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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탱크 속엔 동물세포들이 '무럭무럭'인천=이재원 조선경제i 기자 true@

화이트보스 2010. 5. 7. 10:58

대형 탱크 속엔 동물세포들이 '무럭무럭'

입력 : 2010.05.06 21:45

[현장르포] 송도 셀트리온 공장
방진복 입고 보안안경 쓰고 '24시간 가동' 바이오藥 생산
싱가포르가 2000억원 투자… 확장 마치면 세계 2위 업체로

인천 연수구 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신도시에 위치한 바이오 의약품 전문기업 셀트리온 1공장. 최근 찾은 이 공장은 24시간 풀 가동하며 바이오 의약품(단백질로 만든 의약제품)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공장 안에서는 우주복 같은 방진복을 입은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기자도 공장에 들어서기 전 덧신을 2중으로 신고 방진복과 보안안경까지 썼다. 바이오 의약품이 미생물로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 공장을 안내하던 김형기 수석부사장은 "2, 3공장이 모두 완공되면 미국 제넨텍에 이어 세계 2위급 바이오 의약품(항체 의약품) 생산업체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셀트리온 공장의 전체 부지는 19만㎡(약 5만8000평)에 달한다. 실제로 이날 1공장 옆에서는 제2공장 건설이 한창이었고, 3공장 부지인 빈 땅이 곳곳에 보였다.

◆"세계 2위 항체 의약품 생산업체 될 것"

셀트리온의 시가 총액은 2조3000여억원(6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업체다. 지난달 22일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홀딩스의 100% 자회사인 아이온 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인천 송도에 있는 셀트리온 공장의 정제실에서 직원들이 단백질을 걸러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의 무기는 바이오 의약품의 일종인 '항체 의약품'이다. 항체란 우리 몸이 바이러스 같은 물질들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단백질. 이런 항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환자의 몸에 넣어주는 것이 항체 의약품이다. 셀트리온의 경쟁력은 이런 항체 의약품을 좋은 품질로 싸게 만드는 것이다.

연면적 8만9000㎡(약 2만7000평) 규모의 제1공장은 크게 4단계 공정으로 나뉘어 있었다. 동물세포에 약품원료(단백질)를 생산하도록 조작된 유전자 삽입하기→세포수 늘리기(배양)→세포에 영양분을 넣어주며 단백질 만들기→세포와 뒤섞여 있는 약품원료(단백질) 걸러내기 순이다. 비유하면 곡식 농사 과정과 비슷하다. 씨앗을 뿌리고, 키우고, 비료를 주고, 일용할 곡식을 탈곡해내는 것이다.

◆"바이오 시밀러시장, 독자 생산 기술로 뚫는다"

4개 과정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동물세포 보관소'였다. 공장 3층에 위치한 이곳에는 중국 햄스터의 난소세포를 비롯해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동물 세포들을 2만 샘플 넘게 보관 중이었다. 보관기에는 동물세포를 담은 1mL짜리 유리병(바이알)이 가득했다. 전수희 생산본부 과장은 "여기 있는 바이알들은 농사로 치면 '씨앗' 같은 것"이라면서 "모두 독자 기술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동물세포들은 12일간 배양 과정을 거쳐 대형 탱크로 옮겨져 단백질로 만들어진다.

김형기 부사장은 "셀트리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생산 시설을 인증받았으며, 사노피-아벤티스를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들로부터 생산 위탁계약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다음 목표는 자체적으로 바이오 복제약(바이오 시밀러)을 제조해 세계 시장을 뚫는 것. 비유하면 지금까지는 TV를 하청 생산했다면 이제는 선진업체의 TV 디자인을 본떠 새로운 제품을 내놓아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1850억원. 영업이익은 60%가 넘는 1180억원이다. 김 부사장은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질 좋은 바이오 시밀러 제품을 내놓아 세계 시장을 뚫겠다"고 말했다.


☞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 의약품과 같은 구조·효능으로 복제 생산된 제품. 바이오시밀러시장은2010년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 2015년 250억달러(2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