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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풍부한 자원·노동력에 주목해야"

화이트보스 2010. 4. 16. 17:00

北 풍부한 자원·노동력에 주목해야"

입력 : 2010.04.16 02:35 / 수정 : 2010.04.16 08:03

[글로벌 韓人 파워!] [1] '對北사업 전문가' 호주 코스트그룹 천용수 회장
83년 호주로 이민 맨손 창업 매출 2억달러 넘는 기업 일궈
한때 북한에 설탕 독점공급 "선심성 퍼주기는 경계해야"

세계 곳곳에서 성공을 일궈낸 해외 한인 기업인들의 활약상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대북 사업을 할 때 일방적인 '퍼주기'를 경계해야 합니다.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선물부터 안겨서는 사업이 제대로 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무궁무진한 자원과 양질의 노동력은 주목해야 합니다. 북한과의 협력은 향후 한국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월드옥타(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 '세계 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 참석차 방한한 천용수(57·사진) 호주 코스트그룹 회장은 호주와 북한을 넘나들며 무역을 통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 해외 한인(韓人) 사업가. 그가 창업한 코스트그룹은 작년에 2억3000만달러(약 25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매출 중 5700만달러(약 640억원)를 북한 교역에서 거둔 대북사업가이기도 하다.
 
천 회장은 한독약품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1983년 호주로 건너가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첫 사업은 외항선에 식자재와 각종 필수품을 납품하는 것. 이후 폐지 수집 사업 등 남들이 하지 않던 '바닥'부터 훑으며 사업을 키운 천 회장은 1992년 대북 사업에도 첫발을 내디뎠다.

"한 호주 회사가 12년간 북한 광산을 개발하려다가 포기했다는 정보를 들은 게 계기가 됐습니다. 사업성은 있는데 호주 사람들이 북한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포기한 것이라는 판단이 섰거든요. 그래서 고민 끝에 38만달러(약 4억원)를 주고 이 회사가 북한 전역의 자원을 조사한 보고서를 구입했습니다. 사업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죠."

그는 93년 평양에 3층짜리 사옥까지 세우며 의욕적으로 대북사업을 시작했지만, 국제 금 시세가 하락하면서 사업성이 악화돼 결국 자원개발 사업을 포기했다. 그러나 사업 준비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북한의 인맥들은 이후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줬다. 북한 광업부 사람들의 제안으로 아연 수출권을 얻게 된 것.

"북한의 아연을 해외에 팔아주고, 인도네시아산 생고무를 구입해 북한에 납품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신뢰가 쌓이자 다른 사업들도 문이 열리더군요." 그는 95년에는 스펀지 공장도 세우고 무역 품목도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 1년 반 동안은 설탕을 독점 공급하기도 했다. 천 회장은 이후 비누 공장을 세웠고 최근에는 가발 공장 설립도 준비 중이다.

그는 최근 불거진 금강산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대북사업이 결코 쉽지 않다는 조언은 잊지 않았다. "저도 실패가 적지 않았습니다. 광산 사업 등을 준비하며 날린 돈만 380만달러(약 42억원)쯤 되거든요." 그는 그러나 "사업가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할 만한 분야가 많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지하자원이 많지만, 정작 이것을 캐낼 에너지가 부족해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천 회장은 "치밀하게 준비해 도전하면 대북 사업은 분명 가능성 있는 분야"라면서 "그러나 경쟁적으로 선심성 '퍼주기'를 하는 방식으로는 대북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CEO의 인생관을 엿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