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연 前 해군작전사령관
잠수함의 최대 장점은 은밀성이다. 북한 같은 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편이다. 북한은 실제로 오래전부터 잠수함 능력을 발전시켜왔고, 1996년과 1998년에 동해에 잠수함정을 침투시키다 적발되기도 했다. 잠수함의 입장에서 볼 때 동해는 서해보다 잠수함 작전이 쉽다. 동해는 수심이 깊어 활동하기도 편하고 숨을 곳도 많다. 그래서 적 잠수함 부대의 주력이 동해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그 후 우리 해군은 동해의 대잠(對潛)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동해를 지키는 해군 장병은 적 수상(水上)함 못지않게 잠수함에 많은 신경을 썼다. 지금도 그렇다.
반면 서해는 수심이 얕고 조류가 빨라 잠수함이 움직이기 쉽지 않다. 해군은 6·25 전쟁 후 지금까지 서해에서 북한 잠수함 위협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다. 서해에 배치된 북한 잠수함도 적었다. 북한이 간첩 침투용 소형 반잠수정은 몰라도 동해에서처럼 잠수함을 이용해 침투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자연히 서해를 지키는 해군 장병은 적 잠수함에 대해선 대비가 소홀해졌다. 눈에 보이는 NLL(북방한계선) 북쪽의 수상함에 대해선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았지만 바다 밑 잠수함에 대해선 방심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대(對)잠수함 훈련도 동해와 남해에서 주로 이루어졌고 서해에서는 소홀히 했다. 대잠 항공기와 잠수함 탐지용 링스헬기도 동해와 남해 위주로 대잠 정찰비행을 하였다.
우리 해군은 또 서해에서 1·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에서 승리하면서 적을 얕보았다. 대비를 소홀히 하고 적을 얕보았으니 저들이 파고들 허점을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천안함은 대잠 장비를 상당히 갖추고 있었지만 어뢰나 폭뢰 한 방 쏘지 못하고 당했다. 해군이 재(再)출발하려면 이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이제 서해에서도 적 잠수함을 잡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잠수함은 바다 밑 작은 도랑을 통해서도 침투한다. 이제 서해에서 잠수함 기동이 어렵다는 생각은 완전히 버려야 한다. 서해의 해양 환경 데이터도 빨리 완성해야 한다. 특히 북 잠수함이 도발하고 바로 도주할 수 있는 NLL 부근엔 대잠망(網)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 모든 군항(軍港)과 민항(民港)의 대잠 취약점도 조사하고 보완해야 한다.
해군 훈련도 천안함 사태와 같은 비(非)정규전에 대응하는 교육 훈련과 워 게임 활성화로 가야 한다. 이제 건조를 시작하고 있는 FFX사업(초계전투함, 호위함의 후속함)에도 서해 환경에 맞는 음탐 장비를 갖춰 서해 맞춤형 대잠 작전을 준비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한·미 연합 대잠 정보 교환은 매우 중요하다. 한·미 연합 대잠훈련도 동해·남해만이 아니라 이젠 서해에서도 역점을 두어 실시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발휘하기만 하면 서해는 잠수함의 지옥으로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야만 한다. 아니면 NLL을 지킬 수 없다. 이것이 천안함 사건의 교훈이며 서해를 지키다 바다에 목숨을 던진 46명의 전우에 대한 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