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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뢰의 진화… 소리보다 빠르다

화이트보스 2010. 5. 4. 16:50

어뢰의 진화… 소리보다 빠르다

독일 ‘바라쿠다’ 시속 400㎞… “북한도 고속 어뢰 기술 확보” 주장도
어뢰(魚雷)는 물 속을 전진해 군함이나 잠수함을 파괴한다. 원래 이름은 ‘물고기처럼 생긴 폭탄’을 뜻하는 어형수뢰(魚形水雷)로, 물 속에서 작동하는 일종의 미사일이라 할 수 있다. 하늘을 나는 미사일과 다른 점은 축전지나 엔진을 장착해 스크루로 구동된다는 점. 속도는 미사일보다 현저하게 느리지만 함정에 명중하면 미사일과 다름없는 효과를 나타낸다.

어뢰는 스스로 표적을 찾아 공격하는 자동명중방식과, 원하는 목표로 어뢰를 유도하는 지령유도방식으로 나뉜다.

이천함, 한 발로 1만t급 퇴역 순양함 격침

자동명중방식은 어뢰 앞쪽에 음파나 전파를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 있다. 적이 움직이면서 음파나 전파를 발생하면, 그것을 추적해 명중시키는 방식이다. 어뢰가 스스로 음파나 전파를 발사한 뒤 되돌아오는 파장을 체크해 지형지물을 파악, 목표에 접근하는 신형도 있다.

지령유도방식은 레이더를 이용해 상대의 위치를 찾아낸다. 이 방식의 어뢰는 모함에 표적을 추적하는 레이더와, 발사된 어뢰를 추적하는 두 종류의 레이더가 필요하다. 우선 표적 추적 레이더가 목표물을 포착해 이동방향과 거리를 산정한다. 이후 레이더로 발사된 어뢰를 추적해 ‘지령’을 내려 목표물이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예상 경로에 어뢰가 나가도록 한다.

어뢰는 크기에 따라 경어뢰와 중어뢰로 나뉜다. 경어뢰는 중량 300㎏ 안팎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어뢰다. 수상함, 헬기, 해상초계기 등에서 발사해 잠수함을 공격한다. 통상 구경 320~400㎜, 길이 2.5~3.5m, 무게 200~400㎏, 속도는 35~45㏏(노트)다. 국산무기 ‘청상어’가 대표적인 경어뢰다.

▲ 대만 해군이 2003년 10월 14일 핑퉁 남부 연안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던 중 전함 한 척에 어뢰를 투척, 폭발을 일으키고 있다. / photo 로이터
해군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보이는 중어뢰는 중량 1~1.5t으로 상대적으로 무거운 어뢰다. 주로 잠수함에 장착해 수상함과 다른 잠수함을 공격한다. 구경 480~550㎜, 길이 3.4~6.1t, 무게 1000~2000㎏, 속도는 30~35㏏에 달한다. 우리 해군이 실전 배치한 ‘백상어’가 여기 해당한다.

어뢰를 장착한 잠수함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1999년 3월 서태평양 훈련에 참가한 우리 잠수함 ‘이천함’은 단 한 발의 어뢰로 1만600t급 미 퇴역 순양함을 격침시켰다. 2004년 림팩 훈련에 참가한 1200t급 잠수함 ‘장보고함’은 가상 훈련에서 무려 10만t급인 미 해군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를 포함, 함선 15척을 어뢰로 격침시켰다. 당시 훈련에서 미국의 이지스급 구축함 2척과 이지스급 순양함 2척도 장보고함의 가상 어뢰를 맞았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낸 일반 구축함 4척과 한국 해군이 파견한 을지문덕함, 충무공 이순신함도 이 잠수함의 어뢰를 피하지 못했다. 장보고함이 ‘막강한’ 활약을 펴는 동안 상대 선박과 잠수함은 우리 해군의 장보고함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가짜 공기방울 내면 목표물 못 찾아

어뢰를 피할 수는 없을까. 어뢰는 쏜다고 해서 100% 목표물에 맞는 것은 아니다. 어뢰를 피하는 대표적인 방식이 닉시(nixie)다. ‘주소불명 우편물’이란 뜻의 이 기술은 잠수함과 똑같은 소리를 만들어내 엉뚱한 곳으로 적의 어뢰를 유인하는 방법. 여기에 속은 어뢰는 목표물을 발견하지 못한 채 엉뚱한 곳에 가서 헤매게 된다. 화학약품을 사용해 가짜 물방울을 일으켜 ‘버블(bubble) 커튼’을 만들면 어뢰가 음파를 탐지하지 못한다. 디코이(decoy·미끼)라고 불리는 이 방식을 사용하면 어뢰는 목표물을 찾지 못해 오락가락하게 된다.

어뢰의 가장 큰 약점은 속도(평균 시속 30~40㏏=약 55~74㎞)가 느리다는 것이다. 최근 개발된 신형 어뢰는 이러한 속도의 단점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이 초공동화(super cavitation) 현상이다. 어떤 물체가 액체나 기체 속을 빠르게 뚫고 나가면, 이 물체 주변의 압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렇게 압력이 떨어지면 물은 섭씨100도가 되지 않아도 끓어서 증발하게 된다. 따라서 어뢰가 일정 속도 이상으로 날아갈 수 있다면, 이 어뢰 주변의 물은 순식간에 끓어 수증기로 변하면서 공기방울처럼 어뢰 주변을 둘러싸게 된다. 이것을 초공동화 현상이라 한다. 초공동화 현상이 발생하면 어뢰는 물의 저항을 직접 받지 않게 되기 때문에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목표를 가격할 수 있다.

이란도 개발… 北에 기술 전수說

이 방식의 대표적 어뢰로는 독일이 개발한 ‘바라쿠다(barracuda)’가 꼽힌다. 이 어뢰는 로켓 엔진을 장착, 시속 400㎞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어뢰가 워낙 빠른 속도로 직진하기 때문에 탄두 앞에 일종의 막이 형성된다. 초공동화 현상이다. 물이 아니라 공기를 뚫고 가는 효과가 발생,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돌진하기 때문에 함정이 이를 발견해도 피할 시간이 없다. 공격을 당하기 전까진 탐지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개발한 쉬크발(Shkval) VA-111도 이 방식을 사용한 대표적 어뢰다. 쉬크발은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전면에 기포를 발생시켜 동체를 감싼다. 이른바 ‘바다 속의 공기 캡슐’ 형태로 이동하는 로켓 동력 방식의 어뢰로, 발사 속도가 시속 360㎞에 달한다. 일단 발사되면 회피 성공률이 3% 미만인 신형 어뢰다.

이란이 2006년 개발한 ‘후트’도 초공동어뢰의 일종이다. 후트는 일반 어뢰의 3~4배인 시속 360㎞의 속도로 목표물에 접근할 수 있다. 이란은 ‘후트’가 자국산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러시아 쉬크발을 역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갑제닷컴은 지난 4월 6일 “북한이 이란에 잠수함 기술을 제공한 대가로 ‘후트’ 기술을 전달받았다”고 보도했다.

국산 어뢰도 한 발에 10억원 선

어뢰 한 발의 가격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비싸다. 독일의 수출용 어뢰인 수트(SUT)를 도입해 사용하던 우리 해군은,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껴 독자적으로 어뢰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1998년 자체개발에 성공한 것이 중어뢰인 ‘백상어’다. 구경 483㎜, 무게 1100㎏, 속도 35㏏인 백상어는 음향 탐지장치와 디지털 유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000년부터 실전에 배치되기 시작한 이 어뢰의 가격은 1발당 약 9억5000만원. 이 가격은 기존의 수트의 절반가량으로, 우리 해군은 백상어 개발에 성공해 약 2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지난 2000년 한국이 독자개발한 경어뢰 ‘청상어’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 국산화율이 93%에 달하는 이 어뢰는 선진국의 경어뢰보다 속도(시속 45㏏)와 탐지성능 등 제반 성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초계함급 이상의 수상함과 헬기 및 해상초계기에서 발사돼 잠수함을 공격하는 청상어의 가격은 기당 약 10억원에 달한다.

우리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가 지난해 개발한 한국형 대잠수함 미사일 ‘홍상어’의 가격은 이보다 더 높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이 무기는 유도탄에 탑재해 발사, 목표 잠수함이 위치한 해역까지 날아간 뒤 물 속으로 들어가 적의 잠수함을 파괴하는 첨단 기종이다. 국방부가 2012년부터 실전배치할 계획인 ‘홍상어’의 기당 가격은 무려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속 기뢰

기뢰를 뗏목에 싣고가 美함정 공격…北, 1982년 ‘인간 기뢰’ 영화화

국군 정보사령부가 올초 해군에 “북한의 인간기뢰가 공격해 올 수 있으니 대비하라”는 정보를 전했다는 기사가 4월 21일 조선일보에 보도된 뒤 ‘인간 기뢰’를 묘사한 북한 영화 ‘월미도’가 네티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터넷엔 ‘월미도’를 소개하는 영화평과 감상평이 여러 편 떠 있다. 대북 민간매체인 열린북한방송(대표 하태경)은 4월 5일 “천안함 침몰 사건 소식을 접한 탈북자 중 상당수가 북한군의 기뢰공격을 묘사한 이 영화 장면을 떠올렸다”고 보도했다.

‘월미도’는 1982년 조선 2·8예술영화촬영소가 제작한 북한의 대표적 전쟁영화(리진우 극본·조경순 연출)로 6·25의 분수령이 된 인천상륙작전이 배경이다. 영화의 소재는 미군 함대의 공격에 대항해 월미도를 사수하려는 북한 인민군의 방어전이다. 미군이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자 북한군은 후퇴 시간을 벌기 위해 월미도를 지키던 해군포병 4중대에 섬 사수를 명령한다. 미군 함대와 전투기가 공격을 감행한 첫날, 북한군은 방어에 성공하지만 이틀째 되던 날 중대원 대부분이 사망한다. 마지막 셋째 날, 중대원들은 한 조가 무너지면 다음 조가 나가서 공격하는 방식으로 작전을 편다. 이때 기뢰병 최석준이 나서서 기뢰를 뗏목에 싣고가 미 함정을 폭발시킨다.

열린북한방송에 따르면 이 영화는 북한에서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영화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미군은 월미도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함정을 잃은 적이 없으며 ‘3일 동안이나 적의 상륙을 막아냈다’는 영화 주장과 달리 미군은 상륙 후 2시간 만에 월미도를 장악했다.


/ 신준영 인턴기자·고려대 언론학부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