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장
핵융합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태양에너지의 원리인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 인류의 무한 청정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핵융합 선도국들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대용량 에너지 생산의 과학적 가능성을 증명하고, 기술적 검증을 위한 발전소 규모의 핵융합로를 건설하는 단계에 와 있다. 인류 최대의 공동프로젝트로 알려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사업이 바로 그것. 우리나라와 미국·유럽연합·일본 등 선진 7개국은 궁극적 녹색에너지인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모든 연구 역량을 모아 핵융합실험로를 건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를 건설한 기술 덕분에 ITER 회원국 중에서도 주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핵융합 리더국들은 2019년경 본격 가동되는 ITER를 통해 50만㎾급의 대용량 에너지 생산을 확인하고, 2040년대에는 핵융합 상용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세계적 추세로 볼 때 북한의 핵융합 반응 실험 성공 발표는 초라한 결과에 불과한 것이다.
뜬금없는 북한의 발표로 인류의 희망에너지로 꼽히는 핵융합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북한 핵'이라는 위협적인 이미지로 인해 그동안 무한 청정에너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핵융합에너지가 마치 핵무기 개발을 위한 기술로 오해받을까 봐 심히 우려된다. 수소폭탄도 핵융합 원리를 이용하지만 수소폭탄과 에너지 기술인 핵융합은 서로 교환 가능한 기술이 아니다. 핵융합은 직접적으로 무기가 되거나 무기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안전하고 평화적인 녹색에너지 개발을 위한 기술임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후손들에게 무한 청정에너지를 남겨주고, 에너지 자립국을 넘어 수출국으로 가는 밝은 미래를 위해서 올바른 관심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