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자주 국방

자유를 위한 비싼 비용

화이트보스 2010. 5. 13. 11:00

자유를 위한 비싼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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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5.12 23:03

앤드류 새먼 더타임스지 서울 특파원
나는 올해로 25년째 무예를 연마해왔다. 벌써 20년 전 얘기지만 처음 한국에 온 것도 무예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무예를 배우다 보면 공격이 방어에 비해 얼마나 유리한지 절실히 알게 된다.

공격은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두 가지 모두 어떻게 방어할 도리가 없다. 같은 원리가 군사전략에도 적용된다. 천안함도 기습 공격을 당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 해군에 대해 여러 비판이 쏟아졌다. 해군이 현실에 안주해왔다는 주장도 있고, 현대식 군함이 단 한 발의 어뢰에 침몰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식으로 기습당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말도 나왔다.

전부 뒤늦게 하는 소리다. 이번 비극이 일어나기 전까지 책상물림 비평가 중에 어뢰 공격을 경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고를 했다손 치자. 과연 막을 수 있었을까.

그렇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사를 통틀어 '완벽한 방어'란 존재하지 않았다. 전쟁 중에 항상 삼엄하게 경계하는 군함도 어뢰에 맞으면 침몰한다. 2차대전 당시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비일비재했던 일이다. 그건 너무 옛일이라고?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때 천안함보다 훨씬 큰 아르헨티나 순양함이 영국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 양국이 교전(交戰) 중인데다, 잠수함 공격을 막기 위한 호위함까지 두 척이나 딸려 있었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잠수함이 얼마나 은밀하게 움직이는지, 어뢰가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지 감안하면 천안함은 공격을 피할 길이 없었다. 한국 해군이 잠수함에 대항하는 작전을 짠다고 해서 앞으로는 다른 피해가 없을 거라고 100% 보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방어하는 입장에 있는 측의 근본적인 불리함이다.

평양은 '적절한 대응' 따위는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는 상대다. 평양은 지금까지도 돌연 극도의 폭력을 행사한 일이 여러 차례 있다. 1950년 여름까지 산발적으로 소규모 접전만 벌어진 38선에서 북한은 돌연 선전포고도 없이 전면공격을 감행했다. 이제까지 모든 교전이 물 위에서만 이뤄지던 서해에서 북한은 갑자기 어뢰를 쐈다.

두 경우 모두 주도권은 공격자에게 있었다. 공격자는 한국의 허를 찔렀고, 갑작스럽게 예상 수준을 껑충 뛰어넘는 폭력을 휘둘렀다.

한국이 할 수 있는 적절한 대응은 뭘까? 솔직히 모르겠다. 한국은 국제법을 존중하는 문명국이다. 천안함 희생자들이 서해에서 목숨을 잃는 마지막 장병이 아닐 수도 있다. 한국이 누리는 자유의 비싼 대가다.

그런 의미에서 이 나라 해군은 지지와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했을 때, 미국 해군이 기습당한 사실 그 자체 때문에 비판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은 응전(應戰)했다. 결과가 어땠는지는 역사가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