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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떼에 76mm 함포 사격? … 꼬리를 무는 의문점들

화이트보스 2010. 3. 30. 13:21

새 떼에 76mm 함포 사격? … 꼬리를 무는 의문점들 [중앙일보]

2010.03.30 02:14 입력 / 2010.03.30 08:57 수정

천안함 침몰은 나흘째인 29일에도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선체 함미가 침몰한 지 49시간 만에 발견된 점도 그 하나다. 함미는 28일 밤 최초 침몰 지점에서 18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됐다. 그런데도 발견에 꼬박 이틀이나 걸렸다. 그나마 단초는 민간 어선의 어업지도선이 발견했다. 함미 선실에는 실종 승조원 46명 가운데 32명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돼왔다. 실종 승조원의 최대 생존 기간이 이틀을 넘는 점을 감안하면 해군이 아까운 시간을 엉뚱한 곳에서 허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 당국은 사고 해역의 빠른 조류와 수중 시계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해안은 간만의 차가 커 유속이 빠르다. 여기에 사고 해역이 백령도와 대청도 중간이어서 평균 유속이 3노트(시속 5㎞)에 이른다. 통상 다이버들은 유속이 1노트 이상이면 작업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같은 악조건을 감안하더라도 군의 어설픈 대응은 의문점으로 꼽힌다. 기뢰 제거함이 늦게 투입된 점도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이 함정이 일찍 도착했더라면 함미 수색은 더 일찍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안함이 침몰된 직후인 26일 밤 11시쯤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속초함(1200t급)이 북방으로 5분여에 걸쳐 76㎜ 함포를 발사한 점도 의혹을 낳고 있다. 합참은 “사격 후 레이더에서 사라진 것으로 미뤄 새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레이더 상에서는 새떼와 함정의 이동 속도가 유사해 간혹 이런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해군 관계자는 “밤새도록 레이더를 쫓아 추격했지만 확인 결과 새떼였던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발사한 함포 종류에 대해선 “작전상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해군 관계자들은 “당시 사격은 격파 사격이었다”고 전했다. 격파 사격은 상대에 경고를 가하는 위협사격을 넘어 정확한 목표를 정하고 이를 파괴하기 위해 가하는 것이다. 또 대공무기나 30~40㎜ 함포가 아닌 76㎜ 함포를 쏜 것을 놓고는 일반적인 대응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천안함을 공격하고 돌아가던 반잠수정이 포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일각에선 이 사격이 북한 군용기의 발진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지만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의 대응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9일에도 북한은 침묵했다. 나흘째다. 북한 기뢰나 어뢰 공격에 의한 폭발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남한 소식을 전할 때는 ‘지각 보도’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사나흘 안에 1차 사실 보도는 내놓았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뭔가 깊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영종·정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