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광식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에 민간 전력회사가 건설할 버크카운티 원전(原電)에 83억달러의 대출보증 계획을 발표했다. 이제 미국의 원전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란 신호다. 더구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지속적인 원전 건설과 이에 의한 고용 창출 등을 언급한 것은 작년 이후 약진하고 있는 우리 원자력 산업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세계 원전 경기가 바닥을 칠 때에도 계속 원전을 지으면서 기술 국산화를 추진한 우리의 역(逆)발상 전략과 국내의 비(非)우호적 여론에 시달리며 때를 기다려온 인내(忍耐)가 이제 빛을 보는 것이다.
원자력 르네상스의 도래(到來)에 우리 정부와 원자력 전문가들은 크게 고무돼 있고 국민들도 기뻐하며 지원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원자력 '감격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빨리 냉정을 회복하고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는 것이다.
1986년의 체르노빌 사고(事故) 이후 24년간 세계 450여개 원전에서 노심(爐心)이 녹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원자력 리스크는 교통사고 등과는 달리 발생 확률은 대단히 낮으나 그 결과의 심각도가 큰 것이 특성이다. 단 한 번의 문제로도 '원자력 한국'의 이미지는 추락하고 만다.
앞으로 원전 사고가 없을 것이라고 섣불리 가정하거나 우리 원전 안전성이 최고 수준이라고 자만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원전의 불시(不時) 정지율이나 이용률 등 운영 실적이 우수한 것이 반드시 지속적인 안전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운영 실적이 안전에 대한 자만심을 불러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미국 드리마일 원전 사고는 결국 사람이 일으킨 것이었다.
원자력 관련 기관은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價値)로 추구해야 하고 그 조직 문화 자체가 이를 장려해야 한다. 관리층은 안전과 관련된 의문 제기를 수용하는 포용력과 리더십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안전을 위한 재원과 인력의 확보도 필수 요소다. 체르노빌 사고는 이 안전 문화 실종이 부른 재난(災難)이었다. 우리 정부가 원자력 안전 문화 정책성명을 제정 공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원자력 시설에 대한 테러 등 고의적인 피해 유발 행위에 미리 대응하는 것도 절대 필요하다. 9·11 테러는 원전에 대한 테러 우려를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알카에다가 다음 테러 대상으로 원전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크게 늘어날 국제 원전 발주(發注)로 수입·수출국 간 교류가 증가하면 교육·참관 등으로 여러 나라 사람들이 원전 시설에 접근할 기회가 많아진다. 과격 근본주의자들이 이를 이용할 가능성은 '설마'로 없어지지 않는다.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북한이 우리 원전에 위해(危害)를 가할 가능성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UAE에 짓는 원전을 테러로부터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UAE는 안전하다고 하지만 화약고 중동(中東)에 있는 나라다.
안전은 결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투자를 하고 사람을 키워야 한다. 이것이 '남는 장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안전은 전 세계적 원전 부흥(復興) 시대에 모든 국가가 해결해야 할 과제인 동시에 우리 원전산업의 계속적인 성공에도 핵심 요소다. 지금까지 해온 노력에 더해 안전문화까지 최고 수준으로 만들면 원전 종주국인 미국에까지 우리 원전이 건설될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