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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통령 부부 사망…"추락 원인" 의문 증폭

화이트보스 2010. 4. 11. 17:16

폴란드 대통령 부부 사망…"추락 원인" 의문 증폭

헤럴드경제 | 입력 2010.04.11 12:18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강원

 




 10일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 등이 탑승한 비행기가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공항에 접근하던 중 추락, 탑승자 96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러시아와 폴란드가 수십 년 간 감정싸움을 벌여왔던 '카틴 숲 학살사건' 70주년 추모식 참석길에 이 같은 변을 당해 악연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특히 사고기 기장이 관제탑 지시를 따르지 않고 짙은 안개 속에서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져 사고 원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신 97구 모두 수습 =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비상대책부 장관은 이날 사고 현장을 방문한 푸틴 총리에게 사고 개요를 보고하면서 "카친스키 대통령을 비롯해 희생자들의 시신을 모두 수습했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사고기에는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승무원 8명을 포함해 모두 97명이 탄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기인 러시아제 Tu(투폴레프)-154 비행기는 이날 오전 10시 56분께(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350km 떨어진 스몰렌스크 공항 활주로 부근에 추락해 사고를 당했다. 특히 폴란드 정부 대표단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지난 1940년 옛 소련 비밀경찰이 폴란드인 2만2000명을 처형한 '카틴 숲 학살 사건' 추모 행사에 참석하려고 러시아를 찾았다가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비상대책부 장관은 이날 사고 현장을 방문한 푸틴 총리에게 사고 개요를 보고하면서 "카친스키 대통령을 비롯해 희생자들의 시신을 모두 수습했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가족들의 신원 확인을 위해 시신을 모스크바로 옮길 예정이며 훼손 정도에 따라 DNA 검사도 한다는 방침이다. 처참한 사고 현장을 찾은 카친스키 대통령의 쌍둥이 형제인 야로슬라브 카친스키 전 총리는 대통령 부부의 시신을 확인했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사고 직전 기장 관제탑 지시 거부, 왜? = 이번 추락 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의문이 커가고 있다. 핵심적인 의문 중 하나는 사고기 기장이 왜 지상 관제탑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짙은 안갯속에서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했느냐는 것이다.

 사고기는 공항 주변에 짙은 안개가 낀 상태에서 착륙을 시도했고 활주로에서 300여m 떨어진 숲 속 나뭇가지 끝에 부딪히면서 추락했다. 항공 사고 전문가들은 시계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기체가 나뭇가지에 걸리자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면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특히 사고 직전 조종사가 벨라루스 민스크로 회항하라는 관제탑의 지시를 무시하고 4번이나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한 이유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 공군 고위 관계자는 "통제관의 말을 따르지 않고 조종사가 하강 속도를 높였다"면서 "다른 공항(벨라루스 민스크)으로 회항하라는 지시도 무시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그러나 기체 결함 등 다른 요인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을 말하기 어렵다"면서 "회수한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에 대한 분석 작업이 끝나면 정확한 원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애도 정국 = 슬픔에 빠진 폴란드 국민들은 붉은 장미와 흰 장미, 촛불을 들고 수도 바르샤바의 구시가지에 있는 대통령궁으로 찾아가 애도를 표했다. 대통령궁에는 조기가 게양됐고 바르샤바 주택가 곳곳에도 폴란드 국기가 내걸렸다. 성당에서는 희생자들을 위한 미사가 열렸다.

 야니나 세바스티노브(78) 씨는 AFP 통신에 "장을 보다가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온몸이 굳었고 거의 실신할 뻔했다"면서 "모두 훌륭한 분들로, 그들을 잃는 것은 보상받는 것이 불가능한 막대한 손실"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폴란드 전후사에서 가장 비극적 사건으로, 현대사에서 이런 류의 비극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투스크 총리는 이날 오후 사고 현장을 방문, 현장을 둘러보고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했다.

 각국 정상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조전을 보내 "한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폴란드 국민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도 투스크 총리에 전화를 걸어 "폴란드는 물론 미국과 세계에 엄청나게 충격적인 손실"이라며 깊은 조의를 전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 등도 카친스키 대통령 죽음에 조의를 표했다.

 폴란드 정부는 일주일간 애도 주간을 선포하는 한편 11일 정오에 2분간 전국에서 묵념 의식을 거행하기로 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폴란드 국민에게 조의를 표하고 12일 하루를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폴란드 정부는 카친스키 대통령 사망에 따라 조기 대선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10일 발표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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