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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일 함장 단독 인터뷰] “조국의 바다 끝까지 지키고 싶다”

화이트보스 2010. 4. 12. 11:12

[최원일 함장 단독 인터뷰] “조국의 바다 끝까지 지키고 싶다”

그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때론 말끝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단호했다.

“실종 장병들과 천안함이 영원히 내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들과 이 바다를 끝까지 지키고 싶습니다.” 지난달 26일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해군 천안함의 최원일(해사 45기·42·사진) 함장은 11일 “하루빨리 현장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본지와 20여 분 동안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다.

그는 현재 병원에서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PTSD) 치료를 받고 있다. 가끔씩 질문과 동떨어진 대답을 하기도 했다.

-천안함 폭발 후 어떻게 대처했나.

“대원 하나가 울면서 함미가 없다고 해 뒤를 보니 함미 쪽에는 달빛만 보였다. 함수에서 탈출하지 못한 30여 명의 대원들 구출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춥고 조류가 세서 당황한 대원들이 바다에 뛰어들까봐 안정시켰다. 중상자들이 있어 응급 치료도 했다. 대원들이 구급품을 챙겨 가능했다. 대원들은 정전이 된 상황에서 비상 랜턴을 챙겼다. 그것이 생명의 등이 됐다. 그래서 그나마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다. 대원들이 평소 준비를 잘해 둔 덕이다.”

-구조 상황을 더 말해 달라.

“몸이 성한 대원들은 배 안에 갇힌 동료를 구출했다. 서로 몸을 비벼가며 체온을 유지했다. 의식이 없어지는 대원들에게는 말을 시켜 의식을 유지시켰다. 침몰 순간에도 서로 살려고 하지 않고 서로 살리려고 했다. 그들의 전우애와 끈끈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7일 생존 승조원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폭발 당시 뭔가에 맞은 것 같다고 했는데.

“‘쾅’ 소리와 함께 몸이 붕 뜨면서 의식을 잠시 잃었다. 너무나 정상적인 경비 상황이었는데…. 표현이 불가능하다. 그런 느낌이었다.”

-두 동강 난 천안함을 버리고 떠날 때 심정은.

“그걸 어떻게 말로 할 수 있겠나. 구출하지 못한 46명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회항했다. 없어진 함미 부분…. 그 속의 승조원 46명…. 도저히….(울먹임) 나의 생명이 침몰하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사건 당일 해군 고속정에 구조된 이후 바로 실종된 장병 탐색에 나섰다. 27일 오후엔 실종자 가족을 만나고 구조 현장에 나가 지원했다. 실종자들이 있을 만한 위치와 배의 구조 등을 구조대에 설명하고 하루 빨리 구조가 이뤄지길 기원했다. (최 함장은 구조·탐색 현장에 일주일가량 있었다.) 현재는 몸을 추스르고 있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들었다.

“마음이 가장 아프다.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이라고 한다. 선체 인양 현장에 가고 싶은데 몸을 추슬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실종자들에 비하면…(울먹임) 나는 괜찮다.”

-기자회견에서 “생존자들의 복귀 신고를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그들은 아직도 살아 있을 것이다.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절대 그렇게(사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날도 몇 분 전에 봤고 (울먹임) 나에게 보고하고 이야기하고 말하고 했는데…. 지금도 옆에 있는 듯 느껴진다.”

11일 천안함 침몰사건 실종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광장에 설치된 게시판 앞에서 시민들이 글을 읽고 있다. [안성식 기자]
-실종 승조원 가운데 순직한 남기훈·김태석 상사와 침몰 당일 어떤 대화를 나눴나.

“남 상사와 김 상사는 배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훌륭한 군인이었다. 대원들에게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준 훌륭한 부사관들이었다. 남 상사는 오래 근무해 노하우도 있고 업무에 대한 전문지식도 갖추고 있었다. 김 상사는 가스 터빈을 운영하는데 1년 동안 잔고장이 한 번도 없었다. 열성을 갖고 근무했던 훌륭한 대원들이다. 가슴이 아플 뿐이다. 사건 발생 몇 시간 전에도 나에게 보고하고 함께 작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 대화는)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나에게 ‘야식 드셨냐’는 질문이었던 것 같다.”

-해군 특수전여단(UDT/SEAL)의 한주호 준위가 구조 활동 중 순직했다.

“구조 현장에서 그의 순직을 봤다. 정말 안타깝고 비통했다. 지금도 해난구조대(SSU)와 UDT·민간단체 분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곳은 목숨을 거는 현장이다. 빨리 인양이 이뤄져 원인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밝혀 천안함과 해군의 명예가 회복됐으면 한다.”

-일각에선 침몰사건 발생 시각 등과 관련해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년 동안 전투병과 장교로 바다에서 보냈다. 현장에서 있었던 것보다 더 잘 아는 것처럼 상상력을 더하는 게 안타깝다. 군과 해군의 사기를 꺾는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천안함과 국민이 멀어지게 하지 말아 달라.”

- 앞으로의 계획은.

“빨리 몸을 추스르고 현장으로 가고 싶다. 실종 장병들과 천안함은 영원히 내 가슴에 남아 있다. 그들과 이 바다를 끝까지 지키고 싶다.”

글=정용수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