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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춘 며느리 잡는 연기 보고 속 시원하대요”

화이트보스 2010. 3. 30. 09:58

며느리 잡는 연기 보고 속 시원하대요”

 
2010-03-30 03:00 2010-03-30 07:39 여성 | 남성
KBS2 ‘수상한 삼형제’ 드센 시어머니 역 이효춘



 인기 드라마 KBS2 ‘수상한 삼형제’에 출연하는 탤런트 이효춘 씨를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 촬영 현장에서 만났다. 이 씨는 “평상복을 입으면 시청자들이 가진 드라마의 환상이 깨진다”면서 극 중 차림으로 촬영하겠다고 말했다. 고양=황인찬 기자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 보는 시대잖아요. 그래서인지 제가 드라마에서 며느리를 호되게 잡는 것을 보고 시어머니들이 대리 만족을 느끼시는 것 같네요.”

KBS2 주말극 ‘수상한 삼형제’에서 며느리와 아들을 거침없이 혼내는 ‘전과자’ 역을 맡은 이효춘 씨(60)가 ‘악역 캐릭터 변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40년 연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다는 그는 이 드라마의 극적 갈등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10월 17일 시청률 21.1%(AGB닐슨)로 시작해 14일 시청률 40%를 넘어서며 1위를 달리고 있다. 경찰인 아버지 박순경(박인환)과 어머니(전과자), 그리고 삼형제와 세 며느리가 ‘첫째 아들의 재혼’ ‘둘째 아들의 불륜’ 등을 두고 벌이는 실랑이가 기둥 줄거리다. 이 씨를 23일 경기 고양시 마두동 촬영현장에서 만났다.

○ “속이 시원하다”며 시어머니들 응원

  이 씨는 며느리들이 살림을 소홀히 하거나 말대꾸를 하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냐’ ‘도대체 네가 잘하는 게 뭐냐’며 쏘아붙인다. 방송 후 ‘너무한다’는 시청자 의견이 이어질 정도로 며느리들을 닦달하기도 한다. 28일 방송에서는 셋째 며느리 주어영(오지은)이 큰 손자의 준비물을 챙겨주지 못하자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는 법이다”라고 꼬집어 울음을 터뜨리게 했다. 이미 결혼한 둘째 아들의 여자 친구인 태연희를 찾아가서는 “친구라면서 왜 남의 집을 깔짝거리고 건드리느냐”며 따끔하게 호통을 치기도 한다.

  이 씨는 이에 대해 “시어머니들이 며느리들에게 못하는 말을 내가 대신 하니까 ‘속 시원하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며 “시어머니들에게는 인기가 있지만 며느리들은 학을 뗀다. 제 외동딸(27)도 독한 시어머니 아래로 시집보내긴 싫다”며 웃었다.

  그는 드라마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드센 역할을 하다 보니 대사나 행동이 과장돼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일었다.

“역할이 너무 재미있어서 오버했는데 그런 지적을 하니 우울증에 걸릴 뻔했어요. 40년 가까이 연기하면서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악플이 이어지면서 한때 대본을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친구와 가족의 격려로 다시 힘을 냈다. 그는 “촬영장에서 만난 어머니들이 ‘잘 보고 있다’ ‘재미있다’면서 제 손을 잡아 주신다”며 “그게 힘이 돼서 더 열심히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며느리 눈치 보는 요즘 시어머님들 격려해줘서 큰 힘
불륜은 실제 있는 일 막장 지적 공감못해




 1976년 당시 스물여섯 살이던 탤런트 이효춘 씨의 활동 모습. 이 씨는 청순가련한 역을 주로 맡으며 당대 톱스타로 활약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40년 연기 인생에서 첫 악역

이 씨는 1973년 KBS 드라마 ‘파도’로 데뷔한 뒤 ‘청춘의 덫’ ‘집념’ 등에서 청순가련형 여주인공을 맡았다. 1978년 김수현 작가의 ‘청춘의 덫’에서 동거남(이정길)에게 버림받은 비운의 여주인공 서윤희 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에는 휴대전화나 삐삐가 없어서 집에만 돌아오면 저를 찾는 전화가 쉴 틈 없이 왔어요.”

청순한 이미지 덕분에 1970년대 말 신붓감, 며느릿감 1호였다고 한다. 하지만 새 대본만 오면 슬프고 우는 역할이어서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1994년 SBS 드라마 ‘이 여자가 사는 법’을 통해 애교 있는 아내 역으로 변신했고, 2000년대에는 ‘금쪽같은 내 새끼’ ‘그 여자의 선택’ ‘밥줘’ 등에서 주로 어머니 역을 맡게 된다.

그는 이번 ‘전과자’에 대해 “40여 년 만에 가장 드센 역할을 맡게 됐다”며 “격한 감정에서 많은 대사를 쏟아내야 하는 역할이라 힘들지만 많은 분이 기억해 줘서 기쁘다”고 말했다.

고양=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인기 비결과 진행방향

맛깔 나는 대사 - 개성 강한 캐릭터… PD “극 후반엔 황혼이혼 다룰것”




 KBS2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의 촬영 모습. 왼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출연자 노주현 이준혁, 진형 욱 PD(모자 쓴 사람). 고양=황인찬 기자
KBS2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는 지상파 방송 3사의 주간 시청률(22∼28일)에서 시청률 36%(AGB닐슨)로 1위를 차지했다. 수상한 삼형제의 인기 요인은 ‘세대별로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갈등 요소’ ‘개성 강한 캐릭터의 힘’ ‘맛깔 나는 대사’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대가족이 가질 수 있는 세대 간, 부부 간 갈등이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재혼한 첫째 아들은 과거를 숨긴 아내와 갈등하고, 둘째 아들은 여자친구의 유혹을 받고 아내에게 불륜을 의심받는다. 셋째 아들은 어머니의 반대를 뿌리치고 결혼하지만 어머니와 아내 사이의 고부갈등에 고민한다. 시어머니는 성에 차지 않는 며느리들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며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남편에게는 서운해한다. 가족 구성원별로 겪을 만한 고민을 다양하게 그리면서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있는 셈이다.

등장인물의 강한 개성은 이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혹독한 시어머니는 ‘전과자’, 일만 하는 둘째 며느리는 ‘도우미’, 돈만 아는 첫째 아들은 ‘김현찰’로 나온다. 인물 성격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시청자들이 쉽게 인물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1월 24일 방송에서 계솔이(이보희)는 여자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사위에게 “자네 눈구녕 똑바로 들고 댕겨. 어디가 이쁘다고 헤벌레 넘어간겨. 하늘이 무섭지도 않아!”라는 대사를 날린다.

수상한 삼형제는 당초 50회 제작에서 20회를 연장해 모두 70회로 6월 초 종영한다고 밝혔다. 연출 진형욱 PD는 “후반에는 김순경과 전과자의 황혼 이혼, 사돈 주범인(노주현)의 황혼 결혼 같은 주제가 중심이 되고 셋째 며느리의 임신, 첫째와 둘째 아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을 그리겠다”고 말했다.

고양=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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