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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적정 인구’는 몇?

화이트보스 2010. 4. 5. 16:58

대한민국의 ‘적정 인구’는 몇?

시사IN | 최보문 | 입력 2010.04.05 10:47 | 수정 2010.04.05 15:14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대전

 




'악마의 경제학자'라고 불리는 토머스 맬서스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제시한 바 있다. 인구 증가를 적절히 억제하지 않으면 인류의 빈곤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이론은 당시 기술 진보를 고려하지 못했고 계급차별적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그의 이론은 되살아나고 있다. 1970년대 에너지 파동 때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으로 지구 종말이 멀지 않았다는 신(新)맬서스 이론으로 재등장한 것이다. 이 이론 역시 자본주의 시장의 자동조절장치와 과학의 힘을 무시했다고 비판받았다. 그리고 이제 21세기.

2008년 3월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성장의 새로운 한계가 맬서스의 공포를 불러오다'라는 기사가, < 뉴스위크 > 2009년 10월자에는 세계 인구는 약 67억명으로 2050년이면 90억~110억명에 달할 전망이다. 그때쯤이면 식량 생산량을 70% 이상 늘려야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아직도 기아에 시달리는 10억 인구가 있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식량 생산 증가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즉, 지구가 인간 활동을 어디까지 감당할 것인지의 문제다. 지금의 인구가 현재 수준의 풍요와 편리성을 지속한다면 대체에너지가 개발된다 해도 자연의 공급능력과 폐기물 처리 능력에서 볼 때, 지구에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200년 정도라는 주장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남용을 감당하고도 인간의 생존을 허용할 자연환경을 '점용환경용량'이라고 하는데, 한국 인구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점용환경용량은 2000년에 이미 9.25배 초과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자연은 한국민의 미래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는 말이 된다.





ⓒ시사IN 안희태 출산은 돌봄을 전제로 한 '미래와의 약속'이다

인류 존속의 위기 앞에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소리가 울려퍼진 지는 오래된다.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가는 현실에서, 피라미드형이든 항아리형이든 이상적인 연령 분포를 고집할 경우 인구과잉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방식의 인구론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인구를 어떻게 생산적으로 배치할 것인지, 젊을 때에는 죽도록 일하고 늙어서는 한가롭기만 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기 위한 노력, 자본주의 체제의 재조직 등이 그 예이다.


생명 존중만큼 '돌봄'도 중요하다


물론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를 낳고 싶을 만한 사회 분위기와 안전망 구축이 꾸준히 지속되어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개발 위주로 지구를 착취하던 여태까지의 방침을 바꾸어 자원개발을 엄격히 관리함으로써 자연을 이루는 모든 것은 풀포기 하나까지도 균형을 유지하고 보존해야 할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고 지구 위의 모든 존재와 공존해야 할 하나의 생명집단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따라서 적정 인구는 모든 존재 함수를 고려하여 지구의 미래를 위해 신중하게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쯤 해서는 다자녀 출산장려 정책이 이러한 미래를 고려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인간활동을 감당할 한계를 이미 오래전에 초과해 헐떡이는 이 땅에서 출산율만 높일 경우, 사망률 저하 및 수명 연장과 함께 삶의 질이 떨어지고 '맬서스의 공포'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적정 인구에 대한 사회적 협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출산은 생명을 낳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낳은 아이를 평생 돌보겠다는 엄중한 약속이기도 하고, 지구 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인류와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돌봄을 전제로 한 미래와의 약속이다. 생명 존중을 논하는 자들은 이념도, 국가도, 사리(私利)도 벗어버리고 맨몸으로 나와 먼저 돌봄을 말해야 할 것이다.

최보문 (가톨릭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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