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불신서 비롯된 개혁론 법원 말 듣고 개혁할 수 있겠나”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는 등의 한나라당 사법개혁안과 관련해 사법부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용훈 대법원장이 19일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 하며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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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사법제도개선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의원은 “대법원이 ‘일방적 밀어붙이기’라고 한 것은 지나친 과민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국민 불만으로 비롯된 사법부 개혁론인데 법원 말을 듣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느냐”며 “우리는 국민의 시선에서 사법부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위 간사인 장윤석 의원도 “법치국가에선 사법부든 행정부든 입법을 통해 국민의 뜻을 담는다”며 “의회가 입법하는 걸 두고 사법부를 배제했다고 주장하는 건 문제가 있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혹스럽다”는 말도 했다. 한나라당이 “대법원이 과잉대응했다”고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이번 개선안은 향후 국회에서 논의를 위한 한나라당의 ‘당안’일 뿐이란 점이다. 판사 출신인 법원제도개선소위 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은 “16일 활동을 시작한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에서 논의하기 위해 한나라당의 입장을 낸 것”이라며 “공청회에서 법원 의견도 수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법원의 배제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 또한 주목한다. 이주영 의원은 “두 달여 논의하는 동안 법원의 입장도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전문가 간담회에 심준보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이 법관인사제도 등에 대한 대법원의 의견을 제출한 일이 있다.
한나라당의 개선안이 그간 법조계에서 제기했던 개혁 방안을 반영한 것이란 점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같은 제안을 한 적이 있다. 특위 관계자는 “대법관 증원과 법관인사위원회 실질화 등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며 “김대중 정부 이후 사법개혁추진위 등에서 10여 년 법원 개혁에 대해 논의했지만 (사법부가) 근본적인 개혁은 외면한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실제 개선안은 대법관과 법관의 외부 개방 등 법원 인사제도를 개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관들만의 폐쇄적인 인사시스템과 서열식 승진제도를 갖춘 법원을 대수술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십 년 만의 사법부 대개혁안”(안상수 원내대표)이라고 부른다.
한나라당은 하지만 일반 법관까지 자극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특위 위원인 이두아 의원은 “개선안의 핵심은 판사가 (미국처럼) 마지막 직업이자 명예로운 직업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평판사들이 오해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판사들이 반발하면 사법개혁은 물 건너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관 출신인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다분히 사법부에 대한 응징 같고 포퓰리즘의 냄새가 난다. 지방법원의 판결이 마음에 안 들고 대법원장이 마땅치 않다고 대법원을 뜯어 고치자는 거냐”고 비판했다.
정효식·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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