공학부 교수/SHAPE 2010 조직위원장
우리가 원전(原電) 수출에서 선전(善戰)하고 있는 비결은 한국형 원전의 우수한 안전성과 경제성에 있다. 약 40여년 전 우리나라에 첫 원전을 수출하려고 경쟁하였던 세 가지 종류의 원자로 중에서 안전성과 경제성에 착안하여 가압(加壓) 경수로를 선택하였던 우리나라 원자력 1세대들의 공적(功績)이다. 그때부터 안전성과 경제성은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의 목표가 되었다.

현재 원전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경수로 원전은 3세대형이다. 가동 중인 2세대와 마찬가지로 3세대형 원전은 핵연료를 태우는 데에서 발생한 열을 물로 냉각하는 방식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은 좋으나 한 가지 약점이 있다.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원자로의 연비가 낮아서 주입한 핵연료의 극히 일부만 연소시키고 나머지 대부분은 고준위 폐기물로 배출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고준위 폐기물의 보관이 한계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은 연비가 완벽에 가까운 4세대형 원전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 경우 폐기물은 양도 매우 줄고 수백 년 정도의 기간 내에 방사능 수치도 안전하게 낮출 수 있다. 지난주 서울에서 개최된 SHAPE(세계원자력정상회의)에서 벨기에는 최종 폐기물의 양을 100분의 1로 줄이고 안전 관리 기간은 1000분의 1로 줄이는 4세대 원전을 개발하고 모두 국제 공동 관리 아래에 놓음으로써 핵확산의 우려도 종식시키겠다는 미래 지향적인 계획을 공식 선언했다.

연비가 높은 원자로는 이미 50년 전부터 '소듐'이라는 액체 금속 냉각재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소듐 냉각 원자로는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의 양산(量産)에 유리해 냉전(冷戰) 시절 세계에 30기 이상 건설됐다. 그러나 이 방식은 경수로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 선진국인 벨기에도 1964년부터 20여년간 소듐 원자로의 개발에 매진하여 세계의 선두에 섰으나 결국 '납-비스무스' 냉각재를 이용한 기술 개발로 전환했다. 벨기에가 개발하여 2022년까지 가동에 들어갈 제4세대 원자로 'MYRRHA'가 '납-비스무스' 방식으로 결정된 것은 오랜 연구개발과 심사숙고의 결과다.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들도 최근 이 방식의 원자로를 4세대 개발의 우선 대상으로 결정하였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을 뒤따라 소듐 원전 개발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일본의 소듐 실증로(實證爐)인 몬주 원전은 15년 전에 발생한 소듐 화재로 인해 가동 정지 상태에 있다. 러시아도 같은 문제점으로 최근 '납-비스무스' 냉각 원자로를 개발하기로 했다.

사실 '납-비스무스' 냉각 원자로를 이용한 고준위 폐기물 소각기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개발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벨기에도 우리의 선구자적 역할을 인정하고 작년 5월 서울에서 필립 왕세자의 배석 하에 우리와 협력 각서를 체결하였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가 소듐 냉각 고속로 실험시설 건설을 시작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원자력 기술개발은 긴 시간과 엄청난 재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번 결정을 내리면 방향을 바꾸기가 어렵다. 영국이 원자력 산업에서 뒤처져 있는 이유는 50년 전에 안전에 문제가 있는 가스냉각로에 편향되어 경수로 진입에 한발 늦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나라 원자력 1세대들의 현명한 선택을 되새기며 올바른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