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당시 필자는 북한군 고위 간부 출신으로 지금은 함께 우리 안보문제를 걱정하는 분을 만나 북한군 특수부대 증강 및 전진 배치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일반적으로 특수부대는 후방 침투 목적인데 왜 북한은 이 부대들을 전방에 배치하는지였다.
그의 답은 간명했다. 북한 특수군의 임무는 세 가지다. 첫째, 유사시 후방 침투와 파괴 활동으로 아군의 전쟁 지속 능력에 손상을 준다. 둘째, 전면전이 시작될 때 공병부대와 함께 기동로를 개척한다. 셋째, 개전 직후 전술·전략적 요충지를 조기(早期) 점령한다.
그러나 이는 전시(戰時)의 임무일 뿐이다. 북한 특수부대는 육·해·공군별로 저격여단, 정찰부대를 갖고 있으며, 이들은 전시가 아닌 평시에 수많은 대남(對南) 도발을 감행해왔다. 잘 알다시피 북한군은 지상 침투를 위해 땅굴을 팠고, 공중 침투를 위해 다량의 AN-2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수중 침투에 용이한 70여척의 잠수함(정)을 갖고 있다.
북한은 국력을 기울여 대남 침투방법을 연구하고 훈련한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한반도 군사 전문가 베넷 박사는 이미 10여년 전에 한국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북한의 능력은 "휴대용 대량살상무기와 10여만 특수부대의 결합"이라고 지적했다. 소형 세균무기, 화학무기를 휴대한 북한 특수부대가 서울 도심에 침투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재앙이다. 북한이 만약 서해 5도 점령 등 국지 도발을 하기로 마음먹는다면 거기에 동원될 부대도 특수부대다.
북한은 특수부대에 자폭(自爆)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총폭탄'이 됐다는 선전도 하고 있다. 자폭을 각오하고 덤벼든다면 한·미군의 첨단무기체계도 위협받을 수 있다.
우리는 이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북한 특수부대 저지 임무를 맡은 미군의 아파치 헬기 전력이 축소된다는 보도까지 보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먼저 북한 특수부대의 임무를 철저히 파악해 지금부터 그 각각의 임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특수부대의 규모, 움직임, 훈련 내용에 대한 정보활동도 강화해야 한다. 유사시엔 이들이 움직이기 전에 무력화하는 작전 계획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특수부대이든 아니면 다른 수단에 의한 것이든 북한의 비(非)대칭 도발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도발 의지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도발을 하면 도발 세력에 엄청난 피해를 강요할 수 있는 국가 의지, 능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비대칭 도발에 대비하려면 군사력 건설 방향을 그에 맞도록 조정(調整)할 필요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대원칙은 우리 군, 정부, 사회가 갖고 있는 대북(對北) 비교 우위를 모두 결합시켜 북한의 도발 의지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북 특수부대에 대한 각성은 바람직한 차원을 넘어 절박한 안보·국방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