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열풍의 빛과 그림자 2010년, 8만명의 한국 젊은이가 중국에서 중국을 배운다 |
이헌진│동아일보 베이징특파원 mungchii@donga.com│ |
‘딸 낳으면 미국 유학을 보내고, 아들 낳으면 중국 유학을 보내라.’ 한때 학부모 사이에선 이런 말이 유행했다. 중국 유학생활이 당장은 고생스럽고, 미국 유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일지 모르지만 중국을 공부하고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장기적으론 유리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 유학 실태를 현지 취재했다.<편집자> |
#사례1 중국 명문 칭화(淸華)대학을 졸업한 한국인 김유훈(24)씨는 2009년 9월부터 스위스연방공과대학 로잔캠퍼스(EPFL) 생명과학계열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연간 6만~6만5000달러에 달하는 수업료와 생활비를 전액 장학금으로 받고 있다. 이 학교는 천재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을 배출하기도 한 유럽의 명문대학이다. 김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베이징(北京)으로 유학을 떠나 중국 현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뒤 칭화대에 입학했고 졸업 무렵 영국 옥스퍼드대 등 세계 10곳의 대학에서 석사과정 입학허가를 받았다. 그는 “학생 간에 경쟁이 너무 치열한 칭화대를 다닌 것이 많은 자극이 됐다”며 “대학 재학 시절 MT 한번 가보지 못했다”고 칭화대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대학에서는 노벨상을 수상한 교수에게서 배웠다”며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중국 유학의 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세계적 암 연구자라는 목표에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
#사례2 올해 1월18일 베이징의 한 신문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아파트에 도박장을 만들어 도박을 하다가 공안에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기사의 내용은 이렇다. 주민의 신고로 중국 공안이 16일 새벽 도박장을 덮쳐 20세 안팎의 대학생 8명을 체포하고 판돈 2만위안(약 360만원)을 압수했다. 이들은 베이징 소재 4개 대학에 재학 중이었다. 공안은 주범 2명을 구속하고 6명을 구류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다. 구류됐던 6명은 열흘 뒤 풀려났으나 일주일 뒤 강제로 출국 조치됐다. 이들은 모두 퇴학당했고 상당기간 중국 땅을 밟지 못한다. 한순간의 실수로 많은 것을 잃었다.
세계의 많은 인재가 중국 유학에 나서고 있고 이 중 가장 많은 자원은 한국인 학생이다. 최근 수년 동안 중국 내 한국인 유학생은 양적 질적 변화를 겪고 있다. 산이 높아지는 만큼 골도 깊어졌다. 중국 유학의 빛과 그늘을 조명해본다. 한국인으로서 중국 유학은 장점이 많다. 우선 영미권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한국과 가까워 왕래도 편하다. 동양인이고 같은 문화권이라 적응하기도 비교적 어렵지 않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으로 거론될 정도로 나날이 국력이 강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 러시도 이어진다. 이런 다양한 장점이 버무려지면서 한국인의 중국 유학은 1992년 양국 수교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왔다. 중국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중국에는 세계 100여 개국 출신 유학생(전문대 이상, 언어과정 포함) 22만3500명이 공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6만6806명으로 29.9%를 차지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인 유학생은 2001년 2만2116명에서 7년 만에 3배 이상 폭증했고 이런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 이어 유학생이 많은 나라는 미국인데 1만9914명으로 8.9%에 달한다. 그동안 계속 일본인이 두번째로 많았으나 2008년 처음으로 미국에 역전됐다. 일본인 유학생은 1만6733명으로 7.5%이다. 그런데 두 나라 학생수를 합쳐야 한국의 절반을 갓 넘는 수준이다. 흥미로운 현상은 한국인 유학생이 중국 전역에 두루 퍼져있다는 점이다. 과거 몇 년의 통계를 볼 때 이런 추세는 점점 뚜렷하다. 한국인 유학생은 중국 연해와 동북3성에서 중국 내륙으로 서진(西進)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인 유학생은 △베이징 2만1109명 △상하이(上海) 1만1188명 △톈진(天津) 4978명 △산둥(山東) 성 4730명 △랴오닝(遼寧)성 4272명 등의 순이다. 1000명 이상이 유학 중인 성시만 해도 11곳에 달한다. 연해지역에 많고 내륙으로 갈수록 적다. 티베트로 알려진 시짱(西藏) 짱족(藏族)자치구에도 한국인 1명이 유학 중에 있다. 31개 성시에 한국인 유학생이 없는 곳은 한 곳도 없다.
현지화·고급화하는 중국 유학생 주로 대학 학부생(2만2416명)과 어학연수생(2만5000명)이 많다. 하지만 석사과정(2148명)과 박사과정(1015명) 유학생도 상당수 존재한다. 나머지는 석·박사 예비과정인 진수생 등이다. 통계 미비로 이들이 주로 어느 전공을 택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재학생 중 한국인 유학생 비율이 높은 베이징의 명문 런민(人民)대에 따르면 한국인 유학생들은 신문학과 국제정치, 경제, 법학, 중문과 등 문과계열 전공이 많다. 한때 중국 유학은 도피성 유학의 대명사였다.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난 이들이 낯선 땅에서 쉽게 탈선하면서 중국과 한국 사회에서 한동안 사회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숫자가 늘었을 뿐 아니라 질적인 변화도 뚜렷하다. 유학생 스스로도 자부심이 크다. 베이징의 15개 대학 총(總)한국학생회연합 한성환(런민대 4학년) 회장은 “목표를 설정하고 오랫동안 준비해 유학을 오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갈 곳이 없어 오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중국에서는 명문 대학이라도 입학과 졸업이 비교적 녹록했다. 한국인들은 외국인 전형을 통해 입학하고 느슨한 학사관리를 통과해 졸업장을 거머쥐었다. 그런 호시절(?)은 이제 사라졌다는 게 대부분의 평가다. 유학생들은 입학과 졸업이 모두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베이징대, 칭화대, 런민대 등 주요 대학의 한국인 유학생 60% 이상이 중국 현지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재학생들은 추정했다. 과거처럼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 2년 동안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이들 대학에 입학하는 사례가 적어졌다. 그만큼 입학시험이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다. 또 대학들도 학사관리를 크게 강화했다. 많은 곳은 30%, 적은 곳은 10% 안팎이 재학 도중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탈락하고 있다. 임두혁 칭화대 한국인유학생회 ‘아랑’ 회장은 “입학 후 중국인 최고 수재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며 “중국 유학이 헐렁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난을 뚫은 덕분에 중국 대학을 졸업한 한국 유학생에 대한 한국 기업체들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강현철 주중 한국대사관 노무관은 “한국 기업들은 전에는 한국인 중국 유학생의 자질에 의문을 품고 중국 대학 졸업생에 대해 채용을 꺼리곤 했다”며 “이런 인식은 급격히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도 생각이 변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한국인 유학생 3명을 처음으로 인턴으로 채용한 중국 우리은행은 후한 평가를 내렸다. 이 은행 정준구 본부장은 “현지에서 몇 년씩 생활한 사람들이라 중국어가 완벽하고 중국 사회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넓고 깊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재중 유학생들의 자질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 외국인 졸업생을 바로 고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외국인 재(在)중국 직업관리규정 제7조 2항에는 외국인의 중국 취업 전제조건으로 ‘필수적 직업기능과 상당한 근무경험을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노동국의 취업허가서 발급 부서는 근무경험 2년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현지 학교를 졸업한 뒤 현지 취업의 길은 원천적으로 막혀있는 것이다.
산적한 장애물, 깊어가는 고민 평가가 호전되고 있다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한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만연해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스위스연방공과대학으로 진학한 김유훈씨는 “나쁜 시선으로 보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유학생들은 따뜻한 시선에 목말라 있다”고 말했다. 중국대학 졸업장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한국의 명문 사립대를 졸업한 뒤 베이징대로 유학을 와 박사과정을 마친 황모(35)씨는 “한국인 중에는 중국이라면 일단 몇 단계 낮춰보는 시각이 있다”며 “이곳 대학의 우수성이 한국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한국 유학생들은 조선족과 한국어를 배운 한족을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며 “확실한 장점이 없으면 중국 유학이 결정적인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경쟁자들의 화려한 ‘스펙(경력)’에 주눅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경쟁자들은 해외 연수 1,2년을 기본으로 하고, 각종 자격증과 온갖 분야에 인턴과 봉사활동으로 이력서의 칸이 모자랄 지경이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기준에 맞출 기회도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27일 베이징의 한국문화원에서는 북경한국투자기업협의회와 중국 한국상회가 주최하고 주중 한국대사관과 재외동포재단, 북경한국유학생협의회가 후원한 ‘유학생 인턴취업박람회’가 열렸다.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인턴 기회를 주자고 마련된 이 취업박람회는 폭발적인 인기를 보였다. LG, SK, 현대자동차, CJ, 중국 우리은행 등 한국의 15개 대기업과 온가찬음 등 북경한국투자기업협의회 회원사 20개가 참여한 이 박람회에는 한국인 유학생 600여 명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에게 2,3개월 인턴자리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회를 먼저 경험하고 스펙을 쌓기 위한 기회였다. 당시 이곳에서 만난 북경사범대학 4학년 이모씨는 “학점을 받기에 온 힘을 쏟다보니 스펙을 만들 기회가 없다”며 “한국 기업들이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열기를 확인한 주중 대사관은 올해도 이 박람회를 이어가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 이종미 주중 대사관 영사부 영사는 “한국 기업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도 참가해 한국인 유학생뿐 아니라 한국어 전공의 중국인 학생들에게도 문호를 넓혀 박람회를 여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절도죄로 징역형 한국인 유학생 가운데 탈선하고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많이 줄었다지만 베이징의 대학가인 우다오커우(五道口) 전철역 부근과 징위(京浴)빈관 부근, 류다오커우(六道口) 등은 새벽까지 한국인 유학생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우다오커우에서 가게를 하는 한국인 이모씨는 “환율 상승으로 불량 학생이 많이 줄었지만 늦은 시간까지 술과 향락에 취해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을 자주 본다”며 “남의 나라까지 와서 그러는 게 안타깝다”고 혀를 찼다. 범죄도 발생한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베이징 지역에서 △절도 등으로 인한 형사구류 10건 14명 △단순폭행 등으로 인한 행정구류 3건 6명 등 모두 30건에서 한국인 유학생 38명이 범죄자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죄에 연루되는 순간 이들의 인생은 망가진다. 중국에선 한국 기준으로는 젊은이의 치기(稚氣)로 봐줄 수 있는 사안으로 구속되고 강제출국과 함께 중국으로 한동안 입국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중국에서는 절도죄 등 물품과 관련한 범죄를 무겁게 다스리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는 가벼운 처벌대상이 중국에서는 중대 범죄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한 한국인 유학생이 현금과 가전제품 등 약 1만여 위안어치를 훔쳤다. 값어치는 한국 돈으로 200여만원 남짓이었다. 그는 현재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 피해액이 크지 않고 어린데다 초범이고 학생이면서 피해자와 합의했고 배상도 했다. 물론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양형의 참고사항일 뿐 처벌을 완화해주지는 않는다. 베이징의 경우 피해액 1만위안 이상, 상하이는 피해액 2만위안 이상이면 최고 징역 3년까지 받는다. 맹훈재 주중 대사관 영사부 경찰 영사는 “한국에서라면 정상참작 사항이 수두룩하지만 중국은 법과 제도, 관행, 풍토 등에서 한국과 다르다”며 “중국에서는 중국 법을 따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학교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베이징의 한 대학 3학년 유학생이 기말고사(중국은 1월에 본다) 시험 도중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됐다. 학교 측은 이 유학생에게 졸업장을 주지 못한다고 통보했다. 그는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면 최악의 경우 졸업장을 받지 못할 정도로 시험 관리가 엄격하다. 한국에서는 한번 크게 혼나고 말 일로 중국에서는 이처럼 인생의 항로가 바뀔 수 있다. 미리 충분히 준비하고, 유학을 와서도 철저하게 학교생활을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상하는 중국의 힘과 함께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 유학. 그렇지만 본인이 하기에 따라 치명적인 독(毒)이 될 수도 있고, 미래를 개척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기유학생 1만명 시대 최근 추세 중 하나는 중국을 찾는 유학생 중에 초·중·고교생, 즉 조기 유학생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확한 관련 통계는 없지만 1만명 이상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조기유학 국가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위상 강화로 중국어의 인기가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비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학교를 선택해 조기 영어교육에 따른 영어실력을 갖추는 한편 중국어를 추가로 배워 ‘플러스알파’를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 이 같은 조기 유학생이 다닐 수 있는 학교는 △한국 국제학교 △중국의 현지 학교 △미국계, 영국계, 유럽계 등의 영어국제학교 △영어 및 중국어를 함께 가르치는 솽위(雙語)국제학교 등이 있다. 베이징, 톈진, 상하이 등 중국 곳곳에는 한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학교로 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인가한 한국 국제학교 9곳이 운영 중이다. 통상 초중고 교과과정을 동시에 갖췄다. 홍콩 1곳과 대만 2곳을 합하면 이른바 중화권에 있는 국제학교는 12개에 달한다. 전세계에 있는 한국 국제학교 30곳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중화권에 있다. 학교별로 재학생은 200~1000명으로 중화권 전체에 6000명 안팎이 재학 중이다. 중국 현지 학교는 중국 정부가 허가한 국제부가 있는 경우에만 외국인의 입학이 허용된다. 주재원 등 취업비자를 받은 부모의 자녀만 받는 학교와 학교에서 유학생 비자를 내주는 학교로 나뉜다. 베이징의 경우 2001년 10여 개 학교가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했으나 지금은 70여 개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들 학교의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한국 학생 비율이 매우 높다. 현지 학교는 중국어는 물론 중국의 문화와 역사, 사회 등을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다만 주입식 교육이 이뤄지고 전체주의적 문화 등 한국 학교와 문화가 다르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예를 들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축구 등 자유 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수업 시작 전과 방과 후에 전교생이 모여 체조나 줄넘기를 하는 등 지켜야 할 생활규율도 많다. 또 숙제를 해오지 않은 경우 방과 후에 교실에 남아서 숙제를 끝내고 하교해야 하는 등 학사관리 역시 엄격하다. 수학의 경우 초등학교에서부터 커우쏸(口算)이라 불리는 암산을 세게 훈련시킨다. 수업시간에 계산기 사용을 허용하는 영미권 국제학교와는 다른 풍경이다. 2008년 베이징에서 아들(11)을 현지 소학교(한국의 초등학교)에 보낸 주부 이모(38)씨는 “중국 학생들은 배타적이지 않고 외국인을 잘 대해주려 했다”며 “하지만 해야 할 숙제가 많고 규율이 엄격했다”고 전했다. 3~5년 임기의 대기업 주재원 자녀 등이 주로 다니는 영어 국제학교의 경우 미국 영국 등 해당 국가의 커리큘럼에 따라 영어로 수업한다. 중국어 및 기타 외국어 교육이 추가된다. 연간 평균 3000만원 안팎의 비싼 학비가 큰 부담이지만 영어와 중국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선택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같은 ‘더하기’ 기대만큼이나 ‘빼기’효과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아이의 특성이나 연령에 따라 모국어가 뿌리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이중 삼중언어에 노출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영어나 중국어를 빠르게 익히는 것에만 주목하지 말고 한국어 말하기·쓰기 능력이 약화된다는 점을 고려하라는 소리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에는 중국 대학 입학을 염두에 둔 중고생 조기유학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한국 학생이 늘어나면서 중국 명문대학의 외국인 특례입학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베이징의 조기유학 전문 산하(山河)교육문화원 장흥석 원장은 “중국 명문대에 입학하고 싶으면 적어도 중학교 때에는 중국에 유학을 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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