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내 외계생명체 신호 포착… 내기할까요?"
SETI硏 '외계인 사냥꾼' 세스 쇼스탁 박사
엄청나게 큰 우주에 지구만 생명체 있다면 기적 그런건 과학자 사전엔 없어
외계인과 교신할수 있다면 종교·음악 있는지 묻고싶어
"내가 아는 모든 사람과 커피 한잔씩을 걸고 내기했습니다. 2025년까지 외계생명체의 신호가 잡힌다는 데 말이죠."미국 외계지적생명체탐색(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연구소 책임연구원 세스 쇼스탁(Shostak) 박사에게 외계생명체는 막연한 상상이 아니다. '참'으로 밝혀질 가능성이 99%인 과학적 가설이다. 프린스턴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과학자는 네덜란드 흐로닝언(Groningen)대 교수직을 박차고 20년째 '외계인 탐사'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 영국 가디언이 '외계인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붙인 쇼스탁 박사를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Mountain View)에 있는 SETI 연구소 사무실에서 이달 초 만났다.
―2025년 전에 외계생명체를 찾으리라고 확신하는 이유가 뭔가.
"나에게 외계생명체는 수학과 확률의 문제다. 지구가 속한 은하계엔 태양 같은 별이 약 2000억개 있다. 그리고 우주엔 이런 은하계가 1000억개 넘게 있다. 만약 우리가 사는 지구가 이렇게 큰 우주에서 유일하게 생명체가 있는 장소라면 그건 엄청난 기적이다. 기적적으로 생명을 얻어 이렇게 마주앉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은 흐뭇하겠지만, 그건 과학이 아니다. 과학자의 사전엔 '기적'이란 단어는 없다. '개연성'만 있을 뿐이다."
- ▲ ‘정말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밖에 없는 것일까?’미국 캘리포니아주 햇크릭에 2007년 세워진 최초의 외계생명체 탐사 전용‘앨런 전파망원경’. 이들은 인류의 이 오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365일 24시간 우주에서 오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햇크릭=김신영 기자
" 전자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전 속도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 '콘택트(Contact)'의 조디 포스터(Foster)처럼 전파 망원경 하나 설치해놓고 이상한 신호가 오지 않는지 일일이 차트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컴퓨터가 이 일을 대신하는데,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컴퓨터의 처리 속도는 18개월마다 두 배 빨라진다. 20년 후 컴퓨터 속도는 지금의 1000배 정도 빨라진다는 뜻이다. 이 속도는 동시에 100만개 정도의 별로부터 오는 주파수를 분석할 수 있는 규모다."
―외계로부터 신호가 잡히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나.
"국제천문학회는 이미 신호가 잡힐 경우를 대비한 조약을 마련해두었다. 외계생명체의 것으로 보이는 신호가 감지되는 순간, 학회 소속 전 세계 천문학자들에게 통보해 모든 지역에서 이 신호가 똑같이 잡히는지 확인하는 게 가장 먼저다. 그다음엔 유엔에 이 사실을 알리고 유엔이 동의할 경우 언론사에 이 사실을 공개한다. 이 조약에는 아울러 '전 지구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답을 보내지 않는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지구의 위치를 반드시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국제 분쟁에 가까운 큰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의 정체를 드러내는 게 인류의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답을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상징적인 메시지가 아닌, 구글 서버에 있는 내용을 몽땅 보내는 식의 광범위한 콘텐츠를 담아서."
- ▲ 미국 외계지적생명체탐색(SETI) 연구소 책임연구원 세스 쇼스탁 박사. /마운틴뷰=김신영 기자
"아마도 사전만큼 작은, 인공지능일 것 같다. 태양계는 우주 전체로 보면 젊은 편이며 지구에까지 신호를 보내는 외계 사회는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2020년쯤 인간이 만든 컴퓨터도 인간의 뇌 기능을 뛰어넘고 자가발전 단계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에너지만 있으면 영원히 작동할 수 있는 게 기계다. 인공지능을 생명체에 넣을 수 있느냐는 데 대한 논란은 있겠지만 '외계 지능'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인공지능까지 탐사 범주에 넣는다면,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우주의 영역은 훨씬 넓어진다. 지금까지의 탐사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 쪽에 너무 집중된 경향이 있다."
―혹시 교신이 가능하다면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가.
"외계인은 최소 100광년은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교신'이 가능하긴 어렵겠지만 혹시라도 기회를 얻는다면 이 두 가지를 묻고 싶다. '당신 사회에 종교가 있는가' '음악이 있는가'."
―외계생명체의 신호가 잡힌다고 해도 우리 일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평생을 바칠 정도로 그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가 뭔가.
"우주가 빅뱅에 의해 탄생했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해서 우리 삶에서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외계생명체 탐사에 집착하는 이유는, 너무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나는 외계생명체 탐사가 '인간의 유전자에는 왜 호기심이라는 것이 들어 있을까'라는 문제와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호기심이 계속 유전되는 까닭은 인간의 생존에 뭔가 도움을 주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삶의 마지막 날이고 눈 감기 직전인데, 그때까지 외계인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인생이 허무하진 않겠는가.
"전혀. 사람들은 나에게 오지도 않는 신호를 수십 년씩 기다리는 게 지루하지 않으냐고 묻는데, 외계인 탐사와 연관된 아이디어와 과학적 연구 결과는 매달 수백 개씩 쏟아진다. 단, 내가 죽는 날까지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면 이런 유언을 남길 것 같긴 하다. '지금의 외계인 탐사 방법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듯하다. 포기하지는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