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재정장관, 복지부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반대'에 분통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얼마 전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앞에서 화를 삭이느라 애를 먹었다. 의료 시장 개방에 대한 복지부의 이중적(二重的) 태도 때문이었다.
지난달 28일 과천 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복지부가 '외국인환자 유치 현황 및 향후 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 유치가 당초 정부의 목표인 5만명보다 1만명 이상 많은 6만20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08년 2만7480명의 두 배 이상 수준입니다." 복지부 관료가 외국인 환자를 많이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는 점을 브리핑한 것이다. 복지부의 보고내용은 의료 시장을 개방해 첨단 장비와 의술을 갖춘 병원이 많이 생기면 러시아, 몽골, 중국 등의 부유층 환자들이 대거 몰려오고 일자리가 많이 생겨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었다. 그런데도 정작 복지부가 의료 시장 개방(투자개방형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막고 있어 윤 장관은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회의 후 윤 장관은 "그때 (복지부 보고를 받고서) 화가 났다"고 했다. 또 "그동안 의료와 교육 서비스 개혁이 뭐 하나 된 것이 없다. 이런 데다 어떤 외국인이 투자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윤 장관은 또 “한국에서 치료받겠다는 외국인 환자가 늘고 있는데도 의료 서비스 규제 개혁은 제자리걸음이라 애가 탄다”고도 했다.
복지부 보고내용을 보면 지난해 한국에 온 외국인 환자 가운데 3915명은 입원 환자였고, 1인당 656만원을 쓰고 돌아갔다. 국내 입원 환자 평균 진료비(217만원)의 3배에 달한다.
특히 입원 환자 가운데 러시아와 몽골 환자의 비중이 높았다.
윤 장관은 작년 2월 취임 때부터 의료 시장 개방을 위해 투자개방형 영리(營利) 의료법인 도입을 추진해왔다. 투자개방형 영리 의료법인은 ‘주식회사’처럼 일반 투자자에게서 자본금을 조달해 병원을 운영하고 수익금은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형태의 병원이다. 현행 국내 의료법은 이를 금지하고 있다. 주식회사형 병원을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네덜란드뿐이다. 기획재정부는 영리 의료법인을 도입하면 우수한 병원이 많아져 의료산업이 커지고 내수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부자들만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되고, 공공 의료의 질(質)은 나빠질 것”이라고 반대하는 복지부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윤 장관은 “멀게 느껴지지만, 아직 군불을 덜 지펴서 그렇다”면서 “군불을 계속 지피면 언젠가 뜸이 들 것”이라고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료·교육 규제 개혁은 꼭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