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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골당전쟁

화이트보스 2010. 3. 21. 10:02

납골당전쟁

연 6조원대 시장, 블루오션으로 급부상… 삼성 등 대기업도 진출 검토
일부 업체, 영업사원 고용 치열한 로비전… 무리한‘스타 마케팅’소송 비화
지난 2월 23일, 84세로 세상을 떠난 코미디계의 거목 배삼룡씨. 살아생전 수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기쁨을 선사해준 그였지만, 유가족들은 그의 사후 뜻하지 않은 구설에 휘말렸다. 장지(葬地) 이중 계약과 관련된 사기 혐의로 피소된 것이다. ‘웃음의 대명사’였던 배씨 별세를 둘러싸고 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일까.

배삼룡씨 유족은 2007년 강원도 춘천의 한 봉안당(납골당은 일본식 표현)과 ‘유해 안장’에 관한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다른 유족이 경기도 분당의 다른 봉안당과 다시 계약을 맺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춘천 봉안당 측은 배씨 유가족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배씨의 아들 배동진씨는 2월 24일 빈소에서 브리핑을 갖고 “장례가 끝나는 대로 춘천 봉안당 측을 찾아가 사과하겠다”며 “이중 계약 문제가 원만히 해결됐으며 아버지는 분당의 봉안당에 안치되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춘천 봉안당 측은 3월 3일 “계약금과 간병비 명목으로 이미 배씨 유족에게 3070만원을 지불했는데, 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춘천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배동진씨는 지난 3월 3일 통화에서 “아버님 가시는 마지막 길에 누를 끼쳐드린 것 같다”며 “심정이 말이 아니다”라며 착잡해 했다.

지금으로선 ‘이중계약’ 제소가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 사례에 대해 “봉안당 업계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이른바 ‘스타 마케팅’의 단면이 드러난 것”이라 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유명 인사를 모시게 되면 부음 기사에 ‘유해가 어디에 안장된다’는 내용이 함께 실리면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게 돼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봉안당에서) 이 점을 겨냥하고 영업사원을 동원, 유가족에게 치열한 로비전을 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 지난 2월 25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코미디언 배삼룡씨 영결식. 배씨 유가족은 장지 ‘이중계약’으로 피소되며 구설에 올랐다. photo 연합뉴스
일부 업체 영업사원 영안실 상주

봉안당을 운영하는 다른 관계자는 “전문적으로 영업을 뛰는 일부 사원의 경우엔 팀을 만들어서 아예 병원 영안실에 상주하다시피 한다”며 “심지어 병원 장례식장과 결탁해 특정 봉안당을 권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경우 영업사원이 받는 인센티브는 봉안 시설 사용료의 20~30% 선이 기본이며, 많을 경우엔 60% 수준까지 뛰어오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봉안 시설 사용료는 시설의 성격, 규모, 유해가 안장되는 위치 등에 따라 수십만~수천만원에 달한다. 예를 들어 시설 사용료가 500만원이라면 영업사원에게 통상적으로 100만~150만원, 많을 경우 300만원가량이 ‘인센티브’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배삼룡씨 사례에 등장한 봉안당 측은 양쪽 모두 “영업사원을 고용하지 않았으며, 배씨 유족에게 로비를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씨의 아들 배동진씨는 “이곳저곳의 영업사원들이 저마다 ‘좋은 조건’을 내걸면서 서로 (배씨 유골을) 모시겠다며 접근해 왔다”라며 “이런 세계가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춘천의 봉안당 측이 배씨 유족에게 지불했다는 3070만원은 계약금과 간병비 명목이었다. 유족이 배씨를 모시기로 정한 분당 봉안당 측도 유가족에게 이와 비슷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 인사를 유치하게 되면 그 인사의 얼굴이 들어간 팸플릿을 제작·배포하고, 홈페이지에 관련 인사 사진을 넣어 홍보에 활용한다”며 “관련 규제가 없기 때문에 유가족들의 동의만 얻으면 된다”고 말했다. 춘천의 봉안당 측은 “배삼룡씨가 별세하면 이리로 오신다고 홍보를 했고, 관련 팸플릿도 만들었는데 (배씨 유해가) 다른 곳으로 가게 돼, 결과적으로 고객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며 “유족에게 민사 소송을 별도로 제기해 피해보상을 요구할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률 70%… 관련업체 400여곳

화장률이 70%(2009년 복지부 추정)에 육박하면서, 국내 장례 시장은 연간 규모가 6조원대에 이르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선 시장을 놓고 난타전을 벌이는 관련 업체가 4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09년 대우조선해양이 장례시장 진출을 시도한 데 이어, 지난 3월 3일 삼성 에스원이 “장례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봉안당 관계자는 “상을 당한 사람이 빈소를 차리면, 장례식장에서 상주에게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장지가 어디냐’하는 질문”이라며 “일반적으로 3일장을 치르는데 문상객을 맞기도 바쁜 유가족이 봉안당 현장을 방문해 꼼꼼히 장단점을 따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상주들은 대부분 황당한 입장에 처해 경황이 없기 때문에, 영업사원들이 접근해 특정 업체를 권하면 받아들이게 된다”며 “바쁘더라도 미리미리 모실 곳을 준비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믿을만한 봉안당 고르는 법

▲ 미술관처럼 깔끔한 분위기를 갖춘 봉안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와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그리고 업계 관계자들 조언을 빌려 ‘괜찮은 봉안당 고르는 법’을 소개한다.
 

1. 자치단체가 설립한 ‘공설’이 싸다

봉안시설은 자치단체가 차린 공설(公設), 종교단체가 차린 종교단체 봉안시설, 그리고 개인 또는 여러 명이 재단법인을 만들어 설립한 법인 봉안시설의 3가지로 크게 나뉜다. 복지부는 2008년 12월 31일 기준 국내 공설 봉안시설이 99곳, 종교단체봉안시설이 113곳, 법인 봉안시설이 51곳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표 참조> 사용료는 천차만별이다. 통상적으로 공설은 평균 10만~수십만원, 종교단체는 평균 수십만~100여만원, 법인은 평균 300만~700만원가량 된다. 대부분 사용기간엔 제한이 없다. 법인의 경우엔 5년에 15만~30만원 안팎의 관리비를 별도로 받지만, 공설은 관리비가 없다. 종교단체는 관리비를 별도로 받는 곳도 있고, 받지 않는 곳도 있다. 따라서 비용 측면에서 따진다면 공설이 가장 유리하다.
 

2. 집에서 가까운 곳이 좋다


공설은 비용이 저렴하지만 모든 자치단체가 다 시설을 갖추고 있진 못하다. 게다가 대부분 해당 자치단체 거주민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제한적이다. 따라서 살고 있는 자치단체에 ‘공설’이 없는 경우엔 종교단체나 법인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종교단체의 경우 소속 신도만 대상으로 하는 곳이 많다. 이럴 경우엔 법인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접근성을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매년 수 차례 이상 찾아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너무 먼 곳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인을 추모하는 곳이니만큼 주변 환경이 경건함을 방해하지는 않는지, 나아가 친자연적 환경을 갖고 있는지를 살피라”고 권했다. 봉안시설에 대해 일종의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최근 설립된 봉안시설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깔끔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조성한 곳이 많다.
 

3. 운영주체가 누구냐를 따져라

법인 시설이나 종교단체 시설을 이용할 경우엔 운영 주체가 누구인지를 따져야 한다. 봉안당은 초기 자본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운영주체가 송사에 휘말리거나 경영권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시설을 분양하고 있는 도중에 사업 자체가 무산되기도 한다. 따라서 누가 시설을 설립하는지, 주체는 누구인지를 따져야 한다. 관할 자치단체는 어느 곳이든 봉안시설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 이 부서에 문의하면 운영주체의 과거 징계 이력이나 제기되는 관련 민원의 건수 등을 알 수 있다. 민원이 많은 곳이면 그만큼 탈이 날 가능성이 높다. 
전국 공설·법인·종교단체 봉안시설

 
전국 공설·법인·종교단체 봉안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