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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홀로서기를 포기했나

화이트보스 2010. 3. 24. 11:12

민주당, 홀로서기를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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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23 23:02 / 수정 : 2010.03.24 05:32

박두식 논설위원

민주당이 군소정당들과 지방선거 연합공천 놓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못난 고교생이 초등생 윽박지르는 것에 가까워…
이 정도로 허약해졌나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방송토론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에게 '다음 정권 가져가라'고 계속 신호를 보내는데 그것을 못 받아먹으면 우리가 병신"이라고 했다. 세종시를 둘러싼 한나라당 친이·친박 갈등, 4대강 논란, 여권(與圈) 인사들의 잇단 설화(舌禍) 등을 보면 정 대표 발언이 아주 터무니없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다시 가져갈 수 있을지 여부를 가르는 첫번째 관문이 6월 2일 지방선거다. 민주당은 4년 전인 2006년 지방선거부터 '전국 선거 연패(連敗)' 사이클을 이어왔다. 2006년 당시 민주당은 여당이었고, 당명은 열린우리당이었다. 16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전라북도 한 곳에서만 승리했을 뿐 15개 시·도지사 자리를 야당에 내줬다.

시장·군수·구청장을 뽑는 230곳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를 보면 4년 전 열린우리당의 성적이 좀 더 분명히 드러난다. 열린우리당은 전국 시장·군수 선거의 91%에 이르는 211곳에서 패했다. 66곳의 수도권(서울·인천·경기)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경기도 구리시장 단 한 곳을 이겨 간신히 전패(全敗)를 면했다. 한나라당은 서울 구청장 25곳을 싹쓸이한 것을 비롯해 수도권 61곳에서 승리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시작된 한나라당의 수도권 강세는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으로 이어졌고, 반면 민주당은 선거 참패의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지방선거가 2012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사이클의 시작이 될지, 아니면 지난 4년의 추세가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정당 지지율만 놓고 보면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 2006년 2월 갤럽 여론조사에 나타난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 35.2%, 열린우리당 22.8%였다. 올 2월 갤럽조사에선 한나라당 39.9%, 민주당 24.7%였다. 민주당이 지난 4년 동안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신당을 만들었다가 다시 해체하고 당을 만드는 난리법석도 모자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뉴 민주당 플랜'을 내놓았는데도 지지율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이 '믿는 구석'은 오직 하나, '정권 견제심리'다. 민주당이 유권자들에게 대안(代案)으로 다가설 수만 있다면 이번 선거에서 괜찮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셈법이다. 그래서 꺼내든 게 '야권 후보 연대'다. 민주당은 지난 몇달간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등 4당(黨)에, 시민·사회 4개 단체 대표와 '연합 후보'를 내는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의석 88석의 제1 야당이다. 민주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연합 후보'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나머지 4개 정당의 의원은 모두 합쳐 8명이다. 4개 정당에 속한 의석 숫자가 민주당의 10분의 1이 채 안 된다. 올 2월 갤럽 조사에 나타난 4개 정당 지지율 합계는 9.0%에 불과하다. 민주당과는 체급과 차원이 다른 군소정당들인 것이다. 민주당과 4개 정당 지지율을 합쳐도 한나라당에 6.2%포인트 뒤진다. 그런데도 이들을 상대로 '연합 후보' 운운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자신이 속한 학교에서 제 대접 못 받는 고등학생이 초등학생들을 모아놓고 "내 뒤로 줄 똑바로 서라"고 윽박지르는 장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민주당과는 함께할 수 없다"며 올해 새로 국민참여당을 만든 친노세력까지 '연합 후보'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각자 다른 당으로 갈라서기 무섭게 '선거에 나설 후보를 함께 고르는 일'에 머리를 맞대는, 위장이혼(離婚)을 방불케 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 4개 군소 정당들은 선거 막판까지 '후보 단일화' 문제로 옥신각신할 것이다. 수도권에서 군소 정당 후보 지지율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들을 압도할 만한 인물도 비전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고질적인 허약체질을 '후보 단일화' 같은 정치 이벤트로 숨기려 하고 있는 셈이다. 연예인들이 공연한 연애설을 퍼뜨려 대중의 관심을 끄는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에 가깝다. 그러나 제 발로 서지 못하는 정당의 허약체질은 아무리 분칠을 하고 기교를 부려도 쉽게 가려지지 않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