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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의 관광 안내

화이트보스 2010. 5. 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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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5.01 03:01 / 수정 : 2010.05.01 19:38

새벽에 왔다 다시 새벽에 떠나는 곳, 한국인들에겐 괌이 그런 곳이었다. 지난 19일까지만 해도 한국과 괌을 오가는 직항(直航)이 사실상 하나였다. 새벽 2시쯤 괌에 도착해 떠날 때엔 새벽 3시쯤 비행기를 타야 하는 항공편이 바로 그것이다.

괌 차모로 연인처럼 목숨을 던져 사랑을 지켜내는 부부가 실제로는 몇이나 될까. 해마다 수많은 신혼부부가 평생 변함없는 사랑을 약속하며 이곳‘사랑의 절벽’을 찾는다. / 곽수근 기자
낮과 밤의 다른 얼굴

괌의 새벽은 조용했다. 오가는 차량도 없었다. 투몬 해변가도 적막했다. "괌에는 민간인 출입이 제한된 곳이 국토의 4분의 1이나 되는데 그곳에 핵무기가 보관돼 있다는 얘기까지 돈다"는 교민의 말엔 두려움마저 앞섰다.

미국령인 괌 곳곳엔 미 공군·해군기지가 있다. 유사시 미국의 대북(對北)·대중(對中) 전략기지나 다름없다. 미 공군이 괌에 스텔스 폭격기를 배치한 것만 봐도 괌의 군사적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전쟁을 염두에 둔 군사기지의 긴장감이 괌의 한밤을 채우고 있었다. 어둠이 걷히자 딴 세상이 펼쳐졌다. 바닥을 훤히 드러내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푸른 산호초, 따사로운 햇살 아래 펼쳐진 백사장….

평화로운 천국처럼 보였다. 리조트와 고급호텔이 즐비한 투몬 해변가엔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과 연인들이 그들만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해변에서 100m 가까이 바닷물속으로 걸어들어가도 수심은 어른 키에 미치지 않았다.

옆을 스쳐가는 원색의 열대어가 이국적 분위기를 돋운다. 리조트들은 해변을 공유하고 있어 2㎞가 넘는 투몬비치를 마음껏 둘러볼 수 있다. 최고기온 32도를 넘지 않는데다 21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드문 좋은 기후조건이다.

사랑의 절벽엔 웨딩드레스 물결

신혼부부들이 꼭 찾는 명소로 '사랑의 절벽'이 꼽힌다. 괌 중부 해변과 투몬 만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다. 스페인어로 '푼탄 도스 아만테스'라고 불리는 이곳엔 괌 원주민 차모로 연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괌이 외부에 처음 알려진 시기는 1521년 마젤란 항해 때였다. 1668년부터 스페인 지배를 받던 이곳은 1898년 미서(美西) 전쟁 후 통치권이 미국으로 넘어갔다. 사랑의 절벽 이야기의 배경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이다.

스페인 장교의 결혼 강요에 못 이겨 애인과 함께 도망한 차모로 여인이 군대에 쫓겨 사랑의 절벽에 이르렀고, 이곳에서 이들 연인이 서로의 머리를 한데 묶고 100m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는 얘기다.

요즘 이곳에선 허머(hummer)사의 길쭉한 지프형 백색 리무진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일본의 신혼부부들을 태운 차다. 이들은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차모로 연인처럼 목숨 바쳐 사랑을 지키겠다며 웨딩 촬영도 한다.

그들이 괌까지 와서 결혼식을 올리는 이유가 뭘까. 일본에서보다 비용이 절반 정도밖에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피로연 준비 등에 부담을 느끼는 신혼부부들이 친척과 친구들만 조촐하게 초청해 괌에서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을 찾은 일본인 신혼부부는 "비행기로 4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괌에서 결혼식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인 중에도 괌에서 원정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들이 있다.

청첩장을 돌리기가 부담스러운 재혼 부부 등이 가까운 지인들만 초청해 이곳에서 파티 형식으로 결혼식을 치른다. 이런 부부들을 위해 일부 교민은 하객(賀客) 역할을 대신 해주기도 한다

괌에서 결혼식을 올린 일본인 부부가 하객 축하를 받으며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 / 곽수근 기자
쇼핑천국? 체험천국?

괌 관광의 중심거리 플레저아일랜드엔 순환버스가 밤 11시까지 다닌다. 주요 리조트와 쇼핑몰을 오가는 버스들이다. 요금을 받는 것도 있고 쇼핑몰에서 운행하는 무료 버스도 있다.

어떤 면세점은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방문하면 요금을 대신 지불해주기도 한다. 구입한 물건을 숙소까지 배달해주거나 출국 때 공항에서 받을 수 있도록 전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주요 쇼핑몰은 밤 11시까지 영업하므로 관광객들이 지루해할 틈을 주지 않는다. 괌이 쇼핑천국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괌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중엔 바닷속 체험도 있다.

바다 밑바닥을 걸어다니는 시워커(Sea Walker)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 산호에 찔리지 않기 위해 고무신발을 신고 헬멧을 쓰면 모든 준비가 끝날 정도로 절차도 간단하다.

숨 쉬는 것도 땅 위에서와 큰차이가 없다. 수심 10m 아래에서 열대어들과 노닐다 보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낚시 보트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 석양을 바라보며 저녁식사를 하는 선셋 크루즈도 해볼 만하다.

일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스카이다이빙은 푸른하늘과 바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산호초를 내려다보며 비행기 밖으로 뛰어내릴 때의 짜릿함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 직장인들에게 특히 인기다.

5년째 괌을 찾은 김원상씨는 "아내는 쇼핑을, 아이들은 바다 체험을 즐겨 올해에도 망설이지 않고 괌을 휴가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관광에 국운을 걸다

괌의 면적은 549㎢로 서울(605㎢)보다 조금 작다. 인구는 16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1000만명이 넘는 서울에 비해 인구밀도가 훨씬 낮다. 괌의 주요 산업은 관광업이다. 어업도 있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학생들이 보는 지리 교과서에도 '관광산업이 살 길'이라고 할 정도로 관광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겐 관광객들이 쓰는 돈이 중요하며 이들이 여러 번 찾을 수 있도록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괌 관광객 중 으뜸은 일본인들이다.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 괌을 찾는 한국 관광객 수의 10배에 달한다. 일본과 괌을 오가는 항공편도 10회 이상이다. 하루 1회 운항하던 한국은 4월 20일 진에어가 취항하면서 2회로 늘었다.

다양한 괌 여행상품이 경쟁적으로 마련됐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한국인들보다 절반 정도의 가격에 같은 수준의 관광을 즐길 수 있다. 괌 경제는 상당부분 일본에 의존하는 구조로 돼 있다.

거리를 오가는 자동차들도 일본차 일색이고 주요 관광시설도 일본인 소유다. 역사적으로도 괌과 일본은 인연이 있다. 1941년 진주만 공습 직후 일본이 괌을 지배했다 1944년 미국에 다시 넘겼다. 괌 관광객 중 두 번째는 한국인이다.

셔틀버스나 주요관광지 푯말에 일본어와 함께 한국어가 나란히 적혀 있을 만큼 한국에 대한 괌 정부의 관심도 크다. 행복한 미래를 약속한 신혼부부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러 여행온 가족들, 심지어 원정출산 때문에 온 산모들도 괌에서 희망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