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26일 증언대…공소장 변경여부도 관심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은 2006년 12월20일 오찬 회동이 열린 총리공관 현장검증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증인 신문이 예정된 이번 주가 대세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검찰과 한 전 총리의 변호인은 지난주까지 열린 7차례 공판에서 5만달러 수수 여부와 오찬 상황 등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창과 방패' 싸움을 벌였다.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줬다고 진술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법정에서 "총리공관에서 오찬이 끝나고 주머니에 있던 돈봉투를 내가 밥 먹던 의자에 놓고 나왔다"며 돈을 줬다는 취지의 핵심적인 진술을 변함없이 유지했다.
다만 '전달 방법'에 대해서는 당초 직접 건넸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는 정신이 없었는데 그게(의자에 놓은 것) 맞는 것 같다"며 말을 바꿨다.
검찰은 곽씨가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아 세세한 것까지는 기억을 못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고 돈을 줬다는 주장은 변함이 없다며 호텔 직원 등 오찬장에 있었던 이들이나 곽씨의 부인 김모씨 증언을 통해 진술의 신빙성 유지에 주력했다.
돈의 전달방법에 대한 진술변경으로 잠시 코너에 몰렸던 검찰은 지난주 "남편에게 사실대로 얘기하라 했다"(곽씨 부인), "한명숙에 골프채 선물한다 해서 2천만원 가져갔다"(대한통운 전직 간부) 등 핵심 증언을 이끌어내면서 전세를 뒤집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자평한다.
"휴가때 골프를 쳤다는 얘기를 들었다"(수행과장 강모씨), "총리 호출 없으면 오찬장 안들어간다"(호텔직원) 등의 증언도 검찰의 공소사실 유지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강씨는 한 전 총리 측이 수십차례 출국했음에도 "단 한번도 달러환전 지시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반면 변호인은 곽씨가 말을 바꾼 점을 강조하면서 당시 경호원이나 수행과장 등의 증언을 통해 식사가 끝나면 거의 예외없이 한 전 총리가 오찬장에서 먼저 나오므로 따로 남아 돈을 받는 게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번주에 반환점을 돌게 되는 재판에서는 총리공관 현장검증(22일)과 정세균 대표 증인신문(26일) 등이 이뤄진다.
현장검증에서는 오찬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며, 재판부는 오찬장 내부 구조나 현관까지의 이동시간, 동선 등을 토대로 양측 주장의 타당성을 살핀다.
민주당은 정 대표의 증인신문에 대해 '서면으로 입장 표명을 검토 중'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보여 실제 출석할지도 관심이다.
정 대표가 출석하면 평생을 물류업에 종사한 곽씨를 그의 이력과 아무런 상관없는 석탄공사 사장 1순위로 추천한 경위와 오찬장의 상황 등에 대해 검찰의 신문이 예상된다.
이원걸 전 산업자원부 2차관과 석탄공사 지원서를 들고 곽씨 집으로 직접 찾아갔던 산자부 과장, 지원서를 작성한 대한통운 직원 등도 증인석에 앉는다.
한편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장에 돈을 '건네줬다'는 표현 외에 구체적 전달 방식을 밝히지 않아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는다며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 상태여서 검찰의 대응도 주목된다.
형사소송법은 공소장에 범죄의 시일과 장소, 방법을 명기해 사실을 특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법원은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기각이나 무죄 판결을 내린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일시와 장소, 방법, 목적을 적시했다면 일부가 다소 불명확해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봐서 유죄를 선고하기도 한다.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할지, 그에 대해 법원이 어떤 자세를 취할지는 재판의 분위기를 일거에 뒤흔들 돌발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과 한 전 총리 측이 현장검증이 이뤄지는 22일부터 정 대표 증인신문이 이뤄지는 26일까지 서로에게 유리한 정황증거와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면서 국민의 시선을 더욱 끌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