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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서구의 경험을 한반도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 서구의 경험이라 함은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안보의 ‘다자적 접근’으로, 국가나 국제기구 등 다수의 행위자가 참여하는 협의의 틀에 관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포괄적 접근’으로, 안보에 관한 토의사항에 정치·군사, 경제, 인권을 망라하는 협의의 실질에 관한 것이다.
이 중 다자적 접근은 아세안지역포럼(ARF)이나 6자회담 등과 같이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다자안보 협의의 틀을 만드는 시도가 있어 왔다. 그러나 포괄적 안보의 개념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최근 ‘인간안보’의 이름 아래 인권문제가 빈곤·전염병·자연재해 등과 함께 다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국가안보를 보완하는 개념으로 직접 인권을 다루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자체가 터부시되었던 세월이 있었다.
우리는 94년 이래 CSCE에 협력동반자국 자격으로 참여해 오고 있다. 유럽의 안보협력 경험을 배우고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안보 문제에 대한 지구촌의 이해를 제고하기 위함이다. 95년 CSCE는 냉전 이후의 새로운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로 확대 개편됐다. OSCE는 현재 미국·유럽·러시아 등 56개 회원국과 아시아, 지중해 연안국에서 12개 협력동반자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안보협력기구가 됐다. 또한 ‘헬싱키 프로세스’를 발전시켜 안보를 정치·군사, 경제·환경, 인간 3개의 범주로 나눠 포괄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인간 범주에는 인권, 기본적 자유, 민주, 법치, 관용의 개념이 포함된다.
OSCE가 오는 18~19일 서울에서 ‘OSCE-Korea 회의’를 개최한다. 정치·군사, 경제·환경, 인간의 3개 범주로 나누고 이 중 인간 범주에서는 ‘여성의 안보에의 기여’라는 주제 아래 토의가 이뤄진다. OSCE-Korea 회의가 한반도의 안보문제를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심윤조 주 오스트리아 대사