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받을 병원도 없고 자녀들이 다닐 학교도 없는데 누가 송도에 들어오겠어요?"(미국 기업 A사 임원)
"홍콩이나 상하이, 싱가포르보다 법인세가 훨씬 높아 매력이 없습니다."(프랑스 기업 한국지사장)
우리나라 1호인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송도 국제도시에 대한 외국 비즈니스맨들의 솔직한 반응이다. 지난해 국내 최장의 인천대교와 대형 컨벤션센터인 송도컨벤시아가 준공됐고 68층짜리 동북아무역센터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속속 이뤄지는 송도가 왜 이런 찬밥 평가를 받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2003년 8월 출범 후 7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가장 기초적인 외국인 전용병원과 국제학교조차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 병원 건립에 필수적인 특례법 제정이 미뤄지다 보니 외국 주요 병원들과 MOU(양해각서)만 맺었을 뿐 한 건도 결실을 못 맺고 있다.
2008년 9월 개교 예정이던 국제학교도 '학교 경영으로 번 수익금을 본국으로 보낼 수 없다'는 현행법 조항 때문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인천시측은 미국의 한 비영리 학교법인과 최근 협약을 맺고 이달 말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문을 열어도 학생의 80% 이상은 내국인일 것이 확실시된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3년여 만에 최근 완공한 외국인 전용 임대아파트의 경우, 작년 9월부터 입주자를 모집했으나 이달 초까지 희망자가 전무(全無)하다. 반대로 내국인용 아파트 등은 모델하우스마다 장사진을 이뤄 송도국제도시가 엉뚱하게 또 다른 아파트 투기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제는 '송도를 어찌해야 하느냐'라는 근본적인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최대 존재 이유이자 목표인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실망스럽다. 송도를 포함한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작년 11월까지 들어온 FDI(신고액 기준)는 5억1900만달러로 총개발사업비(539억달러)의 1% 미만이다. 미국 부동산 업체 '게일'이 합작해 만든 송도개발유한회사(NSCI)는 30억달러 외자유치를 약속해놓고 여태 투자실적은 3350만달러에 그쳤다. 사업비 대부분을 외자(外資)가 아닌 국내 금융회사로부터 빌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조달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송도국제도시는 관료주의와 주먹구구식(式)으로 진행되는 대한민국 FDI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인 규제완화나 정부 부처 간 조율조차 안 된 상태에서 목소리만 요란하다.
한 전문가는 "경제자유구역에서 의료 및 교육기관 유치는 해당 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외자유치는 지식경제부, 개발사업 승인 등은 인천시로부터 인허가를 각각 받아야 하니 진출을 검토하던 외국 기업도 떠날 판"이라고 했다.
실제로 유엔무역개발회의 보고서(2008년)를 보면 우리나라의 FDI 잠재력 지수는 19위이나 실제 성과지수는 130위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이는 2006년(성과지수 115위)보다 더 뒷걸음질친 것이다.
송도 국제도시 사례를 쓴 교훈으로 삼아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전략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해외의 돈과 기업을 끌어들여 일자리를 만들고 한국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젖줄인 외국인직접투자를 지금처럼 계획 대비 진척률 1%로 방치하면 '일자리 창출이 최고 과제'라는 산업계와 정부의 구호는 빈말일 수밖에 없다.
7년간 1% 이룬 '송도'
입력 : 2010.03.1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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