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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퇴출 대란…투자자 "

화이트보스 2010. 3. 30. 10:28

상장사 퇴출 대란…투자자 "내 돈 어떡해"

회계법인 서슬에 기업들 전전긍긍

머니위크 | 김동하 | 입력 2010.03.30 09:27 | 수정 2010.03.30 09:35

 




그야말로 '상장폐지 대란'이다. 시가총액 4000억원이 넘는 네오세미테크부터 26억원짜리 폴켐까지 3월 말 감사보고서를 받지 못한 상장기업들과 투자자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의 서슬이 퍼런 코스닥은 물론이고 코스피도 예외가 아니다. 3월25일까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을 거절당한 상장사는 코스피 6개, 코스닥 18개사다. 아직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기업들도 수십개에 달한다.

특히 시가총액 4000억원이 넘는 네오세미테크 마저 퇴출 대상에 오르면서 기업들과 투자자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자본잠식은 3월31일까지 해소하면 살 수 있고,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4월12일까지 사유 해소에 대한 확인서를 제출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제출을 거절 받은 기업은 사실상 법적소송을 제외하고는 속수무책이다. 상장폐지에 대한 통지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가 바로 진행된다.

불과 2년 전 만해도 대부분 자본잠식만 아니면 '적정'을 주던 회계법인들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상장사의 '계속기업 가치' 등 '정성적 평가'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대며 '퇴출대란'을 불사하고 있다. 전방위에서 회계법인 발 '칼바람'이 불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칼' 빼든 회계법인, 금융당국ㆍIFRS로 압박

상장사가 상장을 유지하는 일은 불과 2년 전 만해도 완전자본잠식만 면하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지난 2008년에는 상반기에 자본잠식이 많게는 1000%가 넘던 신지소프트, 뱅크원에너지, 베스트플로우, 팬텀엔터그룹, 모빌탑 등이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3월31일 '벼락증자'로 자본잠식을 면했고, 회계법인들은 일제히 감사의견 '적정'을 제시했다. 그리고 거래소는 다음날인 4월1일부터 거래를 재개시켰다. 하지만 이 회사들은 추후 모두 상장폐지됐다.

최근에는 '계속기업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회계법인들이 감사의견을 먼저 '거절'하는 사례들이 급증했다. 코스닥의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의 위력이 회계법인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이 '적정'의견을 줘도, 거래소가 직접 나서 퇴출시키는 사례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2009년 9월 업계 10위권의 화인회계법인이 분식회계로 상장폐지 탈출을 방조했다며 영업을 정지한 것은 회계법인들을 초긴장상태로 만들었다. 회계법인에 대해 업무정지 징계를 내린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었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회계법인 감리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회계법인들을 압박했다. 감사하는 업체가 퇴출되더라도 느슨한 감사로 감리에 걸려 영업을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거절하더라도 아무런 법적부담은 없다.

회계법인들, 뭘 엄격하게 봤나

회계법인들은 이번 퇴출시즌 들어 상장기업들에 대해 대규모 '영업권 상각'을 진행하면서 자산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매출채권(외상)이나 대여금은 단골메뉴. 이를 대손충당금, 즉 '못 받을 돈'으로 후려치는 일들이 급증했다.

실제 태양전지용 웨이퍼 생산업체 네오세미테크의 경우 대주회계법인은 2개년 동안 기계설비를 팔고도 유형자산관리대장에 그대로 올려뒀고, 이는 누군가가 매각대금을 횡령했을 소지가 있다며 자산에서 배제시켰다. 결국 결산 과정에서 회사와 회계법인의 자산평가는 450억원이나 벌어졌다.

네오세미테크 측은 회계감사 결과의 차이는 회계항목 구분상의 차이이자, 변경된 감사관점에 따른 해석의 차이라는 입장이다. 2008년 회계년도까지 네오세미테크의 외부감사를 수행한 회계법인은 인덕회계법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새로 바통을 넘겨받은 대주회계법인은 '분식'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유주식에 대한 평가도 대표적으로 중요한 잣대다. 비상장기업의 지분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상장사의 자산규모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화인 회계법인 영업정지 사유도 비상장사의 주식가치평가 문제였다. 과거 회사의 말만 듣고 부풀리는 일도 많았지만, 최근은 부풀렸던 비상장주식가치를 '영업권 상각'으로 잘라내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지난해부터 특히 해외투자지분이나 비상장회사의 지분가치를 엄격히 평가하고, 자회사나 계열사에 빌려준 대여금도 '못 받을 돈'으로 대손충당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상반기 돌연 자본잠식 및 회계장부 미제출을 이유로 상장이 폐지된 포넷의 경우, 삼일회계법인은 해외로 빠져나간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생산지연이나 투자실패로 인정하면서 200억원 이상을 대손상각처리했다. 결국 2008년 6월 584억원이었던 자산은 6개월 만에 135억원으로 449억원이 줄었다.

매출액 계산도 크게 강화됐다. 한 코스닥 상장사는 회계법인이 매출을 '총액'개념으로 인정하다가 '순액'개념으로 바꾸면서 올해부터 매출 30억원 미만 관리종목으로 편입됐다.

고무줄 잣대…'모럴 해저드' 비난도

퇴출 대란이 벌어지면서 회계법인들의 일관성 없는 '고무줄 잣대'에 대한 비난도 늘어나고 있다. 상장사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회계법인들이 살기 위해 기업을 죽인다는 불만도 나온다.

태양전지용 웨이퍼 생산업체 네오세미테크가 상장폐지 될 경우 투자자들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멀쩡한 회사에 투자했다가 자신의 자산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은 4000억원을 넘고 대주주지분을 제외한 투자자 지분은 80%에 육박한다. 3000억원이 넘는 투자자들의 재산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있지만 네오세미테크의 영업라인은 지금도 풀가동 중이다.

회계법인들의 영업경쟁도 상장사들을 옥죄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감사권을 계속 가져가고 IFRS시스템을 도입시키기 위해 '길들이기' 차원에서 감사를 강화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관리종목매출 개념을 바꾼 건 이 회사를 10년간 감사해 오던 같은 회계법인이었다. 이 회사 대주주는 회계법인에 대해 법적인 소송을 불사하겠다며 분노했지만, 관리종목 지정 후 마음을 추스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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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기자 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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