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의 세계/미사일보다 더 무서운 ‘인간무기’

해군특수전여단 저격수

화이트보스 2010. 5. 13. 22:52

해군특수전여단 저격수
`원샷 원킬' 피말리는 5초 / 2010.05.14

소말리아 해역 아덴만에서 우리 상선 보호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청해부대 1진 검문검색팀 저격수(해군특수전여단)가 링스
헬기에 탑승한 채 문무대왕함 상공에서 상선을 호송하고 있다.


소련군의 영웅 바실리 자이체프는 최고 저격수로 손꼽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400여 명을 사살한 ‘특급 사냥꾼’으로 명성을 떨쳤다. 지휘관 킬러인 그는 ‘무적 전차군단(독일)’의 사기와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았다. 언제나 적의 허를 찌르는 훈련을 받음으로써 단 한 발의 소총탄으로 전황을 뒤집는 것이 저격수의 임무다. ‘보이지 않는 적’으로 일당백의 위력을 투사하는 저격수가 적에겐 ‘무한 공포’의 대상이다. 이에 대한민국 해군도 ‘자이체프 계보’를 잇는 전사를 양성하고 있다. ‘원샷 원킬(ONE SHOT, onE KILL)’을 목표로 제2, 제3의 자이체프를 꿈꾸는 해군특수전여단(UDT/SEAL) 특수임무대대 저격팀을 찾았다.

 경남 진해 특수전여단 뒤편 고출산 종합전술훈련장. 산자락 6부 능선 사선엔 예닐곱 명의 저격수들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 저격 병기 조립에 여념이 없다. 나뭇가지 사이로 피어나는 봄빛, 연초록 향연을 펼치는 사선엔 검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저격수들의 눈빛만 번뜩였다. 저격수들이 두건을 쓴 까닭은 ‘국가 기밀(?)’로 분류되기 때문.

 ‘인간 병기’로 일컫는 저격수의 임무는 장거리 정밀사격으로 표적을 사살하거나 파괴해 지휘체계나 첨단장비를 마비시켜 적군을 심리적 공황상태로 몰아넣는 것.

 18세기 영국군 장교들 사이에서 작고 빠른 새 스나이프를 잡는 사냥에서 유래된 저격수. 저격수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지옥훈련’ 같은 특수전 훈련을 수료한 SEAL 요원 중에서도 타고난 사격기술과 강철 같은 체력을 갖춘 자만이 도전이 가능하다. 해상 대테러 임무뿐만 아니라 적지 종심타격 및 침투를 비롯해 하늘·땅·바다에서의 임무 수행능력을 두루 갖춘 ‘전투프로’여야 한다.

 특히 특수전 작전에 능통한 것은 기본이고 침착성과 판단력, 그리고 탁월한 위장술까지 겸비해야 한다. 또한 신속한 기동력에다 지형분석 및 정보수집 능력 등을 갖춰야 비로소 저격수라 할 수 있다.

 특수전 작전에 투입되는 이들에겐 기본병기 3정이 지급된다. 신변 보호용 권총을 비롯해 5.56㎜와 7.62㎜ 소총. 여기에 작전 환경에 따라 8.6㎜ 소총이나 탱크까지 무력화시키는 구경 12.7㎜ 병기까지 섭렵해야 한다. 작전환경만큼이나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전술사격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마의 5초 벽이라는 제한시간은 항상 저격수의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으로 작용한다. SEAL팀과 함께 운용되는 저격수는 헬기와 선박에서도 일발필중의 사격술을 자랑한다. 이를 위해 강도 높은 훈련도 넘어야 할 산. 이동표적사격, 자세변환사격, 좌우 자세변환사격, 기동사격 등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함정이나 헬기에서 저격할 시 진동을 극복하기 위한 훈련도 병행한다. 특히 이들은 연간 1인당 3000발이 넘는 탄약을 소비하고, 월 평균 10회 이상 사격한다. 3일에 하루씩 사격하는 셈이다.

 외부환경에 예민한 사격훈련에는 첨단 과학기술이 총동원된다. 소총의 영점 조정은 오전에 맞춰도 오후 기온이 변하면 탄착군 형성이 달라진다. 기온ㆍ풍향ㆍ풍속ㆍ탄종별로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저격수는 자신에게 꼭 맞는 맞춤식 데이터를 도출해 일발필중의 사격술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 예를 들어 온도가 5도 차이 나면 100m 거리에서 10cm, 500m 거리에서는 50cm의 오차가 발생한다. 1, 2㎝의 오차가 작전 성패를 좌우하는 저격수들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고 SEAL 작전 수행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월 1회 공격팀과 FTX, 분기 1회 고공침투, 전후반기 연합훈련에 참가해 전술 전기를 배양하며 최강 전사로 거듭난다. 저격수는 저비용 고효율을 지향하는 미래 군의 발전 추세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재래식 전쟁에서도 탁월한 효과가 입증됐다. 적 1명을 사살하는데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7000발,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2만5000발, 베트남전에선 5만 발의 탄약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비해 저격수가 베트남전에서 적 1명을 사살하는 데 불과 1.7발의 탄약이 사용됐다.

첨단 저격총과 탐지 장비로 무장한 저격수는 시가전과 대 테러전에서 스텔스 전투기 못잖게 적에게 두려운 존재로 떠올랐다.

 특수임무대대장 이명표(해사39기) 중령은 “해군 저격수는 적진 깊숙한 곳에서 임무 수행하는 특전사와 다르다. 해상작전에 위협이 되는 적 해안포 진지나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하는 SEAL팀의 최전방을 맡는다”면서 “현대전에서 전문 저격수는 대량살상보다 고부가가치(?) 표적을 목표로 삼아 운영한다”고 말했다. 



김정필 상사 해군특수전여단 저격팀장-작전의 시작과 끝  `화룡점정' 찍는다


해군특수전여단 특수임무대대 저격팀장 김정필(부사관150기ㆍ37·사진) 상사는 대한민국 해군의 국보급 ‘사신(射神)’이다.

 김 상사는 500m 거리 표적의 반경 2cm 내는 모두 적중시켜야 직성이 풀린다. 막중한 임무 탓에 사격할 때마다 탄착군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강도 높은 이미지 트레이닝과 마인드 컨트롤로 슬럼프를 극복한다. 1996년 강릉잠수함침투사건 등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실전 경험이 가장 풍부한 그는 해군 저격팀의 산역사다.

 김 상사의 탁월한 능력은 고(故) 한주호 준위와 함께 지난해 청해부대 1진 파병에서 입증됐다. 선박검문검색팀 저격수 임무를 맡아 소말리아 아덴 만에서 325척의 국내외 상선 안전 항해를 지원하며 대한민국 국격을 높인 일등공신.

 이 과정에서 북한과 파나마 선박 등에 접근하던 해적선을 퇴치하는 등 7차례의 구조 활동에서 그는 공격팀의 눈과 방패 역할을 수행하며 맹활약했다.

 “해상에서 작전이 전개되면 저격수가 제일 선두에서 공격로를 개척하고, 작전을 완료한 후에는 가장 나중에 퇴출합니다. 정찰 수색 및 경계 임무를 수행하다 공격팀이 투입되면 외부 경계 태세로 전환하는 것이 저격수의 임무입니다.”

 국가가 믿고 임무를 맡길 때 보람을 느낀다는 김 상사는 미군 저격수 교범을 비롯해 전 세계 관련 자료를 직접 구해 볼 정도로 열정이 많은 열혈 군인.

 아직 미혼인 그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작전 현장에서 나의 엄호를 받으며 공격팀이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글ㆍ사진=김용호 기자   yhkim@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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